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 3. RESEARCH] 유전자가위의 임상적 활용에 대한 최신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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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궁석 SLMS 대표제니퍼 다우드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가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며 현대 생명과학·생명공학에서 크리스퍼 Cas9의 위치는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이번 달에는 크리스퍼 Cas9 유전자 편집에 의한 유전질환의 치료 임상시험 시도와 미래의 유전자 편집에 의한 질환 치료를 돕기 위한 여러 기술을 알아보도록 한다.1) CRISPR-Cas9 기반의 유전자 편집에 의한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의 임상 1상 시험
CRISPR-Cas9 In Vivo Gene Editing for Transthyretin Amyloidosis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Transthyretin amyloidosis)은 트랜스티레틴(TTR) 유전자에 발생한 돌연변이로 인해 TTR 유전자가 만드는 TTR 단백질의 접힘이 잘못되어 생성된 불량 단백질이 조직에 축적되어 생기는 질병이다. 주로 심장과 신경계에 불량 단백질이 쌓여 아밀로이드 침전을 형성하며, 신경질환과 심근병증을 유발한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은 전 세계에 약 5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한 심근병증은 증상 발현 이후 약 2~6년 내에 사망하게 된다.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은 상염색체에 있는 TTR 유전자에 발생하는 돌연변이에 의해 일어난다. 또한 두 카피의 유전자 중 한 카피에 이상이 생겨도 증상이 발현되는 단일 유전자에 의한 우성 유전질환이다.따라서 이러한 특징은 크리스퍼 Cas9에 의한 유전자 편집을 이용해 치료를 시도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크리스퍼 Cas9 기반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인텔리아테라퓨틱스는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TTR 유전자를 녹아웃하는 ‘NTLA-2001’을 개발하고 있다.
NTLA2001은 리피드 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로 포장된 Cas9 RNA와 TTR 유전자로 Cas9을 유도하는 가이드RNA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사용된 리피드 나노입자는 생체 내에서 대부분의 트랜스티레틴이 만들어지는 간 내의 간세포에 빠르게 흡수될 수 있도록 나노입자 위에 ApoE 단백질을 추가적으로 결합하였다.정맥주사를 통해 투여된 NTLA-2001은 혈관을 통해 순환하다가 간세포에서 세포내흡수(Endocytosis)를 통하여 흡수되고, 나노입자에서 방출된 mRNA는 간세포 내에서 Cas9 단백질이 된다. Cas9 단백질은 나노입자로 같이 흡수한 가이드RNA와 결합하여, 간세포의 핵으로 들어가서 TTR 유전자를 파괴하게 되며, 더 이상 불량 트랜스티레틴의 축적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인텔리아테라퓨틱스는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 시험을 시도했다. 3명의 환자는 0.1mg/kg, 다른 3명은 0.3mg/kg의 NTLA2001을 투여받았다. 투여 후 28일이 지난 이후 0.1mg/kg 투여군은 대조군과 비교하여 트랜스티레틴의 혈장 농도가 52% 감소하였으며, 0.3mg/kg 투여군은 87% 감소하였다. 이들 환자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NTLA-2001의 투여가 성공 적으로 TTR 유전자를 파괴하여 더 이상의 단백질 형성을 막고, 혈액 중의 단백질 농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러한 초기 임상시험의 결과는 애초에 기대한 것처럼 크리스퍼 Cas9 기반의 유전자가위를 인간에 적용하여 성공적으로 유전자 편집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앞으로 이러한 유전자 치료가 궁극적으로 환자의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리고 중장기적인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2) 사이토신의 편집을 줄인 개선된 아데닌 베이스 에디터 A
Adenine base editor engineering reduces editing of bystander cytosines
2012년에 처음 개발된 크리스퍼 Cas9 기반의 유전자가위는 유전체 내 특정 서열을 인식하여 특이적으로 DNA를 절단하고, 이후 세포에서 일어나는 DNA 복구 기전을 이용하여 유전자 파괴 및 유전자 치환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앞에서 소개한 트랜스티레틴 유전자 치료의 경우 돌연변이가 생성된 트랜스티레틴 유전자를 파괴하여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쉬운 편이다. 그러나 특정한 변이를 수정하여 이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돌려놓는 것과 같은 것을 실제 임상 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효율로 생체 내에서 유전자 편집 및 교정 작업이 일어나야 하며, 이러한 것은 기존 크리스퍼 Cas9 기반의 유전자가위 기술로만은 쉽게 이루기 힘들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개발된 것이 베이스 에디터(base editor) 기술이다. 베이스 에디터 기술 역시 기본적으로 Cas9 단백질과 가이드RNA를 이용하여 유전체 내의 특정 서열을 인식하는 것 자체는 같다. 그러나 일단 특정 서열의 DNA를 자르는 것을 전제로 하는 크리스퍼 Cas9 기술에 비해서 베이스 에디터 기술은 DNA 절단 없이 특정 염기 서열을 다른 염기서열로 바꾼다.
구체적으로 이를 위해서 서열을 인식하는 역할을 하는 Cas9에 돌연변이를 주어 Cas9의 DNA 절단 활성을 제거하고, Cas9에 추가적인 염기 변환 효소를 연결하여 DNA의 절단 없이 특정 한 위치의 염기서열을 바꾸게 된다.
아데닌 베이스 에디터(Adenine Base Editor)는 아데닌(A) 염기를 구아닌 (G)으로 바꾸어 A-T 염기쌍을 G-C로 바꾸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아데닌의 암모니아기를 제거하여 이노신이라는 DNA에는 사용되지 않는 염기로 바꾸는 효소인 아데닌 디아미네이즈 (adenine deaminase)를 Cas9에 결합한 것이다.
Cas9에 의해서 인식된 특정 부위의 아데닌 염기는 이노신으로 변경되고, 이노신 염기는 DNA 중합효소에 의해서 DNA가 복제될 때는 구아닌(Guanine)으로 인식되어 결과적으로 아데닌을 구아닌으로 바꾸는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이 기술에는 몇 가지 부작용이 있었 다. 아데닌 디아미네이즈는 아데닌 염기뿐만 아니라 표적이 아닌 사이토신(Cytosine) 염기에도 작용하여 이를 우라실(Uracil, DNA에서는 티민(Thymine)으로 인식함)로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타깃 근처의 아데닌 이외에도 사이토신까지 변경되어 원하지 않는 염기서열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배상수 한양대 교수 연구진이 발표한 이 연구에서는 아데닌만 특이적으로 구아닌으로 바꿀 수 있는 개선된 아데닌 베이스 에디터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아데닌 디아미네이즈의 활성자리의 구조를 분석하여 여러 가지 변이체를 만들었고, 108번째 아스파르트산이 글루타민으로 바뀐 돌연변이체는 사이토신에 반응하는 비율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를 통하여 표적 주변의 사이토신을 변형하는 효과가 덜한, 개선된 아데닌 베이스 에디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연구진은 48번째 프롤린을 아르기닌으로 바꾼 돌연변이체는 아데닌을 구아닌으로 인식하는 활성이 줄어들고, 대신 사이토신을 우라실로 특이적으로 바꾸는 베이스 에디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렇게 정확도가 개선된 아데닌 베이스 에디터는 유전체 교정에 새로운 툴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AAV 벡터로 전달 가능한 작은 크기의 CRISPR-12f1 유전자에 의한 유전자 편집
Efficient CRISPR editing with a hypercompact Cas12f1 and engineered guide RNAs delivered by adeno-associated virus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는 면역원성이 아데노 바이러스에 비해서 낮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유전자 치료 등에서 유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하기에 매우 좋은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다.
그러나 AAV에 의해서 전달될 수 있는 유전자의 크기는 최대 4.7kb이다. 그러나 Cas9 유전자와 가이드RNA 등을 발현하는 데 필요한 전체 유전자의 크기는 약 5.6kb에 달한다. 따라서 Cas9에 의한 유전자 편집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유전 정보를 추가적으로 넣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크기가 작은 Cas9과 유사한 단백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왔다.
이렇게 발견된 새로운 유전자 가위 중의 하나는 Cas12f1의 경우 Cas9의 약 3분의 1 크기로, AAV에도 충분히 넣을 만큼 작다. 그러나 문제는 Cas12f1 유전자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의 효율은 매우 낮아서 이를 실용적으로 유전자 치료 등에 사용하기에는 문제점이 많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팀은 Cas12f1 유전자가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가이드 RNA의 엔지니어링을 시도하여 유전자 편집의 효율을 유전자 치료에 사용할 수준으로 높일 수 있었다.
이들이 수행한 가이드 RNA의 변형은 ❶ 가이드RNA의 형성을 방해하는 서열인 UUUUU 서열의 변형 ❷ 가이드 RNA의 말단에 U 반복의 추가 ❸ 가이드 RNA의 시작 부분에 존재하는 불필요한 서열 제거 ❹ crRNA와 tracrRNA의 상보성 영역의 단축 ❺ tracrRNA 내부의 2차 구조 제거 등이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가이드RNA의 엔지니어링을 수행한 결과 Cas12f1에 의한 인델(indel) 효율은 원래에 비해서 867배 증가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시스템은 플라스미드나 PCR 산물, AAV를 통하여 세포 내에서 효율적으로 유전자가위로서 기능하였으며, 그 효율은 기존에 많이 사용되던 Cas9에 비견할 정도로 올라갔다. 이렇게 개발된 새로운 유전자가위 시스템인 Cas12f1은 AAV에 탑재되어 향후 유전자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소개>
남궁석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후연구원을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충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축산식품생명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Secret Lab of Mad Scientist(SLMS)라는 이름으로 과학 저술 및 과학 관련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자가><과학자가 되는 방법>, <암 정복 연대기>의 저자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