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유무역의 위기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alter Russell Mead WSJ 칼럼니스트
세계 110개국 외교관들이 9~10일 열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화상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세계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주의가 곤경에 빠진 것은 현실이지만 자유주의와 결부되는 또 다른 세계 질서의 핵심이 훨씬 더 곤경에 처해 있다. 자유무역 얘기다. 글로벌 자유무역은 세계질서의 건전성을 위해 민주주의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비슷하게 무역장벽을 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바이든 정부는 캐나다 목재에 대한 관세를 두 배로 올렸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무역기구(WTO)는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각료회의를 취소했다. WTO는 그 효과와 정당성을 모두 잃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세력 가운데 하나인 WTO와 자유무역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국가 간 결속 줄고 적대감 커져

자유무역은 중요하다. 그것은 세계 각국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신흥국을 위한 기회를 늘려준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모두에 세계 시스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공통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자유무역은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보다 더 많은 것을 한다.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자유무역 덕분에 생활 수준이 극적으로 높아졌다.

민주주의 위기와 마찬가지로 자유무역의 위기는 부분적으로는 동맹 간 결속 실패 때문이다. 또 경쟁국에 대한 적대감 탓이기도 하다. 옛 소비에트연방의 붕괴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에 나타난 자유무역과 민주주의의 의제는 모두 단순하게 구상됐고 종종 잘 수행되지 않았다.

WTO는 2001년 중국이 가입한 뒤 그 체제가 흔들리고 무용지물까지 되는 상황에 내몰렸다.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급증하는 세계 무역과 관련된 혼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 또 164개국에 이르는 WTO 회원국의 힘든 협상 과정은 자유무역에 대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WTO의 움직임을 둔화시켰다.오늘날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과의 정치적 긴장 고조로 국방과 안보 시스템을 위한 안전한 공급망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무역을 정치화할 것이란 우려도 낳고 있다. 중국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유로 자국 정보기술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대폭 강화했다.

안보 우려 등에 자유무역 퇴보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거대 블록을 강력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도 EU 관료들은 ‘무역 제한’을 도구로 쓰고 있다. EU의 자유 무역에 대한 지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은 1940년대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한 축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변해왔다. 21세기를 위한 자유무역 의제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WTO는 더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상에서 무역은 국가 안보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그럼에도 세계 평화와 번영, 미국의 파워는 여전히 자유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자유무역 시스템에 대한 위협은 우리 모두에게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Global Free Trade Is in Crisi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