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주택에 1234만원 물리는 종부세 … 1가구 1주택엔 12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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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1주택자라도…가구 조건 따라 세금 10~20배차정부는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고지하면서 2%만 내는 세금이라고 설명했다. 소수만의 세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한 이 숫자는 국민 전체를 분모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종부세가 ‘인별 과세’이기 때문에 이 같은 계산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정부는 종부세를 부과할 때 가구 합산 여부를 기준으로 세율과 세액에 큰 차등을 두고 있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같은 1주택자라도 1가구 1주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세액이 10~20배가량 차이 나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종부세는 인별과세인데도
가구별 주택 수 따져서 과세
다른 주택 지분 30%만 있어도
2주택 판정받아 징벌적 과세
헌재 "혼인한 사람에 불리
종부세 가구별 합산은 위헌"
1234만원 vs 124만원
국세청 종부세 모의계산 프로그램에 따르면 같은 1주택을 보유한 경우라도 1가구 1주택자로 분류돼 각종 공제를 받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종부세 부과액 차이가 10배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공시가격 20억원 주택을 15년 이상 보유한 만 70세 이상 소유주의 경우 1가구 1주택 공제를 모두 적용받을 때 농어촌특별세를 합쳐 124만9920원의 종부세를 낸다. 하지만 남편이 서울에 집을 한 채 갖고 있는데 아내의 부모님 사망으로 지방의 1억~2억원 주택을 형제자매와 공동으로 상속받아 30%의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이 부부는 1가구 2주택자로 분류된다. 세액이 1234만5600원으로 10배가량 늘어난다. 2주택자엔 ‘인별’이 아닌 ‘가구’ 개념을 적용해 징벌적 과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공시가격 15억원일 경우엔 세액이 각각 36만6720원과 624만9600원으로 계산된다. 가구별 규정에 따라 스무 배 가까이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다.이는 1가구 1주택 여부에 따라 각종 공제에서 차등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본공제액부터 다르다. 1가구 1주택은 부동산 공시가격에서 11억원을 공제한 뒤 과세표준을 계산한다. 원래 9억원이었지만 올해부터 11억원으로 높아졌다. 반면 주택을 한 채만 소유했더라도 1가구 1주택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6억원만 공제된다.이는 과표 금액은 물론 적용 세율까지도 바뀌는 요인이 된다. 공시가격 20억원 주택의 경우 1가구 1주택자는 11억원을 공제한 9억원의 금액에 대해 1.2%의 최고세율로 세금을 내지만 공제를 6억원만 받는 1주택자는 14억원에 대해 1.6%의 최고세율로 종부세를 내야 한다.
보유 기간과 연령에 따른 공제도 1가구 1주택자만 받을 수 있다. 정부는 15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경우 결정세액의 50%를, 만 70세가 넘은 경우 40%를 공제해주고 있다. 두 공제의 중복 공제율은 최대 80%다.
공제를 최대 한도로 받는 경우 공시가격 20억원 주택을 소유한 1가구 1주택자는 416만원의 고령자 및 장기보유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가구 1주택 인정을 받지 못한 1주택자는 이 같은 공제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1주택자 간 차별은 위헌 소지”
인별로 내는 종부세가 주택 수 가구 합산에 따라 부과 세액이 큰 폭으로 달라지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헌법재판소가 종부세의 가구별 합산 규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을 때의 판결 요지와 상충한다는 얘기다.당시 헌재는 혼인 또는 가족과 함께 가구를 구성한 자가 독신자, 사실혼 관계자 등보다 불리하게 종부세가 부과되는 되는 점이 헌법 36조1항 위반이라고 밝혔다.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양성평등 의무 강조’를 규정하는 조항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구별로 합산해 부과하던 종부세가 인별 과세로 바뀌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1가구 1주택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종부세를 징벌적으로 물리는 방향의 세제 개편이 이어지면서 종부세의 가구별 과세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주택 소유 부부가 이혼하고 사실혼 관계로 바꾸면 세금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종부세가 가족 관계를 파탄 내는 제도로 비판받는 주요 근거다. 앞서 헌재의 위헌 판결 요지에 비춰봐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