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관리만 하지 말고 인상도 관리하자

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 스티커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김병희 서원대 교수
살다 보면 절대로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 어릴 때 봤던 참새의 부러진 다리나 선생님의 화난 표정 같은 것.

잊지 못할 연설 장면도 있다. 기업의 경영자는 여러 곳에서 말할 기회가 많은데 기억나는 게 왜 하나도 없을까? 정치인도 연설을 많이 하지만 왜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까?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적어도 12명의 담임 선생님을 매일 만났지만, 왜 어떤 분은 얼굴과 이름까지 기억나는데,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분도 있는 것일까?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커뮤니에이션 이론에 인상형성(impression formation) 이론이 있다. 사람의 신체적 특성(눈동자, 입 모양, 겉치장, 체격, 연령, 성별, 인종 등), 언어(음성, 강약, 리듬, 억양 등), 몸짓 같은 단서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갖는다는 이론이다.

개인의 성향과 태도는 인상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비둘기가 습관을 해석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발전시키듯, 사람도 정보를 깊이 해석하지 않고 어떤 인상을 만든다.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느끼는 특성 하나로 그에 대한 인상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3M의 스카치테이프 광고 ‘못’ 편(2009)에서는 한번만 봐도 절대로 잊지 못할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력한 키 비주얼이 핵심어로 작용했다. 못이 구부러져 벽에 박을 수 없게 되자, 못 아래쪽을 벽에 대고 그 위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무엇을 걸기에 딱 좋을 정도로 구부러진 못이다.옷을 걸어도 끄떡없을 것 같다. 애써 못을 박지 말고 스카치테이프로 붙이라는 것. 접착력 강한 테이프라는 특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면 아래쪽에는 스카치라는 로고가 보이고 그 밑에 짧은 슬로건 한 줄이 있다. “강력 테이프 그 이상(Tape beyond strong).”

테이프로 지지한 못에 실제로 옷을 걸면 당연히 버티기 어려울 터. 그렇다고 허위광고로 매도할 수 없다. 어떤 대상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표현하는 과장법을 써서 만들었기 때문이다.실제보다 크게 부풀리는 것만을 과장법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현상이나 모양을 파격적으로 축소하는 것도 과장법이며, 수사학자들은 이를 낮춰말하기(humiliatio)라고 부른다.

과장법은 ‘강조의 수사법’의 하나이다. 과장법을 활용하려면 누가 봐도 과장되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비약적으로 과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품의 혜택을 본질적으로 과장하기 쉬운 광고의 속성상 과장광고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 과장법과 과장 광고는 분명 다른 개념이다.

과장법을 잘못 사용하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없다. 이 광고에서는 못을 테이프로 붙인 키 비주얼을 써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3M의 스카치테이프 광고 ‘못’ 편 (2009)
삼성전자의 F400 핸드폰 광고 ‘권투 글로브’ 편(2009)에서도 강력한 비주얼 하나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핵심어의 기능을 했다.

제일기획의 인도네시아 지사에서 만든 광고다. 광고를 보면 거친 운동을 상징하는 권투 글로브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재미있게도 음표처럼 배치했다.

출력 성능이 좋은 핸드폰을 알리기 위해 과장법을 활용했다. 자세한 기능 설명은 없고 지면 아래쪽에 짧은 카피 한 줄만 있을 뿐이다.

“녹아웃 강력 스피커를 탑재한 신형 F400 (The new F400 with knock out power speakers).”

삼성전자의 듀얼 슬라이드형 뮤직폰인 SGH-F400을 알리는 광고다.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음악 기능을 특히 강조했다.

겉모양은 보통의 슬라이드 휴대폰이지만, 슬라이드를 밀어 올리면 아래쪽에 키패드가 나타나고 밑으로 내리면 내장 스피커가 있다.

통화하려면 슬라이드를 위로 올리고 음악을 들으려면 슬라이드를 내리면 된다. 전문 오디오 시스템에 있는 디지털 파워앰프가 내장돼 출력 성능이 좋아, 2009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서태지 폰’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음표를 활용한 광고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음표를 권투 글로브와 연결시켜 출력이 강력한 핸드폰이라고 표현한 광고는 없었다. 보는 이의 탄성은 자아내며 매료시킬 수밖에 없다.

음악의 출력 성능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니, 핸드폰 광고이면서도 헤드폰 광고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이 광고에서도 권투 글로브라는 키 비주얼 하나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단서로 작용했다.
삼성전자의 F400 핸드폰 광고 ‘권투 글로브’ 편 (2009)
두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의 스티커 메시지는 키 비주얼(Key visual)이다. 키(핵심) 비주얼이란 어떤 상황이나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을 뜻한다.

광고에서는 가장 중요한 대목을 하나에 집약시킨 핵심 장면이다.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비롯한 모든 영상물에서도 키 비주얼이 중요하다.

흔히들 말하는 ‘인생 샷’도 그 사람에게는 키 비주얼이다. 키 비주얼은 확실한 인상을 남기고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인상형성 이론과 함께 인상관리(impression management) 이론도 알아두면 좋겠다.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로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인상으로 비칠지 생각할 것이다.

인상관리 이론에서는 자신을 타인에게 잘 보이려는 목표가 인정 욕구 때문이라고 가정한다. 사람은 타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은 동기를 갖는다는 것. 그렇게 해서 나타난 태도는 타인에게 어떤 기대감을 주게 된다.

형성된 인상이 일관성이 있다면 신뢰감과 친근감을 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실망감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자나 정치인은 먼저 자신과 관련되는 키 비주얼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인상을 만들어내야 한다(인상의 형성). 이어서 그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저명인사나 대중스타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다며 주저 없이 평가한다.그들을 만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셔보지도 않았고 말 한 마디 섞지 않았으면서도 그 사람의 면모를 평가할 수 있을까? 모두가 피상적인 인상으로 그렇게 느낄 뿐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 또한 세상 돌아가는 이치인 것을. 어차피 그렇고 그런 게 세상살이라면 우리 일반인들도 자신의 키 비주얼을 찾아 자신만의 인상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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