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메타버스와 탈중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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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우 IT과학부장주변을 돌아보면 새삼 놀란다. 정보통신기술(ICT) 진화가 몰고 온 변화 때문이다. 세상을 뒤바꾸는 ‘게임체인저’가 이토록 많았던 적이 있었을까.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비트코인, NFT(대체불가능토큰), 디지털트윈, 클라우드….
숨 막힐 듯 쏟아지는 키워드들의 대장이 메타버스다. 2035년 ‘메타 이코노미’가 315조원에 이른다니,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암호화폐는 또 어떤가.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업비트의 하루 평균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12조4925억원, 유가증권시장의 10조996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기술이 가져온 권위의 해체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상상하는 모든 게 현실이 된다. 천리 밖 전시회도 실시간 감상할 수 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5G, 에지컴퓨팅 기술이 융합해 만들어낸 대전환이다. 대전환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가 탈중앙화다.탈중앙화는 원래 권리를 되돌려 주는 것이다. 중앙집권적 통제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분산된 권한과 디지털로 증명된 신원, 신뢰만 존재할 뿐이다. 분산 신원증명(DID)으로 금융회사 중개 없이 개인 간(P2P) 금융 거래가 가능해진다. 내 신용도를 계산하는 기준도 직업, 소속, 연봉, 카드 연체율 등 획일화된 조건이 아니라 생애 전반의 콘텐츠로 대체된다. 기술이 시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미 탈중앙화로 꽃을 피운 나라도 등장했다. 블록체인 강국 에스토니아다. 인구 120만 명의 이 작은 유럽 국가는 구(舊)소련의 감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만들어냈다. 전자신원증명(E-ID) 하나면 2600개의 행정업무를 앉아서 처리할 수 있다.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처방전, 의료기록 등을 들고 다니거나 똑같은 서류를 공공기관에 반복해 제출할 필요가 없다. 선거도 블록체인 기술로 치른다. 정부 세금 지출 효율이 우리보다 20%나 높게 나온다. 정부의 독점과 간섭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있는 것이다.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은 시민의 헌법적 권리의 확장”이라고 말한다.
정치에도 탈중앙화 바람 불까
주변을 돌아보면 그러나 또 한 번 놀란다. 변하지 않는 정치 탓이다. 중앙화된 권위가 가치를 독점할 때 폐해는 국민을 직격한다. 코로나 통제 방식만 봐도 그렇다. 나라 전체를 ‘몇 시 이후 통행 금지’로 발 묶는 획일주의가 과연 합리적 결과를 낳았을까. 골프장 사우나 이용을 금지했더니, 화장실이 북적여 코로나 리스크가 되레 커진다는 역설을 정부는 알까. 차라리 인공지능에 맡겼더라면 어떤 결정이 나왔을지 궁금하다.‘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독선은 종합부동산세 폭탄으로 정점을 찍는 듯하다. 국민 2%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특별한 부자’로 점찍곤 “세금 좀 더 내면 어때?”라고 말한다. 가진 자의 돈을 쌈짓돈으로 보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시민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우리 정치 시스템에 개인의 운명과 이익을, 국운을 맡기는 게 안전할까라는 의문이다. 그러잖아도 대의 민주주의가 혹여 수명을 다한 때가 아닌가 되짚어 보는 이들이 늘어난 마당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안전하고 정확한 의견 수렴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가치, 이익을 대변해주지 못하는 고비용, 배신의 정치를 근본적으로 회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5년은 대전환의 클라이맥스다. 탈중앙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시민들의 생각은 그럴수록 확고해지고 있다. 국가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