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바이오 탐구영역] 아미코젠 “중국 의존도 줄이고 효소·바이오의약품 소재·헬스케어 사업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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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바이오 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투자 행보를 보인 기업을 꼽자면 아미코젠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효소 사업 위주였던 이 회사는 올해 의약품 원료·소재 사업뿐만 아니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도 현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올해 이 회사가 단행한 투자 규모는 1000억 원이 넘습니다. 효소, 바이오의약품 소재, 헬스케어 등 세 분야 각각에서 역량을 확보해 예방·진단·치료를 아우르는 바이오 기업을 만들겠다는 신용철 아미코젠 대표의 사업전략을 들여다봤습니다.아미코젠은 항생제에 쓰이는 특수효소 사업에 특히 강점이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회사는 세파계 항생제 제조에 필요한 CX효소를 비롯해 약 10개 효소의 생산 기술을 보유 중입니다. 효소를 활용해 콜라겐 펩타이드와 같은 바이오 신소재를 공급하거나 건강기능식품에 쓰이는 원료 개발이 주력 사업이었죠.최근엔 효소 사업에만 얽매이지 않겠다는 이 회사의 사업 방향성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미코젠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배지·레진 생산시설 구축에 나선 가운데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자회사를 통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와 보툴리눔톡신 대체재를 개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회사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면면도 주목할 만합니다. 코로나19 백신과 암백신을 개발 중인 셀리드(지난 9월 기준 지분 3.63%), 암 진단 사업을 하는 클리노믹스(7.86%), 효소 개발사 독일 라이산도(8%),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로피바이오(20%)가 아미코젠의 투자 리스트에 있습니다.
이토록 다각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배경이 무엇일까요. 이유는 중국 시장의 분위기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아미코젠은 2015년 아미코젠차이나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저분자화합물 기반인 항생제 시장은 비용절감 경쟁이 치열한 분야입니다. 가격경쟁력에 강점이 있는 중국 제약사들이 활약하기 좋은 무대죠. 이들 제약사에 툴라스로마이신을 비롯한 원료의약품을 공급해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주요 사업 전략 중 하나였습니다.2019년 들어선 상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유행으로 바이오 소재와 원료의약품을 전략물자화하려는 기조가 나타나면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겁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사업 의존도가 커진다면 향후 무역 규제 등의 이슈로 인해 사업 전반이 휘청거릴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 것이죠. 신용철 대표는 “아미코젠차이나가 견실한 매출을 내고 있지만 안주할 수 없다”며 “국내와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①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효소 공급 전담
아미코젠은 사업부문 각각에서 대외환경 변화에도 사업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사업부문은 특수효소, 최근 배지·레진으로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소재, 건강기능식품을 포괄하는 헬스케어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특수효소 사업부터 살펴보죠. 중국·인도 등에 있는 원료의약품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가격경쟁력보다는 이들 기업이 흉내낼 수 없는 새로운 효소를 공급하는 게 더 이상적일 겁니다.
아미코젠은 지난해 12월 리히텐슈타인 라이산도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슈퍼박테리아 항생제용 효소인 엔도리신을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막아 치료 효과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에 저항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항생제 도입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엔도리신 기반 항생제는 이미 만들어진 세포벽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저항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이 엔도리신은 인체용 항생제 외에도 동물의약품, 의료 소재 코팅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라이산도는 세균별로 활용할 수 있는 엔도리신 400여 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소재로 개발하려는 10여 개사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 대표는 “의료기기 소재로는 3년, 동물의약품으로는 5년, 인체 대상 항생제로는 10년 안에 엔도리신 제품 상용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라이산도에게서 기술이전을 받은 다른 독일 기업 2곳과 엔도리신 공급 등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습니다.
아미코젠은 기존 생산능력 대비 엔도리신의 생산수율을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생산수율에서 업계 독보적인 우위를 확보한 만큼 엔도리신 기반 신약 개발사를 대상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게 신 대표의 판단입니다. 아미코젠은 엔도리신 사업을 위해 경남 진주에 6450㎡ 규모로 의약품용 단백질 GMP 공장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라이산도에서 도입한 엔도리신 기반 상처치료제는 연내 품목 허가를 받아 내년 국내 판매에 나설 예정입니다.
② 바이오의약품 소재, 바이오시밀러의 ‘제네릭화’ 대비
바이오의약품 소재 사업에선 배지·레진 생산을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은 통상 동물세포를 배양해 얻어낸 단백질로 만듭니다. 이때 동물세포가 먹는 영양분이 배지입니다. 레진은 세포에서 단백질을 분리하는 용도입니다.두 소재 모두 국산화가 절실한 소재입니다. 국내에서 의약품 개발·생산에 쓰이는 배지는 사실상 전량을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이죠. 레진 시장은 미국 다나허의 자회사인 사이티바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이들 소재의 수출을 국가 방역 차원에서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국내 기업들은 배지와 레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레진 같은 경우는 지난 11월 기준 대량 주문이 가능한 대형 바이오시밀러 개발사가 아니면 주문 후 공급까지 8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아미코젠은 배지와 레진을 국산화해 공급망의 안정성과 신속한 공급 속도를 무기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신 대표는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10년 뒤엔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양상이 제네릭(저분자화합물 복제약)과 흡사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습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우후죽순 늘어나는 상황에선 결국 제네릭 시장처럼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이 승부처가 될 거라는 게 그의 판단입니다. 통상 바이오시밀러의 제조원가에서 배지·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입니다.
지난 11월 중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로피바이오의 지분 20%를 확보하기로 한 아미코젠의 결정도 이 회사의 배지·레진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습니다. 로피바이오는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 5곳 중 하나입니다. 지난 10월엔 대만 업체에 중화권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로피바이오는 내년 유럽에서 임상 1상에 나설 계획입니다. 아미코젠은 이 임상에 쓰일 배지·레진을 공급해 유럽시장 실적을 쌓겠다는 구상입니다. 신약 개발사 입장에선 아미코젠의 배지가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유럽과 같은 선진 시장에서 로피바이오를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해 향후 다른 지역으로도 배지와 레진을 공급하는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죠.
로피바이오에 대한 투자는 세포주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합니다. 통상 피하주사 방식 항체치료제는 1회 투여에 200~500mg이 주입됩니다. 반면 안구에 주사하는 아일리아는 1회 투여 시 2mg를 넣는다고 합니다. 같은 주사제더라도 훨씬 적은 양의 항체를 생산해 제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죠.
다만 아일리아의 경우 단백질에 글리코실기를 붙이는 당화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거쳐 일정한 품질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세포주를 개발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신 대표는 “로피바이오는 세포주 개발에 특히 강점이 있다”며 “로피바이오의 세포주 개발 기술을 살려 바이오벤처들의 공정 개발을 지원하는 CDMO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③ 유산균 기능인정형 인증받고 치료제 美 임상
헬스케어 사업은 아미코젠이 창업 당시인 2000년부터 효소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사업으로 꾸준히 키워왔던 사업부문입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의 대세가 된 프로바이오틱스 분야에선 강점으로 내세울 만한 유산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이 회사에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신 대표는 10년 전부터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산균 개발사를 물색해왔다고 합니다. 지난 9월 비피도 지분 30%를 601억 원에 매입하면서 드디어 이 물색의 결실을 냈죠.
유산균은 크게 비피도박테리움과 락토바실러스 두 종류로 나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피도는 비피도박테리움 연구 분야에선 가장 선도적인 기업입니다. 기술력은 확실했지만 비피도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회사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였습니다. 미국 임상 2상 단계에 들어간 국내 기업이 있는 것과 달리 비피도는 이제 임상 1상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치료제 개발보다는 B2C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공급에 힘을 써왔습니다.
신 대표는 비피도의 사업 전략을 두 가지로 잡았습니다. 하나는 개별인정형 원료 인증을 통해 B2B 사업을 확장하는 방향입니다. 그간 비피도는 주로 고시형 원료로서 유산균을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효능 가진 건강기능식품을 내놓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별적으로 기능성과 안전성을 입증받는 개별인정형 원료 인증이 필수입니다. 아미코젠은 이 인증을 획득해 다른 기업들이 탐낼 만한 유산균을 원료로 공급하는 쪽으로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전략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입니다. 비피도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전 사전 미팅을 연내 진행할 예정입니다. 내년 상반기 중 IND 허가가 목표입니다. 향후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 하는 방식의 항암제를 포함해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3개까지 늘리겠다는 밑그림까지 그려놨습니다.
④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진단·보톡스 사업도 준비
내년 신 대표가 가장 눈여겨보는 사업 이벤트는 따로 있습니다. 자회사 아미코젠파마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AGP600’의 임상 결과입니다. 지난 10월 국내에서 임상 2a상 IND를 승인받고 코로나19 중증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연내 투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 머크(MSD)와 화이자가 경구제를 개발한 상황에서 경구제 개발 경쟁을 하는 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신 대표는 “기존 경구제 대비 안전성과 비용 면에서 우위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기존 항바이러스제나 소염제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낸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AGP600은 항염증·항산화·면역조절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을 이용합니다. 이 UDCA는 대웅제약의 간장약 우루사의 주요 원료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UDCA는 물에 녹는 정도가 1L 당 4mg 수준에 불과합니다. 복용 시 아주 소량만 체내에 스며든다는 점 때문에 그간 약물이 가장 먼저 흡수되는 장기인 간을 대상으로 쓰여왔습니다. 다른 장기엔 약효를 낼 정도로 약물을 전달하기가 어려웠죠.
아미코젠파마는 용해도를 2만 배 끌어올려 1L당 80g 수준까지 개선했습니다. 용해도가 높아지면 간이 아닌 다른 장기에도 충분한 농도로 새로운 약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미국 아밀릭스는 UDCA로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 치료제의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밀릭스는 UDCA에 타우린을 붙여 용해도를 1L당 130mg 수준으로 30배 향상시켰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임상 2상에서 투약군의 생존 기간(25개월)을 위약군(18.5개월) 대비 6.5개월 늘리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아미코젠파마는 동물실험에서 UDCA 투약 결과 폐세포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에이스2 단백질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발현이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에이스2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 세포 표면에 침입할 때 사용하는 핵심 단백질입니다. 이 단백질의 수용체 수를 줄여 치료 효과를 내는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는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습니다.
신 대표는 “현존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거나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부작용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UDCA를 이용하면 기존 치료제보다 생산 비용을 줄이면서도 이 같은 부작용 우려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상 2a상에서 유의미한 효능이 나타날 경우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아미코젠은 지분을 보유 중인 다른 기업과 연계해 진단과 보톡스 관련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클리노믹스의 유전자 분석 기술을 살려 암 바이오마커 진단 및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스킨메드와는 펩타이드를 이용해 안전성을 높인 보툴리눔톡신 대체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년 임상 진입이 유력합니다. 신 대표는 “효소와 건강기능식품 사업 위주였던 벤처기업에서 벗어나 예방, 진단, 치료를 아우르는 바이오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이 회사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면면도 주목할 만합니다. 코로나19 백신과 암백신을 개발 중인 셀리드(지난 9월 기준 지분 3.63%), 암 진단 사업을 하는 클리노믹스(7.86%), 효소 개발사 독일 라이산도(8%),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로피바이오(20%)가 아미코젠의 투자 리스트에 있습니다.
이토록 다각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배경이 무엇일까요. 이유는 중국 시장의 분위기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아미코젠은 2015년 아미코젠차이나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저분자화합물 기반인 항생제 시장은 비용절감 경쟁이 치열한 분야입니다. 가격경쟁력에 강점이 있는 중국 제약사들이 활약하기 좋은 무대죠. 이들 제약사에 툴라스로마이신을 비롯한 원료의약품을 공급해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주요 사업 전략 중 하나였습니다.2019년 들어선 상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유행으로 바이오 소재와 원료의약품을 전략물자화하려는 기조가 나타나면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겁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사업 의존도가 커진다면 향후 무역 규제 등의 이슈로 인해 사업 전반이 휘청거릴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 것이죠. 신용철 대표는 “아미코젠차이나가 견실한 매출을 내고 있지만 안주할 수 없다”며 “국내와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①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효소 공급 전담
아미코젠은 사업부문 각각에서 대외환경 변화에도 사업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사업부문은 특수효소, 최근 배지·레진으로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소재, 건강기능식품을 포괄하는 헬스케어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특수효소 사업부터 살펴보죠. 중국·인도 등에 있는 원료의약품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가격경쟁력보다는 이들 기업이 흉내낼 수 없는 새로운 효소를 공급하는 게 더 이상적일 겁니다.
아미코젠은 지난해 12월 리히텐슈타인 라이산도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슈퍼박테리아 항생제용 효소인 엔도리신을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막아 치료 효과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에 저항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항생제 도입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엔도리신 기반 항생제는 이미 만들어진 세포벽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저항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이 엔도리신은 인체용 항생제 외에도 동물의약품, 의료 소재 코팅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라이산도는 세균별로 활용할 수 있는 엔도리신 400여 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소재로 개발하려는 10여 개사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 대표는 “의료기기 소재로는 3년, 동물의약품으로는 5년, 인체 대상 항생제로는 10년 안에 엔도리신 제품 상용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라이산도에게서 기술이전을 받은 다른 독일 기업 2곳과 엔도리신 공급 등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습니다.
아미코젠은 기존 생산능력 대비 엔도리신의 생산수율을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생산수율에서 업계 독보적인 우위를 확보한 만큼 엔도리신 기반 신약 개발사를 대상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게 신 대표의 판단입니다. 아미코젠은 엔도리신 사업을 위해 경남 진주에 6450㎡ 규모로 의약품용 단백질 GMP 공장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라이산도에서 도입한 엔도리신 기반 상처치료제는 연내 품목 허가를 받아 내년 국내 판매에 나설 예정입니다.
② 바이오의약품 소재, 바이오시밀러의 ‘제네릭화’ 대비
바이오의약품 소재 사업에선 배지·레진 생산을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은 통상 동물세포를 배양해 얻어낸 단백질로 만듭니다. 이때 동물세포가 먹는 영양분이 배지입니다. 레진은 세포에서 단백질을 분리하는 용도입니다.두 소재 모두 국산화가 절실한 소재입니다. 국내에서 의약품 개발·생산에 쓰이는 배지는 사실상 전량을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이죠. 레진 시장은 미국 다나허의 자회사인 사이티바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이들 소재의 수출을 국가 방역 차원에서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국내 기업들은 배지와 레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레진 같은 경우는 지난 11월 기준 대량 주문이 가능한 대형 바이오시밀러 개발사가 아니면 주문 후 공급까지 8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아미코젠은 배지와 레진을 국산화해 공급망의 안정성과 신속한 공급 속도를 무기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신 대표는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10년 뒤엔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양상이 제네릭(저분자화합물 복제약)과 흡사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습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우후죽순 늘어나는 상황에선 결국 제네릭 시장처럼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이 승부처가 될 거라는 게 그의 판단입니다. 통상 바이오시밀러의 제조원가에서 배지·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입니다.
지난 11월 중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로피바이오의 지분 20%를 확보하기로 한 아미코젠의 결정도 이 회사의 배지·레진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습니다. 로피바이오는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 5곳 중 하나입니다. 지난 10월엔 대만 업체에 중화권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로피바이오는 내년 유럽에서 임상 1상에 나설 계획입니다. 아미코젠은 이 임상에 쓰일 배지·레진을 공급해 유럽시장 실적을 쌓겠다는 구상입니다. 신약 개발사 입장에선 아미코젠의 배지가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유럽과 같은 선진 시장에서 로피바이오를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해 향후 다른 지역으로도 배지와 레진을 공급하는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죠.
로피바이오에 대한 투자는 세포주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합니다. 통상 피하주사 방식 항체치료제는 1회 투여에 200~500mg이 주입됩니다. 반면 안구에 주사하는 아일리아는 1회 투여 시 2mg를 넣는다고 합니다. 같은 주사제더라도 훨씬 적은 양의 항체를 생산해 제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죠.
다만 아일리아의 경우 단백질에 글리코실기를 붙이는 당화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거쳐 일정한 품질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세포주를 개발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신 대표는 “로피바이오는 세포주 개발에 특히 강점이 있다”며 “로피바이오의 세포주 개발 기술을 살려 바이오벤처들의 공정 개발을 지원하는 CDMO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③ 유산균 기능인정형 인증받고 치료제 美 임상
헬스케어 사업은 아미코젠이 창업 당시인 2000년부터 효소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사업으로 꾸준히 키워왔던 사업부문입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의 대세가 된 프로바이오틱스 분야에선 강점으로 내세울 만한 유산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이 회사에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신 대표는 10년 전부터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산균 개발사를 물색해왔다고 합니다. 지난 9월 비피도 지분 30%를 601억 원에 매입하면서 드디어 이 물색의 결실을 냈죠.
유산균은 크게 비피도박테리움과 락토바실러스 두 종류로 나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피도는 비피도박테리움 연구 분야에선 가장 선도적인 기업입니다. 기술력은 확실했지만 비피도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회사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였습니다. 미국 임상 2상 단계에 들어간 국내 기업이 있는 것과 달리 비피도는 이제 임상 1상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치료제 개발보다는 B2C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공급에 힘을 써왔습니다.
신 대표는 비피도의 사업 전략을 두 가지로 잡았습니다. 하나는 개별인정형 원료 인증을 통해 B2B 사업을 확장하는 방향입니다. 그간 비피도는 주로 고시형 원료로서 유산균을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효능 가진 건강기능식품을 내놓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별적으로 기능성과 안전성을 입증받는 개별인정형 원료 인증이 필수입니다. 아미코젠은 이 인증을 획득해 다른 기업들이 탐낼 만한 유산균을 원료로 공급하는 쪽으로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전략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입니다. 비피도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전 사전 미팅을 연내 진행할 예정입니다. 내년 상반기 중 IND 허가가 목표입니다. 향후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 하는 방식의 항암제를 포함해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3개까지 늘리겠다는 밑그림까지 그려놨습니다.
④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진단·보톡스 사업도 준비
내년 신 대표가 가장 눈여겨보는 사업 이벤트는 따로 있습니다. 자회사 아미코젠파마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AGP600’의 임상 결과입니다. 지난 10월 국내에서 임상 2a상 IND를 승인받고 코로나19 중증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연내 투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 머크(MSD)와 화이자가 경구제를 개발한 상황에서 경구제 개발 경쟁을 하는 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신 대표는 “기존 경구제 대비 안전성과 비용 면에서 우위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기존 항바이러스제나 소염제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낸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AGP600은 항염증·항산화·면역조절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을 이용합니다. 이 UDCA는 대웅제약의 간장약 우루사의 주요 원료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UDCA는 물에 녹는 정도가 1L 당 4mg 수준에 불과합니다. 복용 시 아주 소량만 체내에 스며든다는 점 때문에 그간 약물이 가장 먼저 흡수되는 장기인 간을 대상으로 쓰여왔습니다. 다른 장기엔 약효를 낼 정도로 약물을 전달하기가 어려웠죠.
아미코젠파마는 용해도를 2만 배 끌어올려 1L당 80g 수준까지 개선했습니다. 용해도가 높아지면 간이 아닌 다른 장기에도 충분한 농도로 새로운 약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미국 아밀릭스는 UDCA로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 치료제의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밀릭스는 UDCA에 타우린을 붙여 용해도를 1L당 130mg 수준으로 30배 향상시켰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임상 2상에서 투약군의 생존 기간(25개월)을 위약군(18.5개월) 대비 6.5개월 늘리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아미코젠파마는 동물실험에서 UDCA 투약 결과 폐세포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에이스2 단백질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발현이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에이스2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 세포 표면에 침입할 때 사용하는 핵심 단백질입니다. 이 단백질의 수용체 수를 줄여 치료 효과를 내는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는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습니다.
신 대표는 “현존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거나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부작용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UDCA를 이용하면 기존 치료제보다 생산 비용을 줄이면서도 이 같은 부작용 우려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상 2a상에서 유의미한 효능이 나타날 경우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아미코젠은 지분을 보유 중인 다른 기업과 연계해 진단과 보톡스 관련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클리노믹스의 유전자 분석 기술을 살려 암 바이오마커 진단 및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스킨메드와는 펩타이드를 이용해 안전성을 높인 보툴리눔톡신 대체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년 임상 진입이 유력합니다. 신 대표는 “효소와 건강기능식품 사업 위주였던 벤처기업에서 벗어나 예방, 진단, 치료를 아우르는 바이오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