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신개념 약 '디지털 치료제'

강재헌 <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56세 A씨는 4년 전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전 단계이므로 식사 조절과 운동을 통한 체중 조절로 혈당을 낮춰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신체활동량이 줄어들어 체중이 3㎏ 증가했다. 병원에서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A씨에게 스마트폰 앱과 블루투스 연동 혈당계를 이용한 식사 조절과 운동 관리를 권했다. 주 1회 이상 혈당을 측정하고, 스마트폰 앱에 식사 내용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앱에서는 혈당치, 체중, 식사 내용, 운동량에 따라 매일 필요한 생활습관을 A씨에게 제시했다. 6개월 후 A씨는 약물치료 없이 혈당이 정상화됐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건강 증진·질병 관리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약을 처방하는 대신 소프트웨어인 당뇨병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해 치료하고,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제 대신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건강기능 개선, 질병 관리, 질병 치료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질병 관리와 질병 치료 단계부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의사의 처방도 있어야 한다. 현재 국내외에서 약물중독, 불면증, 공황장애, 조현병, 비만, 당뇨병, 근골격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형 당뇨병, 조현병, 약물중독, 공황장애, 조현병 등의 디지털치료제가 승인받아 실제 질병 치료에 사용 중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에 비해 독성과 부작용이 적고, 비용 대비 효과적이며, 한정된 수의 의료진이 시간과 공간적 제약 없이 많은 환자에게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기기 시장은 연평균 4.6%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는 잇따라 디지털 치료제가 품목허가를 받고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품목허가가 이뤄진 디지털 치료제는 없지만, 5개 제품이 개발 완료 후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아 품목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학계, 의료계, 산업계의 디지털 치료제 전문가들이 모여 대한디지털치료학회를 창립해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