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위드 코로나’ 첫해가 될 2022년 세계와 한국 경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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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상춘 한경미디어 국제금융 대기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코로나19 사태는 세계경제를 한순간에 ‘원시형 구조’로 바꿔놓았다. 원시형 경제는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절벽형’, 선점 여부가 중요한 ‘화전인식’, 하늘만 쳐다보는 ‘천우신조형’, ‘K자 형 계층적 양극화 구조’의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원시형 경제의 특징을 코로나19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세계경제에 적용했을 때, 사이먼 쿠즈네츠가 국민소득 통계를 개발했던 1937년 이후로 이렇게 앞날을 예측하는 시각이 엇갈린 적이 없었다. ‘I’ 자형, ‘L’ 자형, ‘W’ 자형, ‘U’ 자형, ‘나이키형’, ‘V’ 자형, 심지어는 ‘로켓 반등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시각이 나왔다. 종전에 알려진 거시경제 변수 간 ‘정형화된 사실’까지도 흔들어놓고 있다.대표적으로 성장률과 실업률 간 역관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나가는 영구 실업자가 급증해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더 거친 경기회복’ 구조로 바뀌면서 약화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과거와 다른 인플레이션의 형태
최근 핫이슈로 대두되는 인플레이션도 동일한 통화정책 시차 내에 모든 가능성이 한꺼번에 거론되는 ‘다중 복합 공선형’이라는 점이 종전과 다르다. 가장 큰 요인은 ‘뉴 노멀 디스토피아’의 첫 사례인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초기 충격이 커 미국 중앙은행(Fed)이 무제한 통화공급으로 대응한 것이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인플레 지속 여부를 놓고 ‘일시적’이냐의 논쟁이 거세질 무렵, 각국의 2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오자 곧바로 ‘하이퍼 인플레이션(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이 우려도 잠시, 여름 휴가철이 끝나자마자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심화된 병목과 공급망 붕괴 등으로 비용 요건이 악화됐고, 이번에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급부상했다.위드 코로나 시대 첫해가 될 2022년을 앞두고 경기와 인플레이션 면에서 현실로 닥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총수요를 늘리면 물가가 앙등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총수요를 줄이면 경기가 더 침체돼 정책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 경제 입장에서도 소득이 줄어드는 속에 물가가 오르면서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진다.
2차 오일쇼크 이후 들이닥친 1980년대 초반,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곤혹을 치르자 세율 감면 등을 통해 공급 능력을 확대하는 ‘공급 중시 경제학’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물가도 잡았다. 공급 중시 경제학의 이론적 근거가 됐던 ‘래퍼 곡선’은 당시 주류 경제학이던 케인지언의 총수요 이론으로 보면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4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이번에는 각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디지털 콘택트 산업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트워크만 깔면 갈수록 공급 능력이 확대되는 이른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디지털 콘택트 산업이 발전되면 고성장하더라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골디락스 국면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택트 산업 발전의 선행조건
하지만 디지털 콘택트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두 가지 새로운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기업 권력이 국가 권력을 넘보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크래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테크래시(techlash)란 ‘기술(technology)’과 ‘반발(backlash)’의 합성어로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에 힘 겨루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쌍방향 의미의 용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테크래시가 범세계적인 성격을 띰에 따라 디지털 뉴라운드 협상이 전개될 움직임이다. 디지털 뉴라운드 협상은 디지털 경쟁정책 라운드(CR·빅테크 독점 규제), 디지털 기술 라운드(TR·랜섬웨어 차단), 디지털 노동 라운드(BR·빈곤층 고용 차별), 디지털 환경 라운드(GR·무관세 모라토리엄 방지) 등 ‘4R’이 핵심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하나는 디지털 콘택트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경우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민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K’ 자형 양극화 구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빅테크’로 상징되는 디지털 콘택트 기업은 발전 정도에 따라 ‘횡재 효과’와 ‘상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 소득 계층별로는 중산층이 무너져 중하위 계층이 두꺼워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이드 섀플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명예교수와 앨빈 로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의 공생적 게임이론이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공생적 게임이론을 경영에 접목하는 일환으로 BOP(Bottom of Pyramid), 즉 빈곤층 비즈니스를 새로운 사업모델로 주목하고 있다.취약계층과 함께 가는 제3의 길, 임팩트 경영
수익과 빈곤층 자립기반 조성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BOP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동반자 관계 설정, 각종 기부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과 함께 가는 제3의 길인 ‘임팩트 경영’에도 주력하고 있다. ‘임팩트(empact)’란 감정이입을 뜻하는 ‘empathy’와 사회적 연대를 의미하는 ‘pact’가 결합된 용어다. 사회적 연대경영을 말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원년이 될 2022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전개될 움직임도 주목된다.
매년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와 영향 그리고 그 대응방안’을 단골 주제로 다뤄왔기 때문이다.
WEF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전 산업혁명보다 훨씬 큰 속도와 강도로 생산, 분배, 소비 등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인류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화려하게 꽃피울 4차 산업혁명에 주도권 확보 여부에 따라 세계경제 패권과 각국의 운명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콘택트 산업, BOP 비즈니스, 4차 산업뿐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알파 라이징 산업(α-rising industry), 해빙에 따른 북극과 그린란드에서 시작되는 신천지 산업(new frontier industry), 대중화 단계에 들어가는 우주항공 산업(off the earth industry) 등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제3 섹터’가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공유경제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
경제정책 운영과 관련해 공생적 게임이론이 ‘공유경제’ 논의로 급진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콘택트 산업의 발전으로 자신의 능력과 결부되지 않은 외부 효과(external or disexternal effect)가 많이 발생함에 따라 경제게임 결과를 인정하고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거세다.
능력 이상 얻은 것은 거둬서 능력과 관계없이 피해를 본 경제주체에게 배분해주는 과정에서 공유경제의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다.
‘공유경제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를 놓고 사회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모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발생하는 제반 문제들이 준(準)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어 ‘국가와 민간’, ‘계획과 시장’ 어느 한쪽에만 전적으로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간, 계획과 시장이 함께 풀어가는 혼합경제 체제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사회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도 ‘제3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 소개>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논설위원. 30년 동안 국제경제 분야만 판 전문가다. 한국은행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창립 멤버로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적 예측기관과 경제 석학,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예측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