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원장 "북미사일 시험발사 문제삼지 않는 게 도움"…논란일듯(종합)

내년 한미연합훈련 유예·해리스-김여정 협상 채널 제안도
방미 국책연구원장들, 美에 종전선언 설파…"비핵화 협상의 입구"
美 전문가들 반박…"종전선언 위험", "北, 유엔 결의 지속 위반"
정부의 대표적인 통일·외교·안보 국책연구기관의 수장들이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 필요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의 징검다리를 놓고자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을 놓고 미국 조야의 여론을 환기하려는 차원의 행보로 읽힌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과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가 주최한 북미관계 전망 포럼과,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비핵화 협상 입구로서의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김 원장은 현시점 한미 간 전략대화의 화두를 종전선언으로 규정하고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정부의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전략 관점에선 한반도에 지속해서 작동 가능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전략이기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1992년 한중 수교 모델을 적용해 관계 정상화나 수교를 추진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비핵화의 종착역으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관계정상화를 매개로 북한을 비핵화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원장은 "종전선언은 미국이 북한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미국은 적극적으로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미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망설이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북한이 선뜻 받을지도 모르는데 자꾸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오히려 북한은 대북제재를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등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이 되고 있다"며 "제재완화 방향으로 가면서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원장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우리에게 위협은 사실이지만 우리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개발하는데 그에 상응하는 사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땐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언급은 SLBM을 비롯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해온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이어서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원장은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정도 실험은 묵인할 수 있는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홍 원장은 "종전선언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지속하면 내년 4∼10월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피하는 방안으로 내년 봄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제안했다.

그는 "연합훈련을 해도 1부는 방어, 2부 반격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2부 훈련이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 있어 굉장히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북으로 (반격해) 올라간다는 것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이고, 그리되면 결국 우리가 하지 못할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2부 훈련은 생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착상태인 북미협상에 대해서도 그는 "북미 간 톱다운(하향)·보텀업(상향) 병합 방식이 안 되면 협상해도 타결이 어렵다"면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정도의 회담이 안 되면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북미협상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양측의 '넘버2간 협상'을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은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 중 하나라는데 말과 행동이 다르다"며 "그런 생각 자체를 안 바꾸면 절대로 북핵 문제 해결은 어렵다.

종전선언은 기본이고 스냅백을 동원한 제재 완화를 안 하면 북핵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북한 체제는 정상 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은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며 "대화에 나오면 논의할 수 있다고 하는 정도로는 북한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이 미소 냉전종식을 이끌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고르바초프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우리가 오히려 스탈린이 되게 만드는 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포럼에서는 미 싱크탱크 관계자들의 반박도 뒤따랐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협박 외교와 무력을 통해 한반도를 점령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방식은 지난 70년간 변하지 않았다"며 한반도 갈등 상황의 책임을 북한으로 돌렸다.

그는 종전선언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은 한반도 안보 문제는 미국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종전선언은 파국으로 가기 쉽고, 한미 국익에서 봤을 때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북한이 지속해서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한 뒤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은 '오늘 살인하지 않았으니 잘했다'는 것과 같다"며 "제재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법 이행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