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쇄신…'친정체제' 구축한 李

16개 본부→6개 본부로 통폐합
측근 김영진·윤후덕·김병욱 중용

김영희 前PD 홍보본부장 임명
'사생활 논란' 조동연 사의 표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선거대책위원회 재정비를 마쳤다. 조직을 통폐합하고 실무형 인사를 전진 배치했다. 당초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한 ‘매머드급’ 선대위를 구성했지만, 후보 중심의 발 빠른 현안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재편을 단행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동 민주당 당사에서 총무본부장 정책본부장 직능본부장 조직본부장 총괄상황실장 등 본부장급 인선을 발표했다. 선대위 살림을 도맡는 총무본부장은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영진 사무총장이 겸임하기로 했다. 대선 공약을 총괄하는 정책본부장에는 경선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했던 윤후덕 의원을 지명했다. 이 후보 측근인 김병욱 의원은 경선 캠프에서 맡았던 직능본부장직을 그대로 이어간다.경선 경쟁자였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도운 의원들도 주요 보직에 임명됐다. 조직본부장에는 정세균계 핵심인 이원욱 의원이, 대선 판세를 분석하는 종합상황실장에는 서영교 의원이 자리했다. 이 후보는 앞서 후보를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오영훈 의원을, 대(對)언론을 총괄하는 공보단장에는 이낙연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박광온 의원을 임명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앞서 임명한 강훈식 전략기획본부장, 이날 영입한 김영희 전 MBC 콘텐츠총괄부사장이 맡는 홍보본부장을 포함한 6개 본부로 선대위를 재편했다. 기존에는 선대위 내 16개 본부가 산재해 조직과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후보는 “당내 여러 의원께서 백의종군, 선당후사한 덕분에 이렇게 슬림하고 기민한 선대위 체제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며 “국민이 요구하는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작게라도 신속히 실천하고 성과를 축적해가는 민주당 선대위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김영진 총무본부장은 “이 단위 외에 다른 조직은 없다”며 “과거 ‘광흥창팀’ 등 비선 조직 역시 없다”고 강조했다. 광흥창팀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선대위에 속하지 않았던 실무 준비팀이다.

이 후보는 외부 인사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이날 홍보본부장에 임명된 김영희 전 부사장은 MBC 예능 프로그램 ‘느낌표’ ‘나는 가수다’ 등을 연출한 PD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도 김 전 부사장의 영입을 추진했지만, 이 후보 선대위에 합류했다. 김 전 부사장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지극정성을 들였고, 결정적으로 며칠 전 이 후보, 송 대표와 함께 만나서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국방·과학 전문가인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를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해 전면에 내세웠다. 상임선대위원장에 30대 여성 전문가를 공동 임명해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다만 조 위원장이 사생활 논란에 휘말리면서 이 후보 측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이 후보는 조 위원장의 사생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모든 정치인은 국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라며 “국민의 판단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답했다.조 위원장은 이날 밤 자신의 SNS를 통해 사의를 밝혔다. 그는 “제가 짊어지고 갈 테니 죄 없는 가족들은 그만 힘들게 해달라”며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힘든 시간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진심으로 감사했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