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상장된 中 기업들, 정부 지분 안 밝히면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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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 지배구조 공개 의무화앞으로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중국 정부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3년 이상 미국 회계감독기구의 조사를 받지 않는 중국 기업은 뉴욕증시에서 퇴출된다.
회계조사 거부해도 상장폐지
美, 감시 기술 수출 금지할 듯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외국회사문책법 세부 규칙을 마련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규칙에는 미국 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조사를 3년 연속 거부하는 해외 기업을 뉴욕증시에서 상장 폐지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CNBC는 이번 규칙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02년부터 중국 정부는 여러 이유를 들어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PCAOB의 조사를 거부해왔다. 지난해 회계부정 사건으로 투자자에게 수조원의 손해를 끼친 중국 루이싱커피 사태가 이번 규칙 제정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도 이날 “50여 개국이 PCAOB의 조사에 협력해왔지만 중국과 홍콩 두 곳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국 기업의 지배구조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있다. 뉴욕에 상장된 해외 기업 중 SEC로부터 투명성을 지적받은 기업은 자국 정부나 기관이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는 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뉴욕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매년 사업보고서에 중국 정부가 소유한 주식 비중과 이사회에 있는 중국 공산당원의 이름 등을 명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중국 정부가 인권 탄압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주민 감시 장비와 관련 기술을 수입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오는 9~10일 ‘민주주의정상회의’에서 이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각국 정상은 회의에서 정치범과 언론인, 인권활동가 등을 탄압하는 데 이용되는 기술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이 당국자는 “여러 나라가 중국 정부처럼 감시를 남용하면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초청되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는 민주주의정상회의가 “이데올로기적 대결을 부추긴다”고 비난해 왔다.
지난달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 해킹 도구를 판매할 때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