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건의 바이오 산책] 차세대 프로탁은 어떤 모습일까

글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Science intelligence advisor)
지난 11월 2일 자 제약 전문지 <피어스 바이오텍>은 노바티스가 대서양 건너 영국에 있는 작은 회사 두나드테라퓨틱스에 선급금 2400만 달러(284억8800만 원), 총 금액 13억 달러(약 1조5431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두나드는 이제 막 ‘뜨기’ 시작한 프로탁 개발 기업으로, 화이자가 투자한 아비나스처럼 큰 기업도 아니고 임상을 진행 중인 물질도 없다. 업계에서 “예상치 못한 빅딜이었다”는 평이 나온 배경이다.노바티스는 왜 이름도 모르는 회사에 이렇게 큰 투자를 했을까.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두나드 홈페이지에 방문했지만 자세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 자신들의 기술을 숨기고 있는 터라 외신을 통해 접한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기술’의 정체를 추측할 수밖에 없다.

노바티스가 투자한 신생기업, 두나드테라퓨틱스
기사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아주 뜨거운 분야인 타깃단백질분해(TPD·Target Protein Degrader) 분야의 에지(edge)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노바티스의 바이오메디컬 리서치(NIBR) 분야의 사장으로 합류한 제이 브래드너 박사는 단백질 디그레이더(분해 물질)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과학자다. 업계에서는 잔뼈 굵은 과학자가 선택한 두나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나드가 지난 3월 에피다렉스 캐피털에서 투자받을 때 공개한 IR 자료에는 ‘조정이 가능한 1가 소분자(tunable monovalent 소분자)’를 연구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자료에는 tunable monovalent 소분자가 직접적으로 타깃을 변형시키고 그 타깃을 분해 가능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두나드 방식의 장점은 분자가 더 약물과 같은 모습(drug-like molecule)이고 경구 투여가 가능하며,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뇌신경 타깃에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나드는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회사의 프로탁 모습은 정형을 따라 만들어진 화합물이라 ‘알파벳 수프(soup)’ 기술처럼 별 차이점이 없다고 꼬집었다.

두나드의 공동창업자이자 임시 CEO를 맡고 있는 패트릭 거닝 박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딜의 하이라이트는 차세대 단백질 디그레이더 치료제 개발에 있어 우리 플랫폼이 명확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1가(monovalent)의 작은 분자를 가진 타깃 단백질의 직접적인 변형을 통해 분해를 유도하는 방식의 접근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치료제 모달리티로서 단백질 디그레이더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다.”

기존에 사람들이 사용하던 약물은 표적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는 특정 활성 부위나 결합 부위에 반드시 결합해야만 약효를 낼 수 있다. 이런 약물을 ‘1가(monovalent)’라고 표현한다. 1가 물질이 얼마나 단백질에 많이 결합하는가에 비례해 단백질 기능을 저해하거나 때로는 활성화한다.2가에서 3가로, 프로탁의 발전 방향
이에 비해 프로탁은 결합 부위와 상관없이 ‘발생 주도형(event-driven)’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표적 단백질을 그저 분해할 수 있는 위치(Proximity)에 가깝게 붙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프로탁은 표적단백질에 결합하는 리간드 (Warhead), 링커(linker), 그리고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일으키는 효소인 E3 리가아제 리간드(Binder)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탁은 링커 양쪽에 워헤드와 바인더가 붙어 있기에 ‘2가(bivalent)’라고 부를 수 있다. 지금 업계에서 뜨거운 항체 약물 접합체 (ADC)나 이중항체도 당연히 2가 물질이다.

프로탁의 활성은 프로탁이 생물학적 사건, 즉 유비퀴틴화를 일으키는 능력에 비례한다. 프로탁의 유비퀴틴화 유도 능력은 일시적인 ‘E3 리가아제-프로탁-표적 단백질’ 삼중 복합체 형성에 달려 있다. 분리된 프로탁은 남아 있는 표적 단백질과 추가적인 삼중 복합체를 형성해 효소처럼 여러 번의 분해 과정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프로탁의 양이 많아지면 높은 농도 상태이기에 삼중 복합체 존재가 없어지기 때문에 위음성(false negative)의 결과가 나오는 ‘Hook Effect’가 일어난다.

3가 프로탁을 기술한 논문이 2021년 10월 21일에 출간됐다. ‘Trivalent PROTACs enhance protein degradation via combined avidity and cooperativity’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분명하게 3가 프로탁을 설명한다. 논문의 저자들은 프로탁의 ‘바인딩 결합가 (binding valency)’를 높여 단백질 분해가 더 일어나기 위하여 3가 프로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림과 같이 삼지창 모양으로 구성되었기에 ‘결합활성(avidity)’과 ‘협동성(cooperativity)’ 이 좋아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분해가 일어났다. 오랫동안 1 : 1 : 1의 삼자 결합이 유지돼 ‘Hook Effect’가 보이지 않았다.

‘SIM1’이라고 명명한 3가 프로탁은 이렇게 기능적인 면에서 큰 진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3가 프로탁은 2가보다도 분자량이 더 커졌기에 2가 프로탁이 소유한 물성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반대로 1가 프로탁 개발한 두나드
프로탁은 일반적인 신약 개발에서 이야기하는 물성, DMPK 등의 이슈에서 자유로운가. 물론 아니다. 의약화학자들은 구강 복용 가능한 약물을 만들기 위해 ‘Rule of five’로도 불리는 ‘리핀스키의 규칙’을 따른다.

이 규칙은 수소결합 공여자(donor)가 최대 5 개, 수소결합 수여자(acceptor)가 10개 미만, 분자량이 500 달톤보다 적음, CLogP, 즉 분 배계수 값이 5 이하가 안 됨 등이다.

그러나 프로탁의 분자가 작아도 800 이상이 되기에 용해도(solubilit y)와 흡수도 (permeability)가 상대적으로 나쁘다. 그러기에 ‘알파벳 수프’처럼 새로 만들어지는 프로탁들이 구강 복용 가능할 것인지의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점유 주도형(Occupancy-driven)’ 1가 물질에 너무 익숙하고 리핀스키의 규칙도 그 경험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여기서 벗어난 2가 프로탁이 얼마나 경구 복용이 가능한 지를 예측하기가 힘든 것이다.

더구나 프로탁은 양이 많아지면 높은 농도에서 삼중 복합체 존재를 없애기 때문에 위음성의 결과가 나오는 ‘Hook Effect’를 가지고 있고 다시 타깃 물질에 붙는 효소와 같은 역할까지 프로탁 물질 자체가 가지고 있다.

기존 규칙들로 프로탁의 승패를 결정하기는 어렵지만, 프로탁 역시 기존 약물처럼 경구 가능 여부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비나스는 지난해 12월 구강 복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2개 파이프라인의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해 주가가 약 2배 뛰었다.

필자는 노바티스가 두나드에 투자한 이유 역시 프로탁의 경구용 제제를 만들기 위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나드는 2가 프로탁에서 3가로 가는 ‘대세’에 거슬러 1가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경구용 프로탁 가능할까
아직 밝힌 내용이 많지 않아 두나드 기술이 아리송하지만 분명한 것은 노바티스는 최소한 4개 물질의 권리를 확보한 것이다.

어떤 물질로 밝혀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1가 분해제는 경구용이며 뇌혈관장벽(BBB)도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아비나스의 BBB를 통과할 수 있다는 프로탁의 IP 자료를 보면 0.1%보다도 적은 양이 BBB를 통과한다고 기술돼 있다.

역시 기술은 진화하고 발전한다. 차세대 프로탁의 분명한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
<저자 소개>
배진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JW중외제약에서 연구총괄 전무를 지냈고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과 한독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Science intelligence advisor)이자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신약 개발 분야의 석학으로,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Back to BASIC)>이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