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범, 아내 자수 시킨 파렴치"…CCTV에 찍힌 그날

음주 뺑소니에 60대 가장 사망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 정황
/사진=연합뉴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고 다시 피해자를 들이받는 2차 사고를 내 숨지게 한 50대가 구속됐다. 이 가운데 피해자 아들은 국민청원을 올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음주운전으로 죽고 다쳐야 음주운전 처벌법이 강화되나"며 강화된 음주운전 처벌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A (68)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7시 46분께 전남 장흥군 지천 터널 인근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1t 트럭으로 중앙선을 넘어 B (64)씨의 17t 트럭을 친 뒤 다시 우 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A 씨는 1차 사고 후 운전을 계속하다 집 방향이 아닌 것을 깨닫고 차를 되돌렸다. 이때 앞서 사고를 살피기 위해 운전석으로 가던 B 씨는 되돌아온 A 씨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첫 충돌사고 후 6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출동한 경찰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중 A 씨의 아내는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인근 방범용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운전자가 남성이었던 것으로 확인하고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했다. 피해자 B 씨 아들은 "제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 달라"며 지난 11월 30일 국민청원을 게재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음주운전 2회 이상을 가중 처벌하는 윤창호법이 위헌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비교적 가벼운 음주운전이 지나치게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법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나 음주운전엔 경중이 없다고 생각한다. 음주 후 차에 오르는 것 자체가 잠재적 살인행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해자는 음주운전을 하며 맞은편에서 중앙선을 넘어 1차로 아버지의 트럭에 접촉사고를 내고 도주했고 아버지는 뺑소니 신고를 하고 차량을 살펴보려 갓길에서 차에서 내렸다. 뒤에 있던 여성 운전자 역시 사고 현장을 목격했기에 같이 신고에 나섰다. 해가 져 어두운 상황에서 손전등을 가지러 운전석 쪽으로 향한 순간 가해자 차량에 의해 숨을 거두셨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낸 가해자는 집으로 가 현장을 살피기 위해 본인의 아내를 현장에 보냈고 아내에게 자수를 시키며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는 파렴치한 짓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고 4시간 전에도 전화통화를 하며 가족 이야기, 제 결혼 이야기를 하며 행복한 미래를 그렸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됐다"며 "차가운 아버지의 시신을 마주하고도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가해자에 대해 "음주운전에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명백한 살인범"이라고 지적하며 "경찰 조사를 받으며 블랙박스 영상과 목격자 증언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아닌)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며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글쓴이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으나 가해자가 고령이고 초범인 점, 합의를 하게 된 점 등이 고려되면 양형 참작이 될지 모른다"며 "한때 사회에 경종을 울린 윤창호법마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 가족들을 위해 음주운전 처벌법을 더 강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