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교총격범 부모, 피소후 잠적했다 하루만에 체포(종합)

검찰 "알면서 못 막은 건 범죄"…잠적하자 1만弗 현상금도 걸려
15세 용의자, 사건 전 총격 암시 그림 그리고 "도와달라" 적어
미국 미시간주의 한 고교에서 15세 소년이 다른 학생 4명을 총격 살해한 사건과 관련,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소년의 부모가 잠적 하루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오전 이들 부부를 총격 장소에서 약 60㎞ 떨어진 디트로이트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현지 검찰은 지난달 30일 오클랜드 카운티 옥스퍼드 고교에서 15세 학생 이선 크럼블리가 총기를 난사해 학생 4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전날 가해자의 부모인 제임스와 제니퍼 부부도 과실치사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그 직후 잠적했고, 현지 경찰은 이들이 도주했다고 보고 행방을 쫓아왔다. 변호인들은 "이 부부가 신변 안전상 이유로 거처를 옮겼을 뿐이며 곧 돌아와 사법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신빙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 연방보안관실(USMS)은 부부를 체포하기 위해 1만 달러(약 1천1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디트로이트에서 부부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소형 SUV를 목격했다는 시민 제보를 받고 한 상업용 건물에서 이들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들은 순순히 체포되지 않고 도주하려 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 부부는 아들이 총으로 사람을 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예방 조처를 하지 않아 사실상 범행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지 검찰에 따르면 아버지 제임스는 지난주 권총을 사는 자리에 아들 이선을 데려갔고, 침실 서랍에 권총을 보관하면서 서랍을 잠그지도 않았다. 사건 전날에는 한 교사가 이선이 교실에서 권총 탄환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범행 당일인 지난달 30일 오전에는 담임 교사가 이선이 그린 끔찍한 그림을 발견하고 부모를 학교로 긴급 호출했다.

이선은 그림에서 총탄에 맞은 사람, 총기, 사방에 뿌려진 피를 묘사하고 "그 생각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를 도와달라"라고 적었다.

하지만 학교 면담에서 부모는 이선을 조퇴시키는 데 동의하지 않았고 아들에게 총을 갖고 있는지 물어보거나 가방을 뒤지지도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캐런 맥도널드 오클랜드 카운티 검사는 "부모가 그런 글(그림에 쓴 글)을 읽을 수 있었고 아들이 총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총기를 가져가게 한 것은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날 총격 뉴스가 나오자 모친 제니퍼는 아들에게 "이선, 그러지 마라"고 문자를 보냈고, 부친 제임스는 집으로 달려와 침실 서랍을 열어본 뒤 그제야 권총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911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맥도널드 검사는 "이 사람이 위험하고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믿을 만한 절대적인 이유가 있었다"면서 "4명의 아이가 살해당하고 7명이 다쳤다.

우리는 모두 매우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5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