국제 단일 탄소배출권 시장 물꼬 튼 CO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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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회의가 끝났다. 이번 COP26의 협상결과 탄소배출권 시장은 크게 변모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17개의 파리협정 이행규칙중 유일하게 타결되지 못했던 국제탄소시장 이행규칙이 제정된 것이다. 이번 파리협약 6조의 이행규칙이 마련됨에 따라 조만간 유엔의 감독하에 단일한 규정으로 운영되는 탄소 배출권시장이 출범할 전망이다.[한경ESG] 정책 동향“회의는 춤추고 있다(Der Kongress tanzt).” 1814년 9월 나폴레옹이 엘바섬으로 추방되면서 빈에서 열린 강화회의를 풍자한 말이다. 나폴레옹 몰락 이후 유럽 질서 재편을 위해 오스트리아·영국·프로이센 등이 모였지만, 1815년 2월 나폴레옹이 엘바섬을 탈출해 재기하면서 회의는 춤추고 있었다. 마침내 워털루전투에서 나폴레옹이 다시 패하면서 그해 6월에야 회의가 마무리된다. 유럽 전체에 걸친 전쟁이었기에 의제는 넘쳐났고, 몇 달간의 다자회의 끝에 오늘날 유럽 국경의 틀이 만들어졌다.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끝났다.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에 대한 범지구적 대응에 대해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마치 빈 강화회의처럼 탄소중립을 위한 진전 없이 회의는 시간만 끌고 기대하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글래스고 기후합의(Climate Pact)가 이루어진 것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이번 합의안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인 것은 파리협약 제6조에 대한 ‘세부 이행 규칙(Paris Rulebook)’을 채택한 것이다. 이는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의 통일된 국제규범 제정을 목표로 한다. 배출권 거래는 교토의정서 제17조에 규정된 온실가스 감축 체제로서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매년 배출권을 할당해 온실가스 배출량의 잉여분 또는 부족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배출권 거래제는 COP의 전개 과정과 궤를 같이해왔다. 1991년 베를린에서 처음 열린 COP1에서 배출권 거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3차 회의에서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의 하나로 배출권 거래(Emission Trading Scheme, ETS)가 도입되었다. 탄소배출권은 국가별로 부여되지만, 각국이 대부분의 배출권을 기업에 할당하기에 탄소배출권 거래는 기업들 사이에서 이뤄져왔다.하지만 이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되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는 기업끼리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함으로써 자발적으로 탄소감축을 할당량보다 많이 한 기업은 이윤을 남길 수 있으니 기업들이 더욱 탄소감축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 제도보다는 규제를 더욱 강화해 탄소배출을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사고파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효율적 감축을 위해서는 이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여러 나라에서 탄소시장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지금껏 탄소배출권 거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5년에 시작된 EU의 ETS는 거래량도 미미하고 가격도 낮은 횡보를 면치 못했다. 일본·미국·중국·한국은 물론 유럽에서조차 탄소배출권 거래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탄소배출량이 줄어들면서 할당된 배출권을 다 쓰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공동사업을 통한 탄소감축분이 거래국 양쪽에 모두 반영되는 ‘이중계산(double count)’과 국가 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도 탄소거래 활성화에 장애물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COP26 협상 결과 탄소배출권 시장이 크게 변모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17개의 파리협약 이행 규칙 중 유일하게 타결되지 못한 국제 탄소시장 이행 규칙이 제정된 것이다. 파리협약은 온실가스의 유연한 감축이 가능하도록 ‘협력적 접근법’(제6조 2항)과 ‘지속 가능 발전 메커니즘’(제6조 4항)이라는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했다.‘협력적 접근법’이 파리협약 당사국 간 다양한 자발적 감축 협력 활동을 통해 발생한 감축 결과물을 이전해 국가 감축 목표(NDC) 이행에 활용하는 체제라면, ‘지속 가능 발전 메커니즘’은 유엔 감독기구의 관리하에 감축 실적(ERs)을 감축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업·정부 등이 활용하는 체제다. 이번 이행 규칙은 감축 실적을 거래 양국이 이중으로 국가 감축 목표에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상응 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 방안, 거래 수익금을 적응 재원(adaptation fund)으로 연계하는 방안, 지구 전체의 실질적 감축 성과를 보장(overall mitigation in global emissions)하는 방안 등도 제시한다. 이에 따라 배출권 시장은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번 파리협약 제6조 이행 규칙이 마련됨에 따라 조만간 유엔의 감독하에 단일한 규정으로 운영되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출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 시장은 ▲다양한 배출권의 통폐합과 단일 시장 형성 ▲ESG 투자의 포트폴리오 다양화 ▲ESG 시장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50개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을 이끄는 마크 카니 공동대표는 이번 COP26의 합의로 시장가치 1000억 달러에 달하는 탄소시장이 탄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OP26은 빈 회의처럼 아무런 진전 없이 춤추는 듯했으나, 배출권 거래라는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위해 단단한 디딤돌을 만든 것이라 하겠다.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