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 9. COMPANY] 툴젠, 국내 유일 크리스퍼 Cas9 원천특허 보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대한 원천특허를 국내에서 단독으로 보유했습니다. 기술을 고도화하고 신약 개발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김영호 대표는 툴젠의 강점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 특허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툴젠은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을 포함한 9개 국가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원천특허를 등록했다. 그중 미국에서는 분할 출원한 특허 중 일부가 등록되고 나머지 특허에 대해서는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툴젠은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신약 개발과 식물 종자, 동물, 화학제품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기능을 강화하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응용 기술도 꾸준히 개발해왔다. 원천기술 및 응용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더욱 많은 기술이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다.

최근 크리스퍼 Cas9 외에도 크리스퍼 Cpf1(Cas12a) 등 유사 도구와 베이스 에디터 등 변형 도구들이 여러 연구자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변형 및 응용된 기술이 받아들여지는 속도가 Cas9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Cas9 관련 연구논문 발간 건수는 2만3508건으로 다른 유전자 편집 기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김 대표는 “최근 다양한 Cas 단백질이 유전자 편집을 위해 활용되고 있지만 Cas9은 여전히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골든 스탠더드”라고 강조했다. 일부 연구에서 Cpf1의 유전자 절단 정확도 및 특이성이 Cas9에 비해 좋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효율 때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스 에디터와 Cas9 기술은 각각 다른 형태의 유전자 교정에 적합한 도구로 분화된 것이기에 핵심기술의 사업화에 주는 영향은 없을 것이란 것이다.

툴젠은 유전자 교정 플랫폼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총 17건 체결했다. 미국 진단기업인 서모피셔사이언티픽, 독일 농업기업인 몬산토 등에 기술이전했다.

절단 효율 유지하고 정확성 향상시킨 스나이퍼 Cas9
툴젠은 기존 Cas9에 비해 절단 효율을 유지하면서 정확성을 향상시킨 스나이퍼 Cas9 유전자가위를 개발했다. 유전자가위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표적이탈(off target) 현상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20~22개의 연속된 염기서열을 표적한다. 하지만 간혹 표적하는 염기서열과 1~2개가 다른 염기서열을 자르는 표적이탈 현상이 발생한다. 툴젠은 가이드RNA의 서열과 정확히 상보적인 결합을 했을 때만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것을 목표하는 스나이퍼 Cas9을 개발했다.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에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총 7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추가적으로 기능을 개선한 스나이퍼 Cas9 2.0에 대해서는 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기존 Cas9보다 크기를 약 60% 줄인 cjCas9도 개발했다. 크기가 작은 Cas9은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Adeno-Associated Virus)에 탑재할 수 있다. 기존 Cas9은 DNA 크기가 커서 가이드RNA와 함께 AAV에 넣을 수 없었다. AAV를 통해 사람의 장기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궁극적으로 체내 편집 치료제를 개발하기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툴젠은 cjCas9에 대해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 4개 특허를 등록했다. 캐나다 EU, 중국, 홍콩에 출원한 특허는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확장성 넓은 CAR-T 플랫폼 ‘Styx-T’
툴젠은 2018년에 ‘DGK(Diacylglycerol kinase)’를 제거해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2019년에는 호주의 세포치료제 기업인 카세릭스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개발한 Styx-T를 지난 5월에 카세릭스에 총 15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Styx-T는 고형암을 표적하기 위한 CAR-T 플랫폼 기술이다. 카세릭스는 내년에 미국 임상 1상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향후 카세릭스가 다른 기업에 기술이전한다면 특허양도(서브라이선스)로 인한 수익도 받을 수 있다.

CAR-T치료제 개발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는 면역반응유전자를 제거한 동종유래 치료제를 만들려는 시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툴젠은 해당 기전의 CAR-T 개발 경쟁이 포화 상태라고 판단해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Styx-T는 유전자가위로 DGK 유전자를 제거해서 T세포의 활성도를 향상시킨다. 김 대표는 “기존 CAR-T보다 높은 암세포 사멸 효과를 확인했다”며 “기존 CAR-T에 비해 재발률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yx-T의 강점은 확장성이다. 현재 자가 유래 CAR-T치료제로 개발 중이지만 향후 동종 유래 CAR-T로도 추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T세포뿐만 아니라 아니라 자연살해(NK)세포, 사이토카인유도살해(iNK)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에서도 DGK 유전자를 제거했을 때 항암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CAR-T에 대해서도 여러 건의 기술이전이 가능하다. Styx-T 플랫폼의 기술이전 계약은 특정한 CAR에 한정된 독점 권리를 부여한다. 카세릭스에 기술이전한 이후에도 지난 9월에 앱클론과 Styx-T를 활용하는 고형암 CAR-T 치료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더욱 많은 기술이전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MT1A 및 wetAMD 신약 2023년 임상 개시 목표
툴젠은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외에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체내 편집치료제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 1A형(CMT1A) 치료제인 ‘TGT-001’과 습성황반변성(wetAMD) 치료제인 ‘TG-wAMD’가 대표적인 체내 편집치료제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단일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손과 발의 말초신경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PMP22’가 중복 돌연변이로 인해 과발현되는 것이 원인이다. PMP22가 과발현되면 신경세포를 둘러싼 지질구조인 마이엘린(myelin)이 손상된다. 그 결과 손과 발의 근육들이 위축되고 감각이 소실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보행장애와 실명 및 난청 등도 주요 증상이다. 현재까지 승인받은 치료제는 없다.

TGT-001은 체내 투여로 유전자를 편집해 PMP22 유전자의 과발현을 억제하기 위한 유전자 편집 치료제다. 세포실험 및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현재 영장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 비임상 독성실험을 마무리하고 임상시험계획(IND)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상 개시는 2023년을 목표하고 있다. 툴젠은 세계 최대 규모의 CMT 환우재단인 CMTA와 미국 임상시험 준비를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습성황반변성은 망막 주변에 혈관이 생성되며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노인성 질환이다. 현재 승인받은 치료제가 있지만 매달 한 번씩 눈에 주사해야 한다, 툴젠의 TG-wAMD는 안구에서 새로운 혈관이 생성되지 않도록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전이다. 1회 주사만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유도한다. 현재 중국에서 영장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3년 임상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김영호 대표는 “툴젠의 목표는 유전질환의 고통에서 환자들을 해방시키는 것”이라며 “코스닥 이전상장을 계기로 연구개발에 집중해서 성과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이전상장을 위한 4번째 도전
툴젠은 2014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 11월 10일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이번이 툴젠의 네 번째 코스닥 도전이다.

툴젠은 2015년과 2016년에 기술성 특례 상장을 신청했다. 첫 번째는 경영권 분쟁 때문에, 두 번째는 특허 분쟁의 우려를 이유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8년에는 이익 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으로 상장에 재도전했다. 하지만 당시 최대주주였던 김진수 창립자와 서울대 측과의 소송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진 철회했다. 현재 툴젠의 최대주주는 제넥신이다. 툴젠은 과거 상장에 걸림돌이 됐던 모든 요인을 해소했다는 입장이다.

툴젠의 공모가는 7만 원으로 정해졌다. 70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증권신고서에서 밝힌 1순위 사용 목적은 크리스퍼 원천특허를 등록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수료 등의 비용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50억 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임상 진행을 위한 비용으로는 3년간 392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툴젠 공모 개요
공모주식 수 100만 주
공모가 7만 원
수요예측일 11월 25~26일
청약일 12월 2~3일
상장 예정일 12월 10일
주관사 한국투자증권

툴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1~3세대 유전자가위를 모두 개발한 회사
by LB인베스트먼트 박중건 전무
CRISPR 유전자가위 원천기술과 특허는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플랫폼 기술이다. 이를 바탕으로 특허수익화 사업, 유전자치료제, 그린바이오 사업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의 기업가치는 이제 겨우 초입 단계에 해당된다. 임상 진입이 예상되는 내년 이후에는 정상적인 밸류에이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회사의 지식재산권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강력하다고 평가되며, 저촉심사에서 예상대로 우선권을 확보할 경우 유전자가위 분야 월드 클래스 기업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툴젠 vs. CVC그룹 vs. 브로드연구소
한 장으로 읽는 툴젠의 美 특허 전쟁史
툴젠은 크리스퍼 Cas9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특허를 호주, 한국,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일본, 중국, 홍콩, 미국, 인도에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특허권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분할 출원한 일부 특허는 등록됐지만 나머지 일부는 법정 공방을 진행 중이다.

2012년 5개 기관 특허 전쟁 참전
미국은 2013년에 특허법을 개정하며 선출원주의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는 모두 법 개정 이전에 출원돼 선발명주의를 따른다. 선발명주의는 같은 특허일 경우 출원일에 관계없이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를 판단해서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다.
미국 특허 분쟁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미국에서는 총 5개 기관이 크리스퍼 Cas9 유전자가위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출원했다.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대가 2012년 3월 20일로 특허 출원일이 가장 앞섰다. 5일 후에는 CVC그룹(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오스트리아 빈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를 통칭하는 용어)가 특허를 출원했다. 두 기관의 특허는 핵이 없는 원시세포인 ‘원핵세포’에 크리스퍼 Cas9을 적용했다. 같은 해 10월 23일에는 툴젠이 특허를 출원했다. 시그마 알드리치와 브로드연구소는 두 달 후인 12월 6일과 12일에 각각 특허를 출원했다. 세 기관의 기술 적용 범위에는 진핵세포까지 포함됐다.
특허 등록은 브로드연구소가 가장 빨랐다. 브로드연구소는 우선 심사(패스트트랙)를 활용해 2014년에 특허 등록을 받았다. 이후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서 브로드연구소 등록 특허와 CVC그룹의 출원 특허에 대해 저촉심사(Interference)를 시작했다. 저촉심사는 두 특허 사이의 선발명자를 정하는 제도다. 특허심판원은 저촉심사에서 브로드연구소의 손을 들었다. CVC그룹은 기술 적용 범위를 원핵세포로 한정됐지만 브로드연구소는 진핵세포에 대한 적용을 명시했으므로 서로의 청구항(특허 범위)이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촉심사 개시하며 반전 노리는 툴젠
특허 등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하나의 특허를 나누어 출원하는 ‘분할출원’ 전략이 사용된다. 브로드연구소와 UC버클리는 30~50여 개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로 분할출원했다. 툴젠은 비용 등의 문제로 4개의 특허로 나누어 출원했다.
툴젠의 특허는 처음에 심사관으로부터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 의견을 통보받았다. 이후 툴젠은 2017년에 PTAB에 항소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PTAB는 미국 심사관의 거절 의견을 파기하고 툴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권리 범위가 좁은 특허 1건은 작년 10월에 등록됐다. 다른 2건의 특허는 CVC그룹 및 브로드연구소와 각각의 저촉심사를 진행 중이다. PTAB는 두 건의 저촉심사에서 모두 툴젠에 선순위권리자(Senior Party) 지위를 부여했다. 남은 저촉심사 과정에서 후순위권리자(Junior Party)가 선발명을 증명하지 못하면 툴젠이 선발명자로 인정된다.
툴젠은 이번 저촉심사를 미국에서 특허 권리를 확장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김영호 대표는 미국에서 대부분의 특허 분쟁이 판결 전에 협상으로 타결되는 만큼 삼자간 협상도 예상하고 있다. 선순위권리자를 인정받은 만큼 저촉심사가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협상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다.
박인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