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전설들이 뭉쳤다…조수미·이 무지치 함께 한국투어

내달 11일부터 천안서 시작
바로크시대 레퍼토리 들려줘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가 개막한 날 현지 클래식팬들에게 낯선 배우가 무대에 섰다. 여주인공 ‘질다’ 역을 동양인 여성이 맡은 것. 소프라노 조수미(59)였다. 이날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수미는 이후 30년 이상 세계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7개 국제 성악콩쿠르를 석권했고,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성악계 최고 영예인 ‘황금 기러기상’을 받았다.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조수미의 목소리는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그는 인류의 자산이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천상의 목소리로 세계 클래식 팬들의 마음을 울린 지 올해로 35년째. 조수미가 다음달 11일부터 국내에서 ‘조수미&이 무지치’ 투어(사진)를 시작한다. 천안 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인천(12일) 충북 음성(15일) 전북 익산(16일) 부산(18일) 세종예술의전당(19일) 성남아트센터(23일)를 거쳐 다음달 25~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투어를 마무리한다.이번 공연에서는 17~18세기를 풍미한 바로크시대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이탈리아 작곡가 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의 칸타타 ‘즐거운 고독, 부정한 운명의 대상’, 바흐의 오페라 ‘바야제트’ 중 ‘나는 멸시받는 아내라오’, 헨델의 오페라 ‘알치나’ 중 ‘내게 돌아와주오’ 등 여덟 가지 성악곡을 들려준다.

조수미는 인생에서 중요한 시점마다 바로크 작품을 열창했다. 2006년에는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바로크시대 작품을 음반으로 발매했다. 데뷔 25주년 음악회에서도 바로크 성악곡을 불렀다. 조수미는 “바로크 음악은 본질만 남겨놓고 주변을 둘러싼 많은 것을 걷어낸 음악”이라며 “음악의 힘과 그 깊이를 관객들에게 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명문악단 이 무지치(I Musici)가 조수미와 호흡을 맞춘다. 조수미가 이 무지치와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51년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출신 연주자 12명이 의기투합해 창단한 이 무지치는 70주년을 맞아 조수미와 다음달 바로크 레퍼토리를 담은 ‘Lux. 3570’을 선보일 예정이다.이 무지치는 비발디의 ‘사계’를 세계에 알린 악단이다. 1955년까지 대중에게 낯선 곡이었던 사계를 세계 최초로 녹음했다. 이 무지치의 사계 음반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약 8000만 장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고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을 녹음한 음반과 함께 클래식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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