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32개' 오미크론, 현재 우세종 델타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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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면역 회피적인 변이" 경고…기존 백신 효과 저해 우려
과학계 데이터 부족에 신중론도 "델타보다 전파력 떨어질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전세계가 다시 공포에 떨고 있다. 존재가 확인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전 대륙에서 확진자를 만들면서 지구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오미크론은 다른 변이보다 전염력이 강할 것이라는 의견이 이미 각계에서 나온 데다 기존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델타 변이를 이기고 우세종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학계에서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 뚜렷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는 속도를 내고 있다.
◇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 많지만…실제로 어떨지는 두고 봐야"
1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50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이 중 항체와 결합하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만 32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산재해있다.
이렇게 많은 돌연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모여있는 변이는 여태껏 없었다.
델타 변이의 돌연변이는 16개였다. 다만 이 돌연변이가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 세포로 침투하기에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전파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전날 방송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돌연변이가 32개라는 점을 언급하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기존 백신의 면역보호 기능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치명적이거나 항체 회피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벤저민 노이만 미 텍사스 A&M대 교수는 이 돌연변이를 여러 차에서 훔친 부품으로 조립해 만든 차에 비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다른 변이에서 개별적으로는 위협적인 돌연변이들로 만들어졌지만, 그걸 모아놨다고 힘이 더 좋다는 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돌연변이의 의미를 알아보려면 연구가 수반돼야 하지만 아직 충분한 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지난달 27일엔 두 달여 만에 최고치인 3천220명을 기록했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의 강한 전염력을 설명하는 근거 중 하나로 활용되지만, 그보단 슈퍼전파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라는 이견도 있다. ◇ "오미크론, 현재 우세종 델타보다 전파력 떨어질 수도"
오미크론 변이가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알파, 베타, 람다, 감마, 뮤 등의 변이도 발견되고 나서 한때 그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결국 델타 변이에 의해 사실상 퇴출됐다.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이 실제로 지구촌을 위협하려면 현재 우세종인 델타를 먼저 이겨야 한다.
툴레인대 바이러스학자 로버트 F. 개리 주니어는 "지금은 델타 팬데믹 상황으로, 델타 변이는 꽤 영리한 바이러스이고 전염력이 뛰어나기에 이를 능가하려면 특별한 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기원은 불분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가계도에서 떨어진 듯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델타의 돌연변이 일부를 공유하지만, 델타의 후손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미크론 변이가 인체 내에서 천천히 진화해왔다는 설과 함께, 면역 결핍 환자에게서 수개월에 걸쳐 진화해왔을 수 있다는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단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알린 남아공 의사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지만 주로 경증이었고, 델타 변이와는 증세가 달랐다고 전했다.
◇ 오미크론 항체 무력화 우려…백신·치료제 제약사들 희비 갈려
과학계는 신중론을 고수하면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회피해 백신의 효과를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스크립스 연구소의 면역학자 크리스티안 G. 앤더슨은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은 오미크론 변이가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면역 회피적인 변이가 될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면역 회피는 변이가 백신이나 확진으로 만들어진 항체 등 코로나19 방어막을 피해가는 것으로, 기존 백신 제조 공식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백신과 치료제 제조사들은 오미크론에 대한 자사 제품의 성능에 대해 다소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단백질 스파이크에 돌연변이의 수가 많다는 것은 기존 백신을 개량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한마디는 아시아 등 세계 증시를 크게 출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경증 환자에게는 백신 효능이 일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자사 백신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환자가 중증 상태로 전환하지 않도록 막아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항체 치료제는 오미크론 변이를 막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제네론은 자사의 항체치료제가 오미크론 변이에 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백신에 더해 먹는 알약 치료제도 내놓은 화이자는 오미크론 변이에 자사의 알약 치료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약 치료제는 오미크론의 변이 부위가 아닌 곳에 작용하기에 효능이 달라질 일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 위원회는 이날 머크의 코로나19 알약 치료제를 승인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약 치료제 등의 목표 지점도 변이를 일으킬 수 있어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합뉴스
과학계 데이터 부족에 신중론도 "델타보다 전파력 떨어질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전세계가 다시 공포에 떨고 있다. 존재가 확인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전 대륙에서 확진자를 만들면서 지구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오미크론은 다른 변이보다 전염력이 강할 것이라는 의견이 이미 각계에서 나온 데다 기존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델타 변이를 이기고 우세종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학계에서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 뚜렷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는 속도를 내고 있다.
◇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 많지만…실제로 어떨지는 두고 봐야"
1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50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이 중 항체와 결합하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만 32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산재해있다.
이렇게 많은 돌연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모여있는 변이는 여태껏 없었다.
델타 변이의 돌연변이는 16개였다. 다만 이 돌연변이가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 세포로 침투하기에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전파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전날 방송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돌연변이가 32개라는 점을 언급하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기존 백신의 면역보호 기능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치명적이거나 항체 회피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벤저민 노이만 미 텍사스 A&M대 교수는 이 돌연변이를 여러 차에서 훔친 부품으로 조립해 만든 차에 비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다른 변이에서 개별적으로는 위협적인 돌연변이들로 만들어졌지만, 그걸 모아놨다고 힘이 더 좋다는 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돌연변이의 의미를 알아보려면 연구가 수반돼야 하지만 아직 충분한 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지난달 27일엔 두 달여 만에 최고치인 3천220명을 기록했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의 강한 전염력을 설명하는 근거 중 하나로 활용되지만, 그보단 슈퍼전파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라는 이견도 있다. ◇ "오미크론, 현재 우세종 델타보다 전파력 떨어질 수도"
오미크론 변이가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알파, 베타, 람다, 감마, 뮤 등의 변이도 발견되고 나서 한때 그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결국 델타 변이에 의해 사실상 퇴출됐다.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이 실제로 지구촌을 위협하려면 현재 우세종인 델타를 먼저 이겨야 한다.
툴레인대 바이러스학자 로버트 F. 개리 주니어는 "지금은 델타 팬데믹 상황으로, 델타 변이는 꽤 영리한 바이러스이고 전염력이 뛰어나기에 이를 능가하려면 특별한 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기원은 불분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가계도에서 떨어진 듯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델타의 돌연변이 일부를 공유하지만, 델타의 후손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미크론 변이가 인체 내에서 천천히 진화해왔다는 설과 함께, 면역 결핍 환자에게서 수개월에 걸쳐 진화해왔을 수 있다는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단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알린 남아공 의사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지만 주로 경증이었고, 델타 변이와는 증세가 달랐다고 전했다.
◇ 오미크론 항체 무력화 우려…백신·치료제 제약사들 희비 갈려
과학계는 신중론을 고수하면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회피해 백신의 효과를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스크립스 연구소의 면역학자 크리스티안 G. 앤더슨은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은 오미크론 변이가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면역 회피적인 변이가 될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면역 회피는 변이가 백신이나 확진으로 만들어진 항체 등 코로나19 방어막을 피해가는 것으로, 기존 백신 제조 공식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백신과 치료제 제조사들은 오미크론에 대한 자사 제품의 성능에 대해 다소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단백질 스파이크에 돌연변이의 수가 많다는 것은 기존 백신을 개량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한마디는 아시아 등 세계 증시를 크게 출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경증 환자에게는 백신 효능이 일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자사 백신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환자가 중증 상태로 전환하지 않도록 막아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항체 치료제는 오미크론 변이를 막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제네론은 자사의 항체치료제가 오미크론 변이에 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백신에 더해 먹는 알약 치료제도 내놓은 화이자는 오미크론 변이에 자사의 알약 치료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약 치료제는 오미크론의 변이 부위가 아닌 곳에 작용하기에 효능이 달라질 일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 위원회는 이날 머크의 코로나19 알약 치료제를 승인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약 치료제 등의 목표 지점도 변이를 일으킬 수 있어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