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하는 느낌"…'이연복' 이름 석자에 100억원어치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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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하지만 외식하는 느낌"…커지는 RMR 시장
마켓컬리서 연평균 287% 매출 증가
회사원 박모 씨(37·여)는 평소 모 대형식품사 브랜드의 간편식을 구매했지만 최근 처음으로 유명셰프의 이름이 들어간 레스토랑 간편식(RMR)을 구매했다. 박 씨는 "평소 너무 가보고 싶은 가게였는데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예약하기가 힘들더라"며 "간편식으로라도 이 셰프의 음식 맛이 어떤지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명 레스토랑을 직접 방문하는 대신 집에서 해당 음식점의 간편식을 먹으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식품·유통업계는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RMR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추세다. RMR은 레스토랑과 협업해 만든 간편식으로, 별도의 재료를 준비할 필요 없이 조리법에 따라 프라이팬이나 전자레인지 등을 통해 조리만 하면 되는 음식이다.
주부 정유화 씨(32·여)는 연말 가족들과 함께 홈파티를 하기 위해 RMR 3종을 구매했다. 평소 가보고 싶은 식당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외식이 꺼려져 날짜에 이미 예약이 가득 차 RMR로라도 해당 음식을 집에서 즐길 예정이다. 정 씨는 "어차피 코로나19 여파로 외식도 꺼려지는데 집에서 유명 레스토랑 음식을 맛보며 파티 분위기를 내려 한다"고 귀띔했다.
2일 마켓컬리가 자사에서 판매한 RMR 매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2020년까지 RMR 매출은 연평균 287% 증가했다. 간편식 전체 매출이 19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가정간편식에서 RMR의 판매 비중도 늘었다. 2017년 간편식 매출에서 RMR이 차지한 매출이 10% 수준이었던 반면 지난해에는 20% 수준으로 증가했다.RMR 중에서도 유명셰프와 협업한 메뉴가 특히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RMR 상품 중 약 6%를 차지하고 있는 유명 셰프 협업 상품의 2020년 매출은 2017년 대비 5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RMR 상품은 45배 성장해 유명 셰프 협업 상품보다는 작은 증가 폭을 보였다. 특히 이연복 셰프가 운영하는 중식집 연희동 목란과 협업한 RMR 제품은 지난해 11월 마켓컬리에 처음 입점한 뒤 1년 동안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RMR 시장이 커지자 식품·유통업계에서는 맛집과 협업해 RMR 제품을 선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지역 맛집 10곳의 대표 메뉴를 선정해 RMR 상품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선정된 맛집의 메뉴는 총 10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SSG닷컴은 지난 3월부터 '밀키트 전문관'을 열고 '조선호텔 유니짜장' '일호식 스키야키' 등 유명 맛집 인기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양식 프렌차이즈인 '매드포갈릭'의 피자와 파스타, 양대창구이 전문점 '오발탄'의 볶음밥, '부산완당'의 새우완탕면, '연안식당'의 알폭탄알탕 등 RMR 18종을 선보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집에서 식사를 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더욱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며 "RMR의 경우 일반 가정간편식(HMR)과 달리 각 레스토랑 셰프의 개성이 들어간 만큼 외식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명 레스토랑 및 셰프와 협업한 RMR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