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신재생에너지株, 내년 '쨍하고 해뜰날'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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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지원책 부재에 주가 약세풍력 관련주인 씨에스윈드는 주가가 작년 4배 가까이 올랐다.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른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도 대부분 강세였다. 올해는 달랐다. 가스공사 등 전통적인 에너지주가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는 동안 신재생에너지주는 힘을 쓰지 못했다. 씨에스윈드는 올해만 35% 빠졌다. 정책 모멘텀 약화, 생산 차질 등이 주요 원인이다. 실적 기대도 낮아졌다.
증권사 "투자 셈법 달라질 것"
美 인프라 2차 패키지 연말 표결
원자재 가격 부담도 줄어들 전망
씨에스윈드 등 목표가 상향
증권업계에서는 내년도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투자 방정식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정책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생산 차질 악재도 해소될 전망이다.
올해 힘 못 쓴 신재생에너지주
씨에스윈드는 30일 3.57% 하락한 5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35.93% 떨어졌다. 같은 기간 두산퓨얼셀(-7.94%), LS일렉트릭(-16.79%), 삼강엠앤티(-2.33%)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는 다 같이 부진했다. 같은 기간 한국가스공사(13%), SK가스(11%) 등 전통 에너지주 주가는 양호했다.악재가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리스크였다. 유럽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내용의 ‘핏포 55’ 정책을 내놓고, 한국도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은 미미했다. 미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회사들에 적용되는 생산세액공제(PTC) 혜택이 올해부로 종료될 예정이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인해 비용도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 실적은 철강,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풍력 터빈만 하더라도 70~80%가 철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가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은 내내 발목을 잡았다. 씨에스윈드의 1년 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0배로 내려왔다. 두산퓨얼셀은 1년 전 12개월 선행 PER이 100배를 넘었지만 지금은 80배 수준이다.실적 추정치도 내리막이었다. 씨에스윈드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개월 전 1300억원에서 1045억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771억원에서 1678억원으로 낮아졌다. 두산퓨얼셀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년 전 771억원이었지만 617억원으로 20% 이상 하락했다.
달라진 내년 투자방정식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를 둘러싼 투자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많다. 친환경 예산이 대부분 포함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인프라 2차 패키지는 연말 상원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PTC 종료로 내년 미국 풍력 설치량은 줄어들겠지만 2차 패키지가 통과되면 반등이 가능하다”며 “국내 업체의 미국 증설 결정이 2차 패키지 통과 이후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부담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중국 등 아시아 철강 가격은 하락세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그동안 판매가에 반영돼 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핵심 투자 포인트는 증설 효과다. 씨에스윈드와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는 올해 이뤄졌다. 내년에는 매출에 반영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씨에스윈드는 올해 인수한 미국 법인과 포르투갈 법인을 통해 5800억원 규모의 신규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며 “내년 말까지 생산 능력이 1조73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내년 2분기부터는 주가 재평가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며 목표주가로 10만원을 제시했다.기대는 목표주가에 반영돼 있다. 씨에스윈드의 목표주가 평균은 9만6800원으로 현재보다 70% 상승 여력이 있다. 두산퓨얼셀(6만7100원), LS일렉트릭(7만9200원) 등 목표주가 평균과 현 주가의 괴리는 커진 상황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