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들 파격 인사혁신, 사회전반에 긍정효과 확산되길

기업 총수들이 젊어지면서 연말마다 ‘젊은 피 수혈’, ‘인적쇄신’이란 평가를 받는 경제계 인사가 줄을 잇는다. 그제 삼성전자가 단행한 인사제도 개편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직급별 승진연한을 없애고 임원도 부사장·상무 두 단계로 단순화해 실리콘밸리 기업 같은 ‘30대 임원, 40대 CEO’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빠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꿔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가려는 시도는 비단 삼성만이 아니다. 웬만한 대표 기업들도 임직원의 복잡한 직급을 대폭 줄이고, 나이와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성과에 따른 인사와 보상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엇비슷하게 나눠주는 성과급이 아닌 개인성과급(500만원)을 올해 처음 도입했다. ‘80년대생이 왔다’고 할 정도로 빅테크의 젊은 인재 기용이 대세를 이루고, 글로벌 인재 쟁탈전이 기업 운명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본격 확산된 때문이다.이런 파격적 인사혁신이 기업들의 고질적인 연공서열 문화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안정적 고용, 수직적 의사결정이 한국 기업을 성장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혁신은 연공서열 문화와 공존하기 어렵다. 문제는 ‘직급 슬림화’ ‘연봉제 도입’ 등 형식적 제도 시행이 아니다. 농경사회 전통에서 유래한 경험·경륜 중시의 서열 문화, 몸에 밴 위계질서를 얼마나 혁파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그것이 기업과 사회의 창의성을 억제하고 갉아먹어 왔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한다. 구성원 의식과 의사결정 체계의 변화 없이 호칭만 ‘OO님’, ‘매니저’ ‘프로’로 바꿔본들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기 힘들다는 사실은 몇몇 실패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라 경제 전체로도 이젠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문제를 찾아내는 수준으로 점프해야 하는 과제를 직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팀원이 최고결정자에게 직접 제안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신상필벌이 철저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진로를 바꾸는 MZ세대가 늘어나는 것은 이런 흐름이 시대적 요청이란 방증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의 인사혁신이 사회 전반의 의식과 문화를 바꾸고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 효과를 확산시키길 기대한다. ‘직무급제 도입’ 선언에 머물러 있는 공공부문이나, 행정고시 등 공무원 인사제도도 민간의 모범사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인사혁신이 생산성을 다시 끌어올리고, 잠재성장률 추락을 반전시킬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