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슨 EQT 회장 "성장 섹터에 전문성 갖고 투자하면 높은 가격 정당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유럽 최대 사모펀드 창업자
"공동체와 공존하는 발렌베리가의 전통 사모 투자에도 적용"
"투자 기업들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 지원해 미래로부터 보호"
EQT 창업자 콘니 욘슨 회장 / 사진=신경훈 기자
유럽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의 창업자인 콘니 욘슨 회장은 “최근 투자 기업들의 가격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장기 트렌드를 이해하고 해당 섹터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기업 가치를 얼마든지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사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욘슨 회장은 “매력적인 섹터 내에서 좋은 기업을 발굴한 후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을 통해 미래에 강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EQT의 투자 전략”이라며 “모두가 사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QT는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 계열의 PEF 운용사다. 발렌베리 가문의 투자 지주회사 인베스터AB(Investor AB)가 주요 주주다. 욘슨 회장이 인베스터AB에서 7년간 일하다가 1994년에 설립했다. EQT는 현재 700억 유로(약 95조7000억원) 이상의 운용자산(AUM)을 관리하고 있으며 2019년 스웨덴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이후 주가가 800% 이상 올랐다.

최근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욘슨 회장은 “한국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섹터와 광통신 인프라 등에 투자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EQT는 최근 한국인 투자 전문가 2명을 영입하고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기회를 물색하고 있다.

아래는 욘슨 회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EQT가 가장 강조하는 투자 전략은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 등 두개의 축을 활용해 ‘미래로부터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호(future proof)’한다는 것인데요.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어떻게 기업 가치를 올리는 전략인지, 조금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EQT는 좋은 기업에 투자하기를 원합니다. 좋은 기업일수록 가치를 높이기도 쉽기 때문이죠. 통상적으로 사모펀드가 한 기업에 투자했다가 회수하는 기간은 6년에서 길어야 9년입니다. 안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기본부터 바로잡는데 시간을 다 보내게 됩니다. 우리는 좋은 회사를 인수한 후 산업의 미래를 예측해 회사를 변화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기술과 디지털화를 통해 포트폴리오 기업이 미래의 도전과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킵니다. 똑 같은 논리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기업을 무장시킵니다.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게 된 회사는 좋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단계는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이겠군요.“EQT는 그 전에 좋은 섹터를 먼저 찾습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섹터 내에서 최고의 기업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기업을 높은 가격에 인수하죠. 그리고 그 회사를 훨씬 더 좋은 회사로 만든 후 더 비싼 가격에 매도합니다. 매력적인 섹터 내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고퀄리티 기업은 모두가 사고 싶어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섹터를 정해 놓고 투자하는 테마(thematic) 투자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어떤 섹터에 투자하겠다고 결정한 후 해당 섹터 내에서 전문성을 쌓습니다. 모든 섹터에 투자하면 전문성을 쌓을 수가 없죠. 예를 들어 우리는 광통신(fiber network)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전문성을 쌓아왔습니다. B2B에서 소비자 접점에 있는 회사들까지 광통신의 전체 밸류체인에 걸쳐 투자하고 있죠. 이 분야에 있어서 다른 사모펀드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좋은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수한 인재들은 전문성이 있고 이해도가 높은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정보와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투자의 영역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비즈니스 서비스 등 EQT가 주로 투자하는 섹터는 모든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싶어하는 분야입니다. 자연히 타깃 회사의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장기 트렌드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걱정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죠. 반려동물 용품점 사업에서부터 반려동물 보험 회사와 동물병원까지 다양하게 투자했습니다. 이런 트렌드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 가정이 맞는다면 약간 높은 기업가치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해당 섹터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사들여도 기업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도 창업 후 첫 10년은 모든 섹터에 투자하는 ‘제너럴리스트’였습니다.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모든 섹터에 투자하는 건 스마트하지 않은 전략이라는 걸 깨닫게 됐죠. 이후 15년동안 우리는 스스로 전문화해 왔습니다. 우리가 지난 15년간 목격하고 투자해온 파괴적 혁신(disruption)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EQT는 팬데믹의 수혜를 받았습니다.”

▶투자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지원하나요?

“EQT 에는 자체적인 디지털 팀이 있습니다. 80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 과학자, 인공지능(AI)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죠. 이들은 EQT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기도 하고 투자팀과 협력해 포트폴리오 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데이터 과학자들은 EQT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마더브레인(Motherbrain)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투자 결정에 도움을 주는 플랫폼인데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EQT 창업자 콘니 욘슨 회장 / 사진=신경훈 기자
▶회장님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투자 지주회사인 인베스터스AB에서 7년간 일했고 당시에 체득한 발렌베리 가문의 문화와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1994년 EQT를 설립했습니다. 인베스터AB가 EQT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죠. 이 같은 발렌베리 가문과의 강한 연대가 EQT를 영미권의 사모펀드들과 다르게 만드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KKR, 블랙스톤 등 미국에서 1970년대에 처음 생겨난 사모펀드의 창업자들은 대부분 투자은행(IB) 뱅커 출신이었습니다. 머리가 좋은 딜메이커들이죠.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후 매도하는 건 투자은행 업무의 확장이었죠. 하지만 사모펀드 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졌고 단순히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했다가 매도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게 됐습니다. 가치 창출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죠.

우리는 1994년 EQT를 시작하면서부터 금융 기법이 아닌 기업 경영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다섯 세대에 걸쳐서 기업을 경영해왔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기업을 세우고 운영하는 접근방식에 금융이라는 도구상자(tool box)를 섞기로 했죠.
그래서 EQT는 처음부터 투자 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지배구조에 대해 얘기하자 기존 사모펀드들은 고개를 저으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비웃었죠.

하지만 우리는 철저한 지배구조 원칙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독립적인 이사회가 투자 회사를 지배하도록 했고, 이사회 의장은 해당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EQT에서는 한 명, 많아야 두 명만 이사회에 들어갑니다. 나머지는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회사 발전을 고민하도록 했죠. 뱅커들이 이사회를 장악한 후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 지보다는 금융기법으로 수익을 올리는 데에만 관심이 많던 영미권 사모펀드들과는 달랐던 점입니다. 물론 이제는 미국 사모펀드들도 기업 가치 창출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기업들의 가격이 비싸졌기 때문에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먼저 지배구조와 가치창출에 대해 고민했고 이는 발렌베리 가문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우리는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와의 공존을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발렌베리가문의 경영 철학은 노조, 규제 당국 등 이해관계자와 싸우거나 피하는 대신 함께 일하는 겁니다. 이런 전통은 EQT가 북유럽 밖의 지역에서 딜을 확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한 독일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블랙스톤, KKR, 칼라일과 경쟁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기업의 노조가 “미국계 사모펀드 대신 이해관계자를 포용하는 EQT에 회사를 팔라”고 요구해 인수전에서 이긴 사례가 있습니다. 기업에 투자하고 경영을 하면서 사회에 미칠 영향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건 발렌베리가문의 오랜 전통입니다. EQT는 임팩트 펀드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우리의 모든 투자는 사실 임팩트 투자인 셈이죠. 한국 시장에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싶습니다.”

▶ 한국에서 인프라 투자 전문가를 영입해 한국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압니다. 첫 투자를 인프라로 시작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건 우리가 내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인적 자원의 문제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인프라 뿐 아니라 벤처캐피탈을 포함해 모든 비즈니스 라인을 갖출 계획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EQT는 한국에 소중한 고객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을 많이 방문했고 한국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 한국 투자의 주요 테마는 무엇인가요?

“테크놀로지, 즉 정보기술(IT) 입니다. 물론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지만 IT 강국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테크놀로지에 투자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매력적인 기회는 서비스 섹터입니다. 한국은 경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적습니다. 우리는 IT를 활용한 비즈니스 서비스, 소비자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굉장히 흥미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통신 인프라도 좋은 테마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신 인프라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투자 기회를 많이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 대기업들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분사되어 나오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투자 테마가 될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우리는 유럽의 가족 기업들과 함께 일한 경험이 많습니다. 특히 창업주와 가족들은 회사를 아무에게나 팔고 싶지 않아 합니다. 진짜 회사를 걱정하고 이해관계자들을 보듬을 수 있는 투자자를 원하죠. 물론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니까 독점으로 우리에게 투자 기회를 달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발렌베리 가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우리의 문화가 한국의 대기업들과 일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EQT는 사모주식(PE), 벤처캐피탈, 부동산, 인프라, 퍼블릭밸류 등 많은 투자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 종합 대체투자 회사로 가고 있는 미국 자산운용사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데요. 하지만 회장님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EQT가 그들과 다르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세요.

“우리는 최근에 크레딧 사업을 매각했습니다.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크레딧 투자로는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가치증대(value add) 투자 전략을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경영권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크레딧 투자로는 그런 강점을 살릴 수가 없습니다. 두번째로 우리는 고객들에게 다른 회사들은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가져다 줘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하죠. 우리는 물론 성장하고 싶지만 단순히 더 많은 자금을 모아 자산을 사 모으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장하고 싶죠. 그래야 고객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EQT의 운용자산(AUM) 대비 마진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블랙스톤의 AUM은 늘어나고 있지만 마진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EQT는 높은 마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QT의 주가가 2019년 상장 이후 800%나 오른 것도 시장이 이 같은 우리의 특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 2019년 IPO 이후에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말씀하셨는데요. EQT는 파트너들과 일반 주주들의 이해 관계를 어떻게 일치시키나요?

“사실 기업공개(IPO) 전에 굉장히 많이 토론한 사안인데요, 저는 사실 이해관계 충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고객들을 위해 높은 수익을 올려주면 고객들에게도 좋고 주주들에게도 좋습니다. 고객에게 좋은 일이 주주들에게는 안 좋은 경우는 없죠. 자동차 회사가 고객들에게 좋은 자동차를 팔아서 많은 이윤을 올리고 주주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 하지만 예를 들어 파트너들이 너무 많은 성과 수수료를 받아가면 주주들에게 돌아갈 수익이 적어지지 않을까요?“저희는 처음부터 운용역들이 가져가게 될 성과 수수료율을 정해 놓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갖추고 있죠. 오히려 IPO가 걱정되는 이유는 주가가 너무 올라 부자가 된 일부 파트너들이 더 이상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몇몇 파트너들이 회사를 떠났죠. 하지만 핵심 인재들은 남아 있습니다. 반대로 IPO를 통해서 우리의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기 때문에 인재 확보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예정보다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유창재 한경글로벌뉴스네트워크 편집장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