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달간 인사참사' 책임 물어라 [좌동욱 반장의 여의도 돋보기]

"인사가 만사"라던 윤석열, 인사로 한달 허비
사방엔 '예스맨', 대선후보에 '노' 하는 사람 안보여

"총괄본부장 임명하면 인사 권한도 함께 줘야"
지난 4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와 이준석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포옹을 하는 장면은 이번 대선 레이스의 한 획을 긋는 명장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캠프 합류 소식도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윤 후보에겐 ‘천군만마’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한 달 전 경선에서 승리했을 때 야권은 한목소리로 ‘윤석열-김종인-이준석 삼각 편대’가 대선의 필승 카드라고 했습니다. 윤 후보는 한 달간 돌고 돌아 이 카드를 손에 거머쥐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리더십은 상당한 타격을 입고 후보 지지율도 10%포인트가 넘게 떨어졌습니다. 문제가 뭔지 복기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당초 계획이 틀어진 가장 큰 이유는 선대위 인사 문제입니다. 김종인은 본인과 결이 다른 김병준을 선거 지휘 라인에서 뻬 달라고 명시적으로 여러 번 밝혔습니다. 철학이 다른 사람과 함께 전략을 짜다 혼선을 겪었던 과거 경험 때문입니다. 윤 후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명의 참모를 두고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인사 철학이 깔려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공개적으로 드러낸 불만의 상당수도 인사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대변인단 꾸릴 때 사무처 인사를 한 명 추천했고 윤 후보도 좋다고 했지만, 며칠 뒤 갑자기 안 된다고 하더라”,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인사에 대해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한다” 등 발언 수위가 높습니다.

인사는 선거 전략으로 이어집니다. 이 대표가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상임선대위원장 인선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그가 구상하는 ‘세대 포위론 전략’과 맞지 않아서입니다. 김종인도 김한길 전 의원의 국민통합위원회 영입 인선에 대해 “기구 하나 만들어놓고 사람 몇 사람 들어간다고 국민통합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반대했습니다. 인사 타이밍도 엉망입니다. 김종인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앉힐 건지 말 지를 두고 2주일 이상 허비했습니다. 어느 한 방향으로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니 대선 캠프가 김 위원장에게 계속 끌려갔습니다. 특히 지난달 24일 윤 후보와 김종인의 공개 만찬 회동을 문제삼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빈손으로 돌아올 거라면 아예 만날 필요가 없었습니다.

대선 후보와 당 대표의 갈등이 곪아 터진 것도 타이밍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윤 후보가 이준석을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고 생각했다면 갈등이 외부로 공개된 첫날 부산을 직접 찾아가야 했습니다. “리프레시(재충전)를 하러 간 것 같다”, “무리하게 연락하지 않겠다”며 한껏 여유를 부리더니 사흘 만에 백기를 들고 울산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사실 윤석열과 이준석의 갈등의 본질은 두 사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당에 새로 굴러들어온 이 대표와 당의 기득권을 주장하는 중진 의원 간 알력다툼입니다. 이런 갈등은 어느 조직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산적이지 못하고 파괴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원인을 따져보고 고쳐야 합니다.
조직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당 안팎에서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한 중진 의원은 사석에서 “후보에게 쓴소리를 몇 번 했더니 멀리하더라”는 뼈있는 말을 전합니다. 캠프 내부에선 “바른말을 하는 사람보다 후보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예스맨’들이 중용된다”는 얘기가 파다합니다. 오죽하면 “측근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폭탄주 실력”이라는 비아냥이 나올까요. 이렇게 윤석열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린 예스맨들이 다시 인사권을 틀어쥐고 유능한 인재를 요직에 들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생생한 현장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정운영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습니다. 인사 기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능력을 보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습니다. 선거에서 능력의 척도는 지지율입니다.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경선 컨벤션 효과 등에 힘입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던 윤석열의 지지율 우위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싹’ 사라졌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냉정하게 따져 묻는 게 새 출발의 첫걸음입니다. 누가 문제인지는 후보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입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