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계급' 이중 차별로 점철된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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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동 씨, 저서 '전라디언의 굴레'서 민낯 들춰
매년 5월과 선거철만 되면 유독 주목받는 지역이 있다. 호남이다.
5·18민주화운동은 뜨거운 정신으로 기억되고 이 지역은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낙후, 소외, 차별과 같은 어두운 키워드가 뒤따르는 곳이기도 하다. 전작 '세습 중산층 사회'를 통해 90년대생이 겪는 불평등 사회를 날카롭게 들여다봤던 조귀동 씨가 '지역 문제'를 화두로 그 실상과 역사를 낱낱이 탐색한 책 '전라디언의 굴레'를 새롭게 내놨다.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로 소외돼온 호남의 발자취와 현실을 밝힌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해묵은 호남 문제를 들춰내는 이유는 대체 뭘까? 이에 대해 저자는 두 가지 대답을 들려준다. 한국 사회가 쌓아올린 모순이 이 지역에 집약돼 있고, 호남이라는 특수성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호남은 서울이 '머리'가 되고 지방이 '손발'이 되는 경제적 역할 분리, 개별 지역의 불균등 발전, 이촌향도의 대규모 인구이동과 이주민의 도시 하층민 편입, 지역 기반 정당 간의 경쟁 구도, 개별 지역 내부의 패권적 지위의 정당 출현을 가장 심하게 겪었던 지역이다.
또한 불균등 발전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산업화라는 로켓에 탑승하는 걸 거부당하고, 차별과 모멸을 받고, 잔혹한 국가 폭력으로 집단 학살의 대상이 되는 과정은 사회적·시대적 어둠을 특정 지역에 몰아넣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책은 지역차별, 저발전, 불평등, 산업과 경제 구조 등 오늘날 호남이 안고 있는 중층적 모순들을 냉철하게 들여다본다.
이처럼 지역감정이나 지역차별이 노동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만큼 심각하게 나타나는 사례는 '호남차별'밖에 없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더 심각하게는 호남차별의 기저에 일종의 '준인종적 정체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의 인종 차별이나 다름없다는 거다.
이번 책의 제목이자 인터넷에서 멸칭으로 쓰이는 용어 '전라디언'이 이를 강하게 함축한다.
전라디언이라는 '이등시민'이 탄생한 건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통해서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해방 이후 기업과 자본이 성장하면서 '엘리트' 자리를 두고 뜨거운 경쟁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정치 권력이 지연과 학연을 바탕으로 자본을 배분했다.
1950년대 들어 두드러지기 시작한 이런 경향은 1961년 5·16 군부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세력이 영남 출신 기업인들에게 자본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영남을 중심으로 각종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면서 뚜렷이 강화됐다.
반면에 전라도 출신은 바람직하지 않고 부도덕하기까지 한 속성을 지녔다는 낙인이 찍히기 일쑤였고, 별다른 네트워크가 없었던 이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 도시의 하층 노동자나 빈민 집단으로 전락해야 했다.
저자는 광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 거주민들, 그리고 전라도에서 타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1980년 5·18은 격렬하고 각별한 경험과 그로 인한 정체성의 각인을 이끌어냈다고 들려준다.
가뜩이나 경제발전에 소외되고, 각종 차별을 겪어야 했던 호남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비국민'임을 확실히 깨닫게 해준 게 5·18이었다는 얘기다.
이번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한국 사회가 쌓아올린 모순이 여전히 호남에 집약돼 있어 불균등 발전의 희생양이었던 이 지역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적 인식의 근저에 남아 있는 인종주의적 차별을 청산하는 게 건강한 한국사회 형성에 긴요하다는 것이다. 생각의힘. 288쪽. 1만7천원. /연합뉴스
매년 5월과 선거철만 되면 유독 주목받는 지역이 있다. 호남이다.
5·18민주화운동은 뜨거운 정신으로 기억되고 이 지역은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낙후, 소외, 차별과 같은 어두운 키워드가 뒤따르는 곳이기도 하다. 전작 '세습 중산층 사회'를 통해 90년대생이 겪는 불평등 사회를 날카롭게 들여다봤던 조귀동 씨가 '지역 문제'를 화두로 그 실상과 역사를 낱낱이 탐색한 책 '전라디언의 굴레'를 새롭게 내놨다.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로 소외돼온 호남의 발자취와 현실을 밝힌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해묵은 호남 문제를 들춰내는 이유는 대체 뭘까? 이에 대해 저자는 두 가지 대답을 들려준다. 한국 사회가 쌓아올린 모순이 이 지역에 집약돼 있고, 호남이라는 특수성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호남은 서울이 '머리'가 되고 지방이 '손발'이 되는 경제적 역할 분리, 개별 지역의 불균등 발전, 이촌향도의 대규모 인구이동과 이주민의 도시 하층민 편입, 지역 기반 정당 간의 경쟁 구도, 개별 지역 내부의 패권적 지위의 정당 출현을 가장 심하게 겪었던 지역이다.
또한 불균등 발전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산업화라는 로켓에 탑승하는 걸 거부당하고, 차별과 모멸을 받고, 잔혹한 국가 폭력으로 집단 학살의 대상이 되는 과정은 사회적·시대적 어둠을 특정 지역에 몰아넣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책은 지역차별, 저발전, 불평등, 산업과 경제 구조 등 오늘날 호남이 안고 있는 중층적 모순들을 냉철하게 들여다본다.
이처럼 지역감정이나 지역차별이 노동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만큼 심각하게 나타나는 사례는 '호남차별'밖에 없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더 심각하게는 호남차별의 기저에 일종의 '준인종적 정체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의 인종 차별이나 다름없다는 거다.
이번 책의 제목이자 인터넷에서 멸칭으로 쓰이는 용어 '전라디언'이 이를 강하게 함축한다.
전라디언이라는 '이등시민'이 탄생한 건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통해서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해방 이후 기업과 자본이 성장하면서 '엘리트' 자리를 두고 뜨거운 경쟁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정치 권력이 지연과 학연을 바탕으로 자본을 배분했다.
1950년대 들어 두드러지기 시작한 이런 경향은 1961년 5·16 군부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세력이 영남 출신 기업인들에게 자본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영남을 중심으로 각종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면서 뚜렷이 강화됐다.
반면에 전라도 출신은 바람직하지 않고 부도덕하기까지 한 속성을 지녔다는 낙인이 찍히기 일쑤였고, 별다른 네트워크가 없었던 이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 도시의 하층 노동자나 빈민 집단으로 전락해야 했다.
저자는 광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 거주민들, 그리고 전라도에서 타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1980년 5·18은 격렬하고 각별한 경험과 그로 인한 정체성의 각인을 이끌어냈다고 들려준다.
가뜩이나 경제발전에 소외되고, 각종 차별을 겪어야 했던 호남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비국민'임을 확실히 깨닫게 해준 게 5·18이었다는 얘기다.
이번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한국 사회가 쌓아올린 모순이 여전히 호남에 집약돼 있어 불균등 발전의 희생양이었던 이 지역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적 인식의 근저에 남아 있는 인종주의적 차별을 청산하는 게 건강한 한국사회 형성에 긴요하다는 것이다. 생각의힘. 288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