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린이집 AI 교사에게 아이를 맡기시겠습니까?

AI 자유카페최유진 KT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AI를 통해 백신을 초고속으로 개발하거나 독거노인이 위급 상황에 처하면 AI 스피커가 보호자나 119에 연락을 취하는 등 우리사회의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AI가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아직까지 조명 받진 못했지만 실로 AI가 필요한 곳은 바로 ‘보육’분야가 아닐까 싶다.

국내 보육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보육교사 1명이 담당하는 영유아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 어린이집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중간 경력교사의 1일 총 근로시간은 9시간 7분이며 그 중 점심시간은 평균 7분, 휴식시간은 평균 37분에 불과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는 보육교사의 고충이 공감된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운영을 위한 각종 부수 업무로 어린이집 10곳 중 6곳(61.2%)에서 초과근무가 비일비재하다. 필자도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본 학부모로서 보육교사 선생님들의 노고를 알기에 주말에 무리한 다음날 어린이집에서 컨디션이 안 좋지는 않았는지, 싫어하는 반찬이 식단으로 나온 날 밥은 잘 먹었을지 열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도 한 번의 연락도 조심스러웠다. 특히 울면서 셔틀버스에 탄 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달되는 웃고 있는 사진 한 장만으로 안심하며 ‘보육의 디지털화’가 가져다 주는 엄청난 효과를 몸소 체험한 바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소통을 넘어 보육에 AI가 적용된다면, ‘AI 어린이집 교사’가 있다면 내 아이를 맡기고 싶을지 궁금해졌다.

첫 발걸음 뗀 국내 AI 보육로봇

AI 어린이집 교사가 실제로 있을까? 올해 7월, 서울시는 보육현장에 첫 ‘AI 로봇’을 도입해 어린이집 300개 소에 무상대여를 시작했다고 한다. 약 25CM의 인간의 형태를 한 소형 로봇인 이 보육 로봇은 동화구연, 율동, 동요부르기, 스무고개, 끝말잇기 등의 기능을 갖추어 보조교사 역할을 수행해 보육교사의 수업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동화책 읽어주기 등의 엔터테인먼트 측면의 기능과 영유아에게 AI 로봇을 체험할 기회도 주는 순기능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손이 부족한 어린이집 보조교사의 역할을 100% 수행하기보다는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열일하는 AI 보육로봇

일상 생활 곳곳에서 서비스 로봇이 활용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는 로봇강국 일본의 예를 살펴보았다. ‘Global Bridge Holdings’가 직영 어린이집에 도입한 AI 보육로봇 ‘VEVO’는 말 그대로 열일 중이었다. 보육교사의 수많은 업무를 나눠 담당하고 있는 ‘VEVO’의 업무는 크게 나눠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가 원에서 보낸 생활을 꼼꼼히 데이터로 수집·모니터링해 사고를 예방하고 하원 시, 부모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업무는 보육교사의 과중한 업무 중 하나인 행정작업을 자동화해 지원하는 것이다.먼저 ‘VEVO’는 원아 기저귀에 장착한 센서와 연동돼 아이가 낮잠 중, 엎드려 자는지 여부를 감지해 질식사를 예방함과 동시에 개별 원아마다 다른 낮잠시간과 뒤척인 횟수, 그날의 급식식단 등의 정보를 하원시키러 어린이집을 방문한 부모에게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기저귀 센서를 통해 아이의 체온을 매일 측정해 데이터 분석으로 그날 열이 나지 않아도 다음날의 발열여부를 예측해준다고 한다. 하원 시, 발열 가능성의 예측치를 전달받은 학부모는 집에 가서 아이 컨디션을 꼼꼼히 지켜보거나 저녁 스케쥴을 조정하는 등의 보다 세심한 양육이 가능해 진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출결여부 관리와 보조금 신청 등의 업무 등 행정처리를 위한 서류작업을 자동화해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육교사는 보육이 아닌 기타업무로 인한 시간을 덜 뺏기고 원아 한 명 한 명에 집중이 가능해 사고나 위험을 방지하고 아이들과의 교류는 더 많아지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OECD 평균대비 열악한 보육교사의 고충

OECD 국가에서는 보육의 질을 평가하는 중요 척도로 ‘교사 대 아동비율’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사 1명당 담당 아동이 15명(만 3세 기준)을 넘겨 OECD 국가 평균과 비교 시, 교사 1명당 6명을 더 보육하고 있는 현실이다.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보육교사 1명당 아동수를 기존 15명대에서 10명대로 줄이는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두 번째 보육교사의 고충은 휴게시간에도 쉴 수 없는 수 많은 행정처리 작업이다. 아이들의 낮잠시간에 어두운 교실에서 원아별로 체온/식사여부/수면시간/배변상태/그날의 활동 등을 작성해야 하는 개인 알림장 뿐만 아니라 전화상담일지, 영아 개별행동 변화 및 발달평가, 학부모면담평가, 안전교육일지, 소방훈련일지 등 작성해야 하는 서류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들이다.

보육교사의 든든한 ‘파트너’, AI 보육로봇

저명한 사회학자 Amitai Etzioni는 자신의 저서에서 “AI 간병인은 대체재가 아니라 사람의 파트너로 작동할 때, AI 간병인으로 인한 많은 우려가 사라진다”고 말한 바 있다. 교사가 영아의 요구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영아기 시절에, AI 로봇 보육사에게 자신의 아이를 선뜻 맡길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AI 보육로봇이 보육교사의 ‘든든한 파트너’가 된다면 교사와 부모의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영유아는 오전 9시에 등원해 오후 4시까지 약 7시간 가량을 어린이집에서 돌봄을 받는다. 9 to 6 워킹맘의 아이인 경우, 8시간 이상 돌봄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가정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AI 보육로봇이 아이의 낮잠시간, 식사량, 체온 등의 건강상태를 꼼꼼하게 모니터링 해 부모에게 데이터로 전달하고, 보육교사의 행정업무를 자동화해 보육교사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린다면 그곳이야말로 부모가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보육시설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교사 1명당 담당 아동이 많아 안전사고/학대 등의 사건사고가 많은 국가에서 보육교사를 단기간 내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보육교사의 파트너로 AI 보육로봇을 적극 도입해서 보육교사의 스트레스는 경감시키고 부모의 신뢰는 향상시켜 ‘보육의 질’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KT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