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국민연금 받다 일찍 숨졌는데 유족연금 수령자도 없다면

올해부터 사망일시금 지급대상 늘려 "손해 덜 보게 '최소 지급액' 보장"
국민연금은 국가가 시행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최소가입 기간 10년(120개월)을 채우면 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부터 숨질 때까지 평생 월급처럼 받을 수 있다. 물론 낸 보험료가 많고 가입 기간이 길면 노후에 받는 노령연금(수급 연령에 받는 일반적인 국민연금)도 많아진다.

가입자의 소득수준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른바 수익비가 1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설계된 사보험인 개인연금에 비해 국민연금은 소득 구간별 수익비가 최소 1.4배에서 최고 3.3배에 달하는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이 임금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 등 거시경제 변수를 반영해 2020년 가입자의 소득 구간별 수익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30년 가입 시 수익비는 월평균 100만원 소득계층은 3.2배, 연금보험료 부과 최고 기준소득인 월평균 524만원의 최고 소득자도 1.4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익비는 가입자가 가입 기간에 납부한 보험료 총액의 현재가치 대비 생애 기간 받게 되는 연금급여 총액의 현재가치 비율로 1보다 크면 낸 보험료보다 연금으로 받는 금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처럼 갈수록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인생에서 소득 활동 없이 보내야 하는 기간도 점점 더 늘어나는 현실에서 국민연금은 기본적인 노후 대비책으로 잘 관리하면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노령연금을 받다가 사망했을 때는 '국민연금법에서 정한 유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국민연금법상 유족은 일반적 개념의 유족과 다르다.

국민연금법은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를 가진 유족의 범위와 순위를 별도로 정해놓고 있다.

물론 최우선 순위자는 배우자다. 다음으로 자녀(만 25세 미만이거나 장애등급 2급 이상), 부모(만 61세 이상이거나 장애등급 2급 이상), 손자녀(만 19세 미만 또는 장애등급 2급 이상), 조부모(만 61세 이상이거나 장애등급 2급 이상) 등의 순이다.

만약 국민연금법에서 정한 유족이 있으면 해당 유족에게 유족연금으로 물려줄 수 있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연금수급권이 그냥 소멸한다.

노령연금 수급자가 증가하면서 연금을 받던 중에 숨지고 국민연금법상의 유족이 없어 수급권이 없어진 경우는 해마다 수천건씩 발생하고 있다.

특히 노령연금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기 사망하면 그간 낸 보험료보다 사망 전까지 받은 연금 액수가 훨씬 적을 수 있다.

의무적으로 들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괜히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칫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연금 당국도 그간 이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올해 6월 30일부터는 사망일시금 지급 대상을 확대해 수급권자가 조기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최소 지급액'을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수급자가 숨지기 전까지 받은 노령연금액이 가입 중 수급권을 얻기 전에 숨졌을 때 받는 사망일시금보다 적으면, 사망일시금과 이미 받은 노령연금액의 차액을 사망일시금 청구 자격자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상당한 보험료를 내고도 조기 사망하는 바람에 연금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조처했다.

사망일시금은 국민연금 가입자 본인의 가입 기간 평균소득 월액의 4배 정도를 장제비 성격으로 사망일시금 청구 자격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이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노령·장애·사망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해 적정한 연금급여가 지급될 수 있게 연금제도를 내실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