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고개 숙인 '월가의 황제'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Gerard Baker WSJ 칼럼니스트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중국 공산당을 두고 농담을 했다가 사태가 커지자 곧바로 수습했다. 다이먼은 보스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았고, JP모간의 중국 진출도 똑같이 100주년”이라면서 “우리가 (중국 공산당보다) 오래 버틸 거라는 데 내기를 걸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뒤 파장이 커지면서 JP모간의 중국 사업에 피해가 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다이먼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성명을 통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런 언급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JP모간 대변인은 “다이먼은 다른 나라와 지도자에 대해 결코 가볍거나 무례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다이먼은 그동안 미국 지도자들의 자질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발언을 해왔다. 2018년에는 자신이 대선에 출마하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이길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이먼은 당시 “나는 트럼프보다 더 똑똑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한 남자가 이번에 보여준 공개적인 ‘자기 굴욕’은 몇 가지 이유로 유익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예로 다이먼이 열렬히 주장해온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2019년 미국 기업 CEO들을 대변하는 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했을 때 그는 회장직을 맡았다. 다이먼은 180명의 다른 CEO들과 함께 미국 기업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원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이먼, 中 공산당 겨냥 농담
불이익 우려 커지자 굴욕적 수습"

이 아이디어는 ‘주주자본주의’와 비교되는 개념이다. 밀턴 프리드먼에 의해 가장 분명하게 표현된 주주자본주의는 회사의 최우선적 의무는 주주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반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이 우선순위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믿는다. 주주는 직원 소비자 납품업체 등과 함께 하나의 고객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기업은 사회·환경·문화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그것은 소셜미디어에 의한 폭력이 활개를 치는 시대에 진보주의자들을 달래기 위한 홍보활동에 가깝다. 지난주 다이먼의 발언은 적어도 JP모간에는 이윤 추구가 가장 중요하며 주주들에 대한 책무가 다른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JP모간은 중국에서 중요한 사업을 하고 있다. 점점 더 권위주의적으로 변해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치하에서 다이먼의 말실수는 JP모간 투자자들에게 큰 불이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이먼이 자신의 원칙을 이렇게 빨리 쓰레기통에 버린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다이먼은 많은 미국 재계 리더들이 수년간 해온 일, 다시 말해 미국인들에게 훈계하면서 중국에 굴복하는 일만 했을 뿐이다. 점점 호전적으로 변해가는 적대국을 칭찬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폐기하는 것이 어쩌면 안전하고 의무적이라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는 중국과 다른 곳에 일자리를 제공한 미국의 CEO들을 ‘베네딕트 아널드’라고 불렀다. 미국 독립전쟁 때 영국군과 맞서 싸우다 배신을 한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가 중국의 자유화를 도울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그러나 오늘날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홍콩인의 자유를 무자비하게 억압하는 것에서부터 소수민족 박해, 심지어 미국에도 점점 더 실존적 위협이 되는 것까지 중국의 행태를 본다면 베네딕트 아널드는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Jamie Dimon’s China Joke Is on JPMorgan’s Stakeholder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