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TV·모바일 전격 통합…외신 "사실상 삼성의 내부 M&A"

CE·IM 통합 수장 한종희

"애플 따라잡아라"
다양한 디지털기기 앞세워
소비자에 새로운 경험 제공

TV 세계 1위 이끈 한종희
세트부문장 승진…시너지 특명
스마트폰 - 가전 연동시스템으로
제품경계 허문 삼성 생태계 구축
7일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못지않게 파격적인 내용은 생활가전(CE)과 IM(IT·모바일) 부문을 세트부문으로 통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서로 다른 두 회사 간의 ‘합병’과 다름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반도체·가전·통신 등 부문별로 사실상 독립된 3개 회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삼성 측은 “모바일 기기와 TV, 가전제품 간 경계가 무너지는 흐름에 맞춘 것”이라며 “시장 트렌드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수장으로 발탁한 것도 제자리걸음이었던 반도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인사다. 경 사장의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놓지 않으면서 삼성전기에서 쌓은 반도체 부품 공급망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접목,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전, TV와 모바일 사업 시너지 극대화

이번 세트부문의 출범과 함께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한종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컨트롤타워를 맡긴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겸하고 있는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안에서 TV 개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삼성전자 TV 사업의 15년 연속 세계 1위 달성 기록을 이끈 주역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62년생인 한 부회장은 천안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영상사업부 개발팀으로 첫발령을 받은 뒤 줄곧 TV 관련 기술개발 부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한 부회장은 특히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제품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으로 있는 동안 내놓은 TV제품이 △더 세리프 △더 프레임 △더 세로 △더 프리미어 △더 테라스 등이다. TV가 영상을 보는 전자제품에서 그치지 않고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 소품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한 부회장의 전략으로 올해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매출은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성장했을 정도다.

그는 윤부근 전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을 잇는 리더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업무에선 선택과 집중으로 일의 우선순위를 세우고 전략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테일에 강해 후배 임원들을 자주 긴장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원회의에서 무엇보다 성장동력을 찾을 것을 자주 강조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서 해볼 것을 지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삼성 생태계 구축에 적임자”

이번 인사에서 한 부회장이 가전과 TV, 모바일을 통솔하게 된 것은 애플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삼성 생태계 구축을 맡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체험 경험(MDE: multi device experience)을 강조하고 있다. 모바일과 가전·TV 등을 모두 아우르는 삼성전자가 소비자에게 이들 기기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다.글로벌 기업 가운데 애플이 MDE를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기기 간 효율적인 연동시스템으로 한 번 애플 생태계에 진입하면 다시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생활가전사업부장인 이재승 사장, 무선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과 함께 자체적으로 MDE를 논의하는 정기적인 회의를 열어왔다. 회의의 성과는 바로 드러났다. 고객 취향대로 색상과 디자인을 조합할 수 있는 가전 쪽 비스포크 콘셉트를 스마트폰에도 확대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비스포크 큐커의 경우 스마트폰 카메라로 전용 밀키트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최적의 온도·시간 등 조리값을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것도 대표적인 MDE 기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부회장은 사업부 간 시너지를 극대화시킴은 물론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