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연일 '부동산 이슈' 꺼내드는데…조용한 윤석열 [임도원의 BH 인사이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충북ㆍ충남도민회 주최 '국가균형발전 완성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비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후보가 연일 기본주택, 공공택지 확대, 용적률 상향 등 이슈를 제시하고 있는 반면, 윤 후보는 최근 들어 부동산 문제해결과 관련해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후보 캠프가 부동산 관련 공약을 보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7일에도 이 후보는 20~40대 무주택 서울 청년들과 '주택청약 사각지대'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책 전환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 후보는 "진보정권은 수요를 통제하면 비정상적 집값 상승이 없을 것으로 봤는데 시장은 달리 봤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인식했다"면서 주택 공급정책을 강조했습니다. 또 '임대차 3법'의 맹점을 지적하는 참석자 의견에 "현장과 동떨어진 행정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 체감된다"며 "현실을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고 죄악"이라고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날 선대위 상황실장인 조응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부동산·소상공인 정책과 관련해 "점차 국민들이 정말 힘들어하시는 부분에 대해 이재명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윤 후보는 같은 날 범죄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법무부 산하 스마일센터와 서울경찰청을 방문하면서 '국민 안전'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날 저녁에는 서울 마포구 홍익자율방범대를 찾아 일대 주택가와 상가 지역을 약 30분 동안 순찰하기도 했습니다. SNS를 통해서는 청와대가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에 의해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한 데 대해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부동산과 관련한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지난 6일 선대위 출범식에서는 '공정이 상식인 나라'라는 슬로건에 주력했습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무주택 가구, 비정규직, 빈곤층이 더욱 든든하게 보호받도록 사회안전망을 두툼하고 촘촘하게 마련하겠다"고 언급하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SNS에서는 지난달 28일 "종부세 폭탄의 치명적 파편이 아무 잘못 없는 세입자로 튀고 있다"고 지적한 후에는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간만에 나온 부동산 정책 메시지는 윤 후보 본인이 아닌 김종인 국민의힘 선거대책위 총괄선대위원장을 통해 나온 부동산 세제 관련 언급입니다. 김 위원장은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제로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세제를 모르는 것"이라며 "종합부동산세뿐 아니라 재산세까지 전면 재개편·조정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약팀에서 종부세·재산세·양도소득세를 다 유기적으로 어떻게 연결할지 제대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후보가 부동산 분야에서 이 후보와 가장 차별화되는 공약이 바로 부동산 세제입니다. 윤 후보는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고,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재산세 부담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세제 개편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여대야소 국회에서 윤 후보가 주장하는 종부세 개편 등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부동산 공급에 있어서는 이 후보나 윤 후보 모두 임기 내 250만호 공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법론에 있어서 '기본주택'은 그 현실성 등 여부야 어찌됐든 이 후보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반면, 윤 후보가 내세운 30만가구 '청년 원가주택'(5년 이상 거주 후 원가와 차익의 70% 더한 금액 회수), 20만가구 '역세권 첫 집’(역세권에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 등은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되고 있지 않습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에서 "집 없는 국민은 급등한 전세 보증금과 월세 때문에 고통받고, 집 있는 국민은 과중한 세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집 없는 국민과 집 있는 국민 모두에게 다가갈 현실성있고, 구체적이고, 국민들에게 와닿을 부동산 공약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