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이준석…홀로 뛰는 尹

李 "당 대표, 후보 부하 아니다"
인사·선거전략에 불만 내비쳐

尹 "압박 안할 것" 유세일정 소화
캠프선 李에 불만 속 포용론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선 후보가 현행 선거 전략을 일부 바꾸지 않는 한 당의 선거 업무에 적극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이 대표와 직접 소통하지 못한 채 일상적인 선거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대선 후보와 당대표 간 불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대표는 2일 새벽 전남 여수에서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방문해 4·3희생자유족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이틀 전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SNS 글을 남기고 돌연 부산과 순천 지역 당협사무실 등을 방문한 데 이어 사흘째 지방 순회 일정을 이어갔다. 이날 예정된 당의 정례 최고위원회의는 취소됐다.이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무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당의 사무가 윤 후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당무를 거부한 일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윤 후보 측 인사를 향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당무 복귀를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저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들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인사가 누군지 후보는 알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르면 계속 가고, 안다면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대표가 언론미디어총괄본부장을 맡은 뒤 기존 업무를 하던 인사들이 이 대표를 견제하려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도 ‘이 대표가 리프레시(재충전) 중이며 때가 되면 돌아올 것’이라는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제가 후보에게 그런 배려를 받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당 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고 같이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했던 발언을 현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아직 서울로 올라갈 계획은 없다”며 “전국을 다니며 현안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순천에서 이 대표와 만난 천하람 변호사(순천 당협위원장)는 이 대표가 윤 후보 캠프의 선거 전략과 선대위 인선 등 두 가지 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 변호사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예를 들어 2030 남성은 이준석이 붙잡고 있으니 이수정 교수를 데려오면 2030 여성도 잡을 수 있겠지, (윤 후보 캠프는)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빈손으로 쉽게 서울로 올라갈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선 본선이 시작되는 중차대한 시점에 당대표가 분란을 조장한다는 불만과 지지율이 더 하락하기 전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리하게 압박하듯이 (이 대표에게 연락)할 생각은 사실 없다”고 했다. 다만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경선을 했던 대선 예비후보들을 향해선 “여러 방식을 통해 소통하려고 노력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서로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