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리사이틀, "대중적인 현대음악으로 낭만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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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문지영 '듀오 리사이틀'현대음악은 난해하다. 주제와 선율이 낯설고 연주 방식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대중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비올리스트 김상진(49)과 피아니스트 문지영(26)이 좀 더 친근한 현대음악을 위해 뭉쳤다. 오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김상진&문지영의 듀오 리사이틀 로망스’가 그 무대다.
16일 예술의전당서 연주회
연주 레퍼토리 중 주목되는 것은 낭만에 관한 현대곡 두 작품. 작곡가 류재준의 신곡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김상진이 6년 전 작곡한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로망스’다. 류재준의 신곡은 재즈 선율에 기반한 낭만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7일 서울 방배동에서 만난 김상진은 자신의 곡에 대해 “현대음악이 아방가르드를 지향하면서 대중과 멀어졌다”며 “관객이 낭만이라는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전적인 작곡법을 바탕으로 곡을 썼다”고 설명했다.김상진은 세종솔로이스츠, MIK앙상블, 오푸스앙상블 등 국내 정상급 실내악단에서 활약해온 비올리스트로 유명하지만 작곡에도 능하다. 그의 곡은 어떤 악기로든 쉽게 연주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가 작곡한 ‘체인징 러브’는 바순 연주자를 위해 썼지만 지난달 18일 첼리스트 심준호가 독주회에서 연주했다. 그는 “이번에 들려줄 곡도 해외에서 매년 50회 이상 악보 사용 요청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에서 호흡을 맞출 연주자로 문지영을 선택했다. 문지영은 2014년 스위스 제네바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이탈리아 부소니콩쿠르 1위에 오른 실력자다. 김상진은 문지영에게도 작곡가와 같은 역할을 요청했다. 그는 “공연 분위기에 따라서는 연주자가 작곡가의 의도와 다르게 연주할 수도 있어야 한다”며 “연주는 ‘제2의 창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주하는 류재준의 신곡은 세계 초연이다. 두 사람은 작곡가와 연주 방식을 토론하며 곡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문지영은 “참조할 연주 자료가 없어 겁도 났지만 작곡가에게 직접 (창작 의도를) 물어볼 수 있어서 안심됐다”며 “이런 식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두 사람은 슈만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영국 작곡가 리베카 클라크의 ‘비올라 소나타’도 들려준다. 김상진은 클라크의 곡을 1997년 피아니스트 김대진과 함께 녹음했는데 24년이 지나서 김대진의 수제자 문지영과 함께 연주하게 됐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