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앞둔 지구, 외면하는 사람들…블랙코미디 '돈 룩 업'

애덤 매케이 감독의 인류 멸망 시나리오…할리우드 스타 총출동
엄청난 크기의 혜성이 6개월 후 지구에 충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다행히 아직 인류를 구할 시간은 남은 상태. 하지만 지구에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어떻게 믿게 할 것인가. 영화 '돈 룩 업'에 나오는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제니퍼 로런스)와 담당 교수 랜들(리어내도 디캐프리오)이 딱 그런 상황에 직면했다.

두 사람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에베레스트산 크기의 혜성을 발견하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백악관에 찾아가 보고를 해도 돌아오는 대통령(메릴 스트리프)의 답은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 그의 아들인 비서실장(조나 힐)은 하버드 같은 명문대학교 교수들에게 사실을 검증하겠다며 비웃는다. 낙담한 케이트와 랜들은 언론의 도움이라도 받고자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해본다.

그러나 시청률이 유일한 관심사인 진행자 브리(케이트 블란쳇)는 뉴스를 진지하게 전달하지 않고 유머 소재로만 소비한다.

일반 국민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류 절멸의 경고보다 대통령의 스캔들과 스타 커플의 결별 소식에 관심이 더 집중된다.

그러다 여러 과학자의 확인을 거친 정부가 혜성의 궤도를 틀기로 하면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역시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쇼'로 활용된다. 심지어 정치자금을 대는 사업가가 혜성에 있는 희귀 광물을 탐내자 당일에 작전을 취소하기까지 한다.

맹렬히 돌격하는 혜성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종말이 가까워진 이때, 인간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돈 룩 업'은 블랙코미디지만, 장르를 '공포'로 분류해도 무방할 듯하다.

2시간 20분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풍자에 처음에는 웃음이 터지지만 갈수록 두려움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설마 저런 일이 일어나겠느냐며 의심이 들다가도 극이 전개될수록 진짜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실제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환경운동가들이 아무리 재앙을 예고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혀 줄지 않고 플라스틱 소비량은 늘어만 간다.

거대 기업도 환경보다는 이익을 우선순위에 둔 선택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유와 공감 능력이 마비된 사람들은 이런 중요한 사실에는 눈감고 자극적인 뉴스나 우스꽝스러운 밈에 중독돼 있다.

무관심 속에 자라난 혜성이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 발짝씩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빅쇼트', '바이스' 등 실화 바탕의 영화로 빛나는 재능을 보였던 애덤 매케이 감독은 이 영화에선 '실화가 될 수도 있는 일'을 다뤘다.

SF 재난 영화의 형식을 빌리고 '혜성'이라는 가장 직관적인 소재를 활용해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관객에게 제시한다.

매케이 감독의 특기인 촘촘하고 담백한 연출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의도적인 과장을 통해 풍자를 극대화했다.

제목 '돈 룩 업'(Don't Look Up)은 매케이 감독이 건넨 경고장에 적힌 문구처럼 들린다.

고개를 들어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곧 파멸을 맞을 것이란 말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화에는 쟁쟁한 주연 라인업 외에도 티모테 샬라메, 아리아나 그란데, 타일러 페리, 롭 모건, 마크 라일런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매케이 감독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싶은 이들이 그만큼 많았던 게 아닐까. 지금 당장 혜성이 날아오는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8일 개봉. 오는 24일 넷플릭스 공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