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대응에 분주해진 진단기업…‘변이 판별’ 시장 열리나?

우세종 파악·방역 위해 필요
씨젠·미코바이오메드 “구분 진단 가능”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로 지정한 가운데, 오미크론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분자진단(PCR) 키트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S) 부위에 32개 변이가 확인됐다. 그 중에는 감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D614G' 'N501Y' 'K417N' 등의 유전자가 포함됐다. 다른 변이에 비해 감염력이 높을 것이란 예상의 근거다.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사들은 이미 출시했거나 개발 중인 제품들의 오미크론에 대한 효능을 검토하고 있다. MSD와 화이자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오미크론에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 중이다. 이들 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하지 않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흡입형의 병용(칵테일)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오미크론의 감염력 및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을 파악하는 데 2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PCR 진단키트, 오미크론 감염 확진 가능

국내 진단기업들도 오미크론 대응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은 PCR 검사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PCR 검사는 변이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를 증폭해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향후 발생할 변이에 대해서도 코로나19 감염을 진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오미크론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PCR 제품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확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중 오미크론 감염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오미크론의 돌연변이 부분도 표적해야 한다. 현재 오미크론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모두 분석하는 전장유전체검사(WGS)가 유일한 방법이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유입을 판단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해외 입국자 중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전수 WGS 검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WGS는 분석을 위해 5일 이상이 소요돼 확산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항원 및 항체 신속진단키트의 경우에는 변이를 구분할 수 없다. 오미크론 여부 확인에 PCR 검사법이 필요한 이유다.

씨젠·미코바이오메드, 기존 제품으로 변이 구분 가능

코로나19 확진 이후 다시 어떤 변이에 따른 감염인지 구분하는 것은 확산 양상을 파악하고 우세종에 따른 방역 대책을 세우기 위해 필요하다. 최근 홍콩에서는 사람 간의 집적 접촉 없이 복도를 통해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가 나왔다. 확산세에 따라 새로운 차원의 방역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만약 기존 백신의 오미크론 예방력이 떨어진다면 오미크론 구분은 더욱 중요해진다. 새로운 백신 개발이 필요할 수 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대표는 최근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 대해 덜 효과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봉희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mRNA 백신은 기존 야생형(우한) 바이러스의 RNA 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돌연변이로 인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일반적으로 감염력과 치명도는 반비례하는데 오미크론은 확산세가 빠르다”며 ”기저질환자를 제외하고는 치명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미크론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나오지 않아 위험성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후속 대응을 위해 오미크론의 확산세를 계속 감시(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란 게 중론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그동안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기존 우려 변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감시해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진단총괄팀 관계자는 “국내에서 어떤 변이가 얼마나 확산되는지 감시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꾸준히 진행 중”이라며 “민·관 협동으로 오미크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PCR에 대한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기존 PCR 제품으로 오미크론 감염을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마쳤다.

씨젠은 기존에 유럽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 중 ‘Allplex SARS-CoV-2 Master Assay’로 오미크론 구분 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제품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중 'E' 'RdRP' 'N' 'S'와 변이 바이러스 유전자 5종(HV 69/70 deletion, Y144 deletion, E484K, N501Y, P681H)을 표적한다. 오미크론 변이 유전자 중 3종(HV 69/70 deletion, N501Y, P681H)을 이 제품이 표적하기 때문에 구분 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코바이오메드도 이미 개발이 완료된 PCR 진단키트로 오미크론을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발생빈도를 분석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변이 대응을 목표로 PCR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그 중 한 제품이 오미크론과 델타를 포함한 모든 우려 변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제품은 현재 시험연구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미코바이오메드는 국내 및 유럽 품목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