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오'가 쥐락펴락할 세계 증시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인플레이션, 헝다 디폴트, 오미크론으로 변동성 커질 듯
FOMC 앞두고 9일 중국 PPI , 10일 미국 CPI 주목
주간 글로벌 증시 전망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디폴트(채무불이행), 오미크론이 글로벌 증시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12월6~10일)도 오미크론의 정체를 계속 탐색하면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헝다의 디폴트와 세계 물가 급등을 소화하는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매일 오미크론의 추이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가운데 주 초반엔 헝다 디폴트 영향을 받고 후반엔 중국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로 인해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이런 '인·디·오'(인플레+디폴트+오미크론)의 맹위 속에서 투자자들은 모두 14~15일에 있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열리는 캐나다와 호주 등의 통화정책회의를 보고 그 분위기를 약간이라도 점쳐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이밖에 미국 정부의 디폴트를 둘러싼 여러 얘기들이 계속 나올 전망입니다. 9~10일 미국 주도로 열리는 '민주주의 세계 정상회의'에서 미·중 갈등도 부각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유튜브 채널 '한경 글로벌마켓'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로도 제공해드립니다.

'기습 공시' 통해 디폴트 선언

헝다가 결국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3일 심야에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2억6000만 달러의 채무를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갚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역외 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죠.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중국 광둥성 정부도 나섰습니다. 3일 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을 소환했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일단 디폴트는 막을 수 없겠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 걱정 마라"는 내용입니다. 인민은행은 "부동산 기업의 단기적 위험이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정상적인 융자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헝다는 6일 공식적으로 디폴트 고비를 맞습니다. 헝다 계열사인 징청은 지난달 6일 달러채권 이자 8750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했습니다. 3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6일까지 갚지 못하면 공식적으로 디폴트에 빠지게 됩니다.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죠. 뿐만 아니라 28일 2억4300만 달러, 내년 1월 중 7건의 이자 4억1500만 달러 등이 돈 갚을 일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 번이라도 빚을 제대로 못갚으면 다른 채권자들도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만기가 남은 헝다의 달러채권 규모만 192억3600만달러(약 22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그동안 알짜 자산을 팔아 겨우 디폴트 위기를 면해왔는데요. 빚을 못갚겠다고 선언하면 위기가 한순간에 폭발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의 신청으로 청산 또는 구조조정으로 가는 파산 절차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헝다가 세계 성장률 0.7%포인트 갉아먹을 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헝다가 파산하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분야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루이스 퀴즈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연구 책임자는 "중국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 내년 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3%까지 떨어지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0.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국 성장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로 떨어졌는데요. 올해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6% 안팎을 달성할 수 있을 지가 관심입니다.
이런 가운데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베이징에서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립니다. 여기서 내년 성장률 목표치를 얼마로 정할 지가 관심입니다. 중앙경제공작회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참석합니다. 회의 의제와 결과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입니다. 이번에 확정된 정책은내년 3월에 개최되는 양회 기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발표됩니다.

중국 생산비 상승→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이어지나

9일부터는 인플레이션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역시 중국이 포문을 엽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됩니다.

지난 10월 PPI 상승률은 13.5%였습니다. 중국이 PPI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8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와 같은 수치입니다. 로이터통신이 전문가 설문을 바탕으로 조사한 전망치 12.4%를 웃돌았죠.

11월엔 기저효과가 줄어들면서 PPI가 12.6%로 내려갈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안정세를 보여온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0월 1.5%에서 11월에는 2.5%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통제로 생산비 상승을 가격 인상에 반영하지 못하던 중국 기업들의 맷집이 한계에 달하고 있는 것이죠.

미국 물가 상승률 7%대 나오나

인플레 타임의 정점은 10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그 주인공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11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올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0월 CPI(6.2%)보다 0.5%포인트 더 높습니다.

만약 7%대 숫자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다음주 15일 FOMC에서 긴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우려로 증시와 채권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습니다. 10월에도 시장 전망치는 5.9%였지만 실제 수치는 6.2%였습니다.

이날은 미국 CPI 뿐 아니라 독일의 CPI가 나오고 영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발표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11월 실질소득과 미시간대의 12월 소비자태도지수가 나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짓눌리고 있는데 그게 얼마나 지표로 나올 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FOMC의 '긴축 예고편' 나올 수도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오는 15일 끝나는 FOMC의 회의 결과에 맞춰져 있습니다. Fed의 긴축 시간표를 보고 싶기 때문인데요. 구체적으로 내년 테이퍼링 일정과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 올해 및 내년의 경제전망과 물가 상승률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항상 미국보다 먼저 움직인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있죠. 캐나다와 영국이 대표적입니다.
이 중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8일에 통화정책회의를 엽니다. 이미 지난 10월에 주요 선진국 가운데 양적완화를 처음 종료하겠다고 했죠. 그리고 기준금리는 연 0.25%로 유지하지만 이르면 내년 4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는데요. 이번에 그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9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호주중앙은행(RBA)도 Fed에 발맞춰 조기 긴축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밖에 인플레이션이 심한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이번주 중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합니다.

미 정부 디폴트 우려에 미·중 갈등도 불거질 듯

미국 정부의 디폴트도 적잖은 리스크 요소입니다. 미국 의회는 세 가지의 숙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셧다운과 디폴트를 막고 바이든 행정부의 야심작인 사회복지예산 통과 등에 합의해야하는 것인데요.

계속 임시변통, 궁여지책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습니다. 10월에 셧다운과 디폴트 위기가 있었는데 12월로 미뤘고요.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게 아니라 12월까지 쓰는 임시예산안을 만들고 국가부채 상한을 임시로 늘려 각각 셧다운과 디폴트를 막았죠. 이번에도 2월까지 쓰는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공화당도 디폴트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급하면 디폴트도 임시로 막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상원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사회복지예산안은 원안대로 통과되기 힘들 전망입니다. 1조7500억원에서 2조500억원으로 늘어난 예산안을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들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원 의석 수는 50대50으로 같아 죠.

그리고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관심사입니다. 미국은 이 자리에서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 정부가 인권탄압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주민감시장비와 기술의 수출을 전세계 각국이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이 행사를 앞두고 미국은 연일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요. 미국 증시에서 회계 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는 중국 기업들은 상장폐지를 시키겠다고 했죠. 중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이래저래 시끄러울 이번주에도 성투하시길 빕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