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의 벤처정신 어느 때보다 절실…스타트업이 경제 이끌어야"
입력
수정
지면A14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2주기 추도 포럼“고인은 4차 산업혁명이 기술혁명이 아니라 ‘제도와 의식의 혁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선 열린 기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합니다.”(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기업 환경 정부간섭 지나쳐
경영인 역량 펼칠 기회 줄어
기존 산업 폐쇄적 생태계 깨야
벤처 기업가정신 살릴 수 있어"
3일 경기 성남시 휴맥스빌리지에서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사진)의 타계 2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벤처기업협회, 기업가정신학회, 한국경제신문사 등이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당초 고인의 기일(8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거리두기로 연기된 뒤 고인의 생일(12월 3일)에 맞춰 열렸다. ‘이민화 의료창업상’ 시상식 등 1부 추도식에 이어 2부에선 국가 혁신을 향한 고인의 유지를 재조명하기 위한 기념 포럼이 개최됐다.포럼의 발표자로 나선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전 중소기업청장)은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혁신강국’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최근 국내 기업환경과 관련해 국가의 통제가 과도해지고, 국가 만능주의 사고가 만연해져 기업인이 역량을 펼칠 기회가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이사장은 “한국은 벤처생태계 발전 과정에서 모태펀드를 운용해 벤처자금 공급의 60% 이상을 정부에 의존하는 유례없는 형태”라며 “정부의 시장 개입은 시장 참여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역할 정도로 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산업 분야의 폐쇄성을 탈피해 ‘열린 생태계’를 조성해야 벤처기업인의 기업가정신이 고취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현재 한국에서 의료 법률 금융 등 기득권 중심의 폐쇄적 생태계가 여전하고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공공 및 민간 데이터 시장 개방이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발표 후 현장에서 느낀 기업가정신 등을 토론하는 자리도 이어졌다. 패널로 참석한 김영환 동반성장위원회 운영국장은 “기업의 규제개혁 시스템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국가 경영의 철학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익집단의 반대와 과잉 정치화 문제로 선진국은 다 하는 원격의료가 국내에서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장관 등 정무직의 업무 수행을 전문가와 국민이 평가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AI경제연구소장은 이 명예회장이 강조했던 기업가정신 목표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이 명예회장은 국민소득이 3만달러로 가기 위해선 대기업을 넘어 벤처기업이 경제의 중심이 된 ‘기업가정신 2.0’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며 “앞으로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경제 중심에 자리잡고 벤처 및 대기업과 협력하며 한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가정신 3.0’이 필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원격의료 같은 것은 20년 이상 된 규제인데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며 “10년 뒤 미래 세계는 AI 자율주행의 시대가 될 게 명확하기 때문에 정치권이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이날 추도식에는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 길문종 메디아나 회장, 김진태 유투바이오 대표, 이광형 KAIST 총장, 이춘우 기업가정신학회 회장, 차기철 인바디 대표, 차정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명예회장은 한국 최초의 벤처기업 메디슨을 1985년 창업했다. 고인으로부터 국내 벤처 생태계가 시작됐다고 할 정도로 벤처업계의 대부로 평가받고 있다. 메디슨은 3차원 초음파 진단기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후 메디슨은 한국 벤처기업의 산실이 됐다. 전체 직원 300여 명 중에서 100여 명의 기업가가 탄생했다. 멕아이씨에스·메디아나·뷰웍스·유비케어·인바디 등이 대표적이다.
1995년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은 그는 1996년 벤처기업 자금 조달을 위해 코스닥 설립을 추진했다. 이후 활성화된 코스닥시장은 2000년대 초반 제1 벤처붐을 이끌었다. 2019년 8월 3일 부정맥으로 별세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메디슨OB모임 회장인 김진태 유투바이오 대표 등 고인과 함께 기업인의 길을 걸어온 이들도 다수 참석했다.
김동현/김진원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