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주도형 경제로 전환하라"는 고언, 뼈아프게 들어야

민간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어제 창립 40주년 세미나에서 “차기 정부는 국가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민간주도형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 복합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소생시키려면 무너진 시장경제 질서의 재건과 민간주도형 경제의 복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관(官) 주도 경제운용이 민간 활력을 급격히 고갈시켜 왔다는 점에서 기업인이라면 백번 공감할 만한 지적이다.

한경연은 구체적으로 법인세 완화, 상속세 개혁으로 기업 세 부담을 낮추고, 고용·해고의 유연성 제고와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위한 기업제도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닥에 떨어진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의 전환, 징벌적 행정규제 축소, 상법·공정거래법 등의 규제 개선도 동시에 주문했다.시장과 민간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간섭이 상상 이상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제언은 공감 차원을 넘어 더욱 절실하게 들린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도 민간의 양질 일자리가 쏟아지게 할 지원책은 내지 못하고, 예산만 퍼부어 ‘관제 알바’를 양산하고 고용통계만 좋게 보이게 했을 뿐이다. 민간 활력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생각은 않고, 복지 지출만 크게 늘린 정책적 무능도 국민이 목격했다. 그렇게 급팽창한 정부 예산은 코로나를 빌미로 내년엔 600조원을 돌파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과도한 친(親)노동 정책 등이 기업활동을 극도로 위축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각종 경제지표는 바닥을 기고 있다. 우리 경제의 진짜 실력인 잠재성장률이 계속 추락해 OECD 추정으론 2030~2060년 0.8%로 떨어질 판이다. 적자국채 남발로 국가채무는 내년 1000조원, 2029년엔 2000조원에 이를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관 주도 경제운용의 폐해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여당 대선후보는 “국민 지갑을 채우고, 나라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실패로 판명난 현 정부의 ‘큰 정부’ 정책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기업 활력을 높여갈지는 언급이 없다. 공공주도 주택 공급, 기본소득 연 100만원 지급 등 오로지 ‘국가 주도’ 일색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선 민간주도형 경제를 복원해야 한다는 고언(苦言)부터 진지하고 뼈아프게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