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큐어바이오 “내년 미생물 기반 NASH 치료제 美 2상 진입”

[탐방노트] 진화섭 대표 인터뷰①
진화섭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 대표./사진=이승재 기자
“내년 2분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의 임상 1상을 마치고, 하반기 글로벌 2상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자가면역치료제 신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미국 임상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또 현재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 이어 세 곳의 글로벌 제약사 및 병원 그룹과 공동개발 계약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도 분당 본사에서 만난 진화섭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 대표(사진)는 “면역항암제와 NASH 등 주요 질환의 미생물 기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2개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리스큐어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포함한 미생물과 엑소좀 등 미생물 유래 대사산물을 기반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면역항암, 퇴행성 뇌질환, 자가면역질환, 대사질환 등을 적응증으로 단독 혹은 병용 투여가 가능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진 대표는 연세대에서 미생물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농무성(USDA)에서 미생물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후 메디톡스와 바이넥스 등 국내 바이오텍에 근무하며 연구, 사업개발, 임상, 생산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창업투자사(VC)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는 다수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했고, 랩지노믹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았다. 자본 시장과 바이오 산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리스큐어를 설립했다.

리스큐어는 창업 다음해인 2019년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2020년에는 ‘시리즈B’ 투자를 받아 23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이 외에 랩지노믹스 인트론바이오 유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들로부터 총 80억원의 전략적 투자도 받았다. 임상시험수탁(CRO) 기업 노터스와는 전임상시험 협력 계약을 맺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유치금은 290억원이다. 내년 1분기에는 기존 및 신규 투자자를 대상으로 300억원 이내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진 대표는 “전임상·생산·분석과 박테리오파지 등에 강점이 있는 기업들과 협업하며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이라며 “노터스의 경우 리스큐어 후보물질의 전임상을 수행한 결과, 뛰어난 효능을 확인하고 협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생물 기반 치료제 개발에서 리스큐어가 가진 강점은 효능이 좋고 안전한 다수의 후보물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리스큐어는 동물실험을 마친 후보물질 15종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2종이 글로벌 임상에 진입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NASH 치료제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다. 미생물을 활용한 면역 항암제에 대해서도 내년 미국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진 대표는 “1000여개의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중 연구개발(R&D)을 통해 자금을 유치한 회사는 230여개, 이 중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 36개에 불과하다”며 “특히 항암제를 포함해 주요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은 리스큐어를 포함해 단 네 곳 뿐”이라고 말했다.

리스큐어는 후보물질을 선별(스크리닝)할 수 있는 플랫폼도 갖췄다. 면역항암 플랫폼 ‘LMT-ACE’, 대사질환 플랫폼 ‘LMT-MX’, 자가면역질환 플랫폼 ‘LMT-AIR’, 퇴행성 뇌질환 플랫폼 ‘LMT-NX’다. 이들 플랫폼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리스큐어의 플랫폼은 시험관 실험(in-vitro)과 생체실험(in-vivo) 등에서 특정 후보물질의 면역 프로파일을 수치화해, 패턴과 알고리즘을 분석한다”며 “이를 통해 후보물질을 면역항암, 대사질환, 자가면역질환, 퇴행성 뇌질환으로 자동 분류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세계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NASH 임상 진행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후보물질은 NASH 치료제인 ‘LB-P8’이다. 현재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로 글로벌 임상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LB-P8은 LMT-MX 플랫폼을 통해 선별됐다. 단일 미생물을 이용한 미생물 치료제 후보물질로, ‘TGR5’와 ‘GLP-1’ 신호를 활성화하고, 장벽 강화 및 ‘TGF-β’ 신호 활성화를 통해 지방증과 염증, 섬유화에 동시에 효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리스큐어는 대표적인 NASH 동물모델인 'CDHFD(choline-deficient, high-fat die)'에서 LB-P8이 NASH에 의해 발생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장내 미생물 균형을 정상화하면서 혈중으로 분비되는 염증물질 ‘LPS’ 수치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간에서 쿠퍼세포와 간성상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해 염증과 섬유화를 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장간 순환 조절을 통해 독성을 띄는 담즙산을 억제해, 간세포 사멸을 억제했다.

진 대표는 “LB-P8은 전임상에서 현재 임상 3상 단계의 다른 NASH 후보물질과의 비교를 통해 동등 이상의 효과를 관찰했고,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LB-P8은 전임상 결과, 지방화 정도 측정(NAS score)에서 3상 중인 비교약물과 동등한 수준으로 NAS 수치를 2점(point) 이상 감소시켰다.

진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해서는 임상에서 NAS score를 위약 대조군에 비해 최소 2점 이상 줄여야 한다”며 “LB-P8은 지방증 염증 및 간세포 사멸 억제 효과에서 비교 약물과 유사하거나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리스큐어는 1상에서 LB-P8의 안전성 및 주요 지표들을 확인할 예정이다. LB-P8은 FDA가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한(GRAS)’ 미생물을 균주로 활용해, 이미 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NASH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2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리스큐어는 글로벌 연구진과의 공동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로는 최초로 미국 메이요 클리닉과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진 대표는 “리스큐어와 메이요는 NASH 동물실험 모델에서 LB-P8과 또다른 후보물질 ‘LB-P7’의 치료 효능을 검증하고 작용기전 연구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스큐어는 메이요와 원발 경화성 담관염(PSC)과 원발 담즙성 담관염(PBC) 등 희귀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연구도 진행한다.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연구 인프라는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메이요 클리닉 외에도 추가적으로 세 곳의 연구소 및 병원 그룹과 공동개발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리스큐어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LB-P6’에 대해서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적응증으로 호주 1상을 진행하고 있다.

LB-P6은 장간막 림프절 면역을 조절해 수지상 세포를 면역관용 수지상세포(tolerogenic DC)로 유도한다. 면역관용 수지상세포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조절 T세포 수를 증가시킨다. 이를 통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하면서 ‘인터루킨10(IL-10)’과 같은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늘린다. 관절 조직의 염증과 부종, 손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LB-P6은 마우스 모델에서 ‘TNF-α’ 억제제인 엔브렐과 동등한 효능을 확인했다. TNF-α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LB-P6 투여군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1차 화학치료제 ‘MTX’ 투여군보다 더 낮은 농도를 보였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MTX 투여군에서 적혈구가 급격히 감소한 반면, LB-P6 투여군은 정상군과 동일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진 대표는 “MTX 투여군에서는 혈중 적혈구뿐만 아니라 헤모글로빈(HGB)도 감소하는 등 안전성 이슈가 있었다”며 “반면 LB-P6는 장기 투여에도 부작용 이슈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B-P6는 기존 출시된 류머티즘 관절염 항체치료제와 유사한 효능을 보이면서, 장기투여에도 안전하게 효능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경구제로 개발돼 가격 경쟁력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류머티즘 관절염 외에도 건선이나 장 질환으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LB-P6도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부에 이어서)

김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