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案에 없던 국회의원 '쪽지 예산'만 76개라니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의 ‘쪽지 잔치’가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정부 편성안에는 없던 사업 76개가 새로 생겼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4000억원 더 늘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지역 민원 예산을 끼워넣은 결과다. 여야는 지난 20대 국회 출범 때 ‘쪽지예산’을 없애겠다고 다짐했지만, 6년째 공염불에 그치는 실정이다.

민원성 예산 추가 확보 경쟁은 여야 지도부, 실세 의원, 초선·다선 의원 가리지 않는다. 수억~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원대까지 한몫씩 챙겼다. 현 정부 들어 전 정권의 ‘토건적폐’로 몰려 대폭 줄었다가 내년도엔 역대 최대인 28조원으로 늘어난 SOC 관련 정부 예산안에는 이미 지역 민원성이 수두룩하게 반영돼 있다. 그런데 이도 모자라 국민 혈세를 지역구에 마구 뿌려도 되는 쌈짓돈처럼 여기는 구태는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아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604조4000억원)이 적자국채 77조6000억원을 포함한 ‘초팽창’으로 편성되면서 나랏빚은 1000조원을 넘게 된다. 그렇다면 여야는 엄격한 심사로 낭비와 비효율을 철저히 가려내야 마땅한데도 지역구 사업까지 얹어 도리어 3조3000억원을 증액시켰으니 이런 후안무치가 어디 있나. 더욱이 의원들은 요즘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 거리 현수막 등을 통해 지역예산 따내기 성과 자랑에 바쁘다. 나라살림이야 어떻게 되든 내 표에만 도움되면 그만이라면 국회 예산 심사가 왜 필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쪽지예산’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 예산 확정 마지막 단계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 심사 때 끼어든다. 사업 타당성 검토는 애초부터 불가능함에 따라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예산 편성의 근본을 흔든다. 기획재정부는 쪽지예산을 부정청탁으로 해석해 ‘김영란법’ 위반으로 결론낸 바 있다. 예산 증액 땐 소관 상임위 심사 및 동의를 거치도록 한 국회법에도 저촉된다. 그런데도 국회는 이에 아랑곳 않고 ‘나눠먹기 잔치’에 앞장서고 있다. 대(對)국민 배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