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는 폭락, 컨트리가든은 급등…엇갈리는 중국 부동산주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예고한 헝다그룹 주가가 6일 홍콩증시에서 11년 만의 최저가로 떨어졌다. 정부로부터 채권 신규 발행 허가를 받은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 여파로 중국 부동산주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헝다(종목명 중국헝다·03333)는 이날 장중 전일 대비 11.5% 내린 1.98홍콩달러를 기록했다. 헝다의 주가가 2홍콩달러가 깨진 것은 2010년 5월 이후 11년여 만이다.헝다는 지난 3일 밤 2억6000만달러의 채권자로부터 채무 보증 의무를 이행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홍콩거래소에 공시했다. 금요일 밤에 기습적으로 디폴트 가능성을 노출시킨 것이다. 공시 직후 헝다의 본사(선전시)가 있는 광둥성 정부는 쉬자인 헝다 회장을 소환해 면담하고 향후 절차를 주도할 실무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헝다는 이날도 중대 고비를 맞는다. 계열사인 징청이 지난달 6일 달러채권 이자 8750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했으며, 공식 디폴트를 확정하는 유예기간 30일이 이날로 끝난다. 달러채권은 미국 채권자들이 많아 미국시간 6일, 한국시간으로는 7일애 최종 판가름날 전망이다.

반면 중국 민영 부동산개발업체 1위인 비구이위안(홍콩·02007)과 계열 부동산관리업체 비구이위안서비스(홍콩·06098)는 이날 장중 4%대 강세를 보였다. 이는 비구이위안이 전날 "협력사 자금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곧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비구이위안은 미수금 채권을 담보로 하는 ABS를 발행해 주요 협력사들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화파, 녹지 등 4개 부동산개발업체도 최근 총 160억위안 규모의 공급망 지원 ABS 발행 허가를 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공시했다. 국유 부동산개발업체인 완커(선전증시·000002)도 전날 7억7000만위안 규모의 공급망 ABS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이 기업들 주가도 이날 일제히 상승했다.

중국 투자은행(IB)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개발업체들의 채권 발행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이며 11월의 총 발행액은 10월의 3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당국이 부동산개발업체들의 적절한 자본 조달을 지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경기 하강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쿼터를 내년에 4조위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프라 투자에 활용해야 하는 특수목적채권은 2019년 2조1500억위안에서 2020년 3조7500억의안으로 늘었다가 올해 다시 3조6500억위안으로 소폭 줄었다.하지만 올해 인프라투자 규모가 23조위안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특수목적채권 비중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나머지 재원은 지방정부의 토지(사용권) 매각과 지방정부융자회사(LGFV)가 확보하는 대출로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개발업체들에 대한 대출 제한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올 8~10월 토지 매각 규모가 이미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줄었다.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중국 중앙정부는 LGFV의 자금 조달을 대표적인 '숨겨진 채무'로 보고 다방면에서 제한을 가하고 있다. LGFV는 지방정부의 토지를 담보로 금융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만, LGFV의 채무는 지방정부 채무로 잡히지 않는다. 올해 11월까지 LGFV의 자금 조달 규모는 1조9500억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 2조1900위안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