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인사담당자 50명이 밝힌 국내기업 채용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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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이 바뀐다,교육이 바뀐다' 펴낸 송인수·윤지희 공동대표]
"대기업 채용시 '학벌' 무뎌져...스펙보다 직무 역량 중시"
"달라진 채용시장...학부모들도 자녀교육 생각 달라져야"
최근 채용이 바뀐다,교육이 바뀐다란 책을 펴낸 재단법인 ‘교육의 봄’ 송인수·윤지희 공동대표는 “기업들의 채용이 바뀌는데 과거처럼 학벌 중심의 교육을 지속해서는 안된다”며 “부모들의 생각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의 봄은 지난 2020년 11월11일부터 대기업 금융권 외국계기업 공기업 등 10개 분야의 기업 인사담당자와 현직자를 초청해 채용포럼을 진행했다. 모두 11차례 포럼에 50여명이 발표자로 나섰다. 송 대표는 “이 책은 채용포럼에서 인사담당자가 밝힌 해당산업의 채용 현황, 인재상, 트렌드를 종합한 보고서”라고 했다.
두 공동대표는 왜 이런 채용포럼을 열고 책을 출간했을까? 고교 영어교사였던 송 대표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좋은교사운동 대표였을때, 참교육학부모회장이었던 윤지희 대표를 만났다. 둘은 “아들·딸 같은 아이들이 더 이상 입시경쟁과 사교육에 억눌려 10대를 보내선 안된다”는 것에 마음이 통해 2008년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란 법인을 만들었다. 두 공동대표는 ‘사교육을 부채질 하는 좋은 대학이 좋은 회사 취직을 보장할까’란 의문을 가졌다. 그럼 좋은 기업들은 어떤 인재를 뽑는가를 알면 입시경쟁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이 교육의 봄 설립배경이다. 송 대표는 이 일에 집중하기 위해 교사직까지 그만뒀다. 윤 대표는 “우리 아이들이 학벌이란 족쇄를 풀고 타고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데 우리가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법인이름을 ‘교육의 봄’이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채용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 모든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학벌을 보지 않는 것일까? 송 대표는 “공기업은 이미 2017년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고, 중소기업은 학벌은 고사하고 지원자가 없어 채용자체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과 병원 등은 여전히 학벌을 중시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국내 대기업들은 학벌은 참고사항일뿐 이미 역량중심의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가 바뀌고 있는데,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해야 할까. 윤 대표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는 자기 삶의 주체성과 독립적인 생각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며 “학교와 가정에서는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주도성 교육’으로 아이들이 학업을 등한시 여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대해 송 대표는 “공부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분야에 더 집중하는 의미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들은 여전히 ‘공정성’만 강조하는데 이번 선거에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교육을 바꾸는데 목숨거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교육의 봄은 이 책 출간을 토대로 오는 6일부터 ‘전국순회 강연 북콘서트’를 시작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요즘 채용이 화두인데, 책이 좀 많이 팔렸나요?
“교보문고에 짧은 시간안에 사회분야 60위에 올라섰습니다. 고무적이죠.”▶출간한 책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 374페이지 분량의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뭔가요
“채용은 이미 의미있게 바뀌고 있습니다. 교육 또한 바뀌어야 합니다. 학벌 스펙중심의 채용트렌드에 변화가 있습니다. 이미 학벌을 필수로 요구하는 것은 대세가 아닙니다. 새 능력 역량을 기업이 채용과정에서 요구하고 있어요. 이책은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채용에서 학벌이 완전히 사라진 건가요
“학벌은 필수에서 참고사항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의미가 커요. 학벌이 좀 떨어져도 다른 역량이 뛰어나면 입사가 가능한 시대가 됐어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거죠. 역량중심으로 뽑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역량이 입증되면 앞으로 이러한 채용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교육열’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는데, 그럼 우리의 자녀들이 공부를 안하면 어떻게 하죠
“공부를 하지 말자가 아니라 의미있는 공부를 하자는 것입니다. 암기 중심의 공부보다는 다양하게 탐구하자는 것이죠. 공부의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자신의 관심분야에 더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그럼 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어떤 것인가요
“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자기 삶의 주체성을 가지는 사람입니다.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고 자기주도성을 가진 사람. 주어진 문제에 답을 찾는 사람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과 협업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기업이 찾는 인재입니다.”
▶기업이 뽑고자 하는 인재의 유형이 바뀌는데 어떻게 교육 해야 하나요
“학교와 가정도 그런 방식의 교육을 준비해야 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인격체로 교육해야 하죠. 그동안 우리 아이들은 수능의 정답을 찾는 방식을 20년간 연마해 왔어요. 그 길이 아닌데 그곳에서 길을 찾으려 하고 있는 것이죠. 대한상의에서 최근 10년간 100대기업 인재상을 조사했어요. 10년전에는 ‘창의성·도전정신’을 꼽았지만, 2018년에는 ‘소통과 협력,원칙과 신뢰’가 채용시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게 아니고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여전히 수능이 대학입학의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교육의 시스템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는 배치되고 있다는 것을 정책담당자가 알았으면 합니다. 이전에는 대학 입시경쟁에서 이기는 법만 가르쳤어요. 수업이 바뀌고 수능 평가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수능은 대학 수학 능력일뿐인데 그 성적으로 학생들의 우열을 나눠서는 안됩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공정성에 대한 시비 때문에 수능을 쉽게 바꾸질 못하고 있어요. 공정성 때문에 한 줄 세우기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 자녀들이 마음껏 꿈꾸는 삶을 살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줘야 합니다. 포춘이 발표하는 500대 글로벌 기업 70%이상은 절대 인사평가를 하고 있어요. 삼성도 최근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업무성과만을 보고 연봉인상률을 정하겠다고 발표했더군요. 기업들의 평가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죠.”
▶지방 국립대 조차도 이미 미달사태입니다.
“올해 수능을 보는 고3은 30만명입니다. 코로나19로 재수,반수생이 늘어 50만명이 수능을 본거죠. 이미 지방 국립대는 지난해부터 미달사태에 직면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심각할 것 같아요. 과연 대학입시가 효용성이 있을까 생각됩니다. 대입 개편이 필요해요. 미래사회와 직업세계 연계를 통한 개편. 적극적인 개편을 하느냐, 그냥 스대적 흐름에 따른 붕괴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앞으로 3~5년내 교육 대입빅뱅이 올것입니다. 사회적으로 담론의 장이 필요합니다. 교육의 봄이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고 싶어서 책을 낸거죠.”
▶모든 분야가 스펙을 보지 않나요
“조사를 해보니 공기업은 2017년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당장 지원자가 없어 채용자체가 힘듭니다. 출신학교 등의 스펙을 볼 여력조차 안됩니다. 학벌 스펙을 보는 곳은 대학과 병원 등인 것 같습니다. 나머지 산업은 학벌은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기업들은 역량이 뛰어나면 채용을 합니다.”▶책에서는 IT,외국계기업,공기업,대기업,금융권 5개 산업 분야만 다뤘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읜 87%는 중소기업입니다. 공기업 9%, 외국계기업이 6%정도 됩니다. 이들 5개 기업으로 다룬 것은 비중은 적지만 구직자들의 선호직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대기업의 채용문화가 바뀌면 학벌중심 교육이 바뀌지 않을까 싶어서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송인수 “우리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입시경쟁에서 자유. 자신이 누구인지, 이땅에 왜 태어났는지, 나는 직업의 영역에서 타인에게 기여할까를 상상력을 심어줘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남의 기대에 너를 맞춰라고 사회가 요구했다면 앞으로는 너가 누구냐, 너는 무엇을 좋아해라고 사회는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남의 기대에 맞춰살았다면 이젠 내가 누구인지 탐색을 해야 합니다.”
-윤지희 “대선후보들이 응원이 아니라 미안하다고 말해야 합니다. 입시경쟁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합니다. 책임있는 자리에 있다면 입시경쟁을 개선하는데 직을 걸겠다는 말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경제,문화수준은 높아졌습니다. 교육만큼은 우리가 자랐던 과거 구시대 그대로다. 목숨걸고 입시교육을 바꿔야 합니다. 대한민국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데 목숨거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의 봄은 번역가입니다. 기업의 채용목소리를 교육현장의 교사, 학부모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서 드리는 곳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