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자 고의·과실 규정 불분명"(종합)

노동부·법무부, 공동학술대회…"의무 위반 판단기준 세우기 어려운 법"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자 고의·과실과 관련한 규정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용노동부·법무부 공동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비 공동학술대회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에 관한 내용을 담은 이 법 제6조를 언급하며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이 고의 행위에 국한되는 것인지 과실도 포함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법에서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의무를 과실로 위반한 경우가 처벌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고의의 의무 위반에 국한된다고 보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한다"면서도 "입법자들은 고의범·과실범 갈피도 잡지 못하면서 법을 도입했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작년 4월 경기 이천 물류센터 건설 현장 화재로 38명이 숨지는 사고를 계기로 제정됐다.

이 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용희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김 교수의 발표에 대한 토론에서 "이 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이라는 고의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으면서도 그에 따른 고의가 없는 중대재해를 야기하면 처벌한다"며 "독특한 입법"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장판사는 "이 법 적용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 의무 위반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감시가 이뤄질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토론에서 "법령이 보호하고 정부의 해설서에도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산업현장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처벌보다는 (중대재해) 예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경덕 노동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산업재해의 근본적 원인은 안전보건을 경시하고 속도와 비용 절감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풍조와 조직문화에 있다"며 "특히 경영책임자가 산업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기업이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사업장에서 모두가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일하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재정립하고, 상습적·악의적 과실로 인한 중대재해는 단호하고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