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는 골프클럽, 야마하골프 [조희찬의 비욘드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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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회사로 출발해 각종 전자 악기를 생산합니다. 오토바이와 헬멧, 모터보트, 엔진, 제트스키, 반도체까지 모두 한 회사에서 만듭니다. 자동차 산업에도 손을 댄 적이 있고요. 골프 산업에서도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만들 수 있는 건 뭐든 지 만드는 야마하입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야마하는 골프 산업에서도 마니아층을 확보해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특히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광고로 유명하죠. 최근에는 아이언맨을 연상하게 하는 광고가 나름 업계에서 '히트'했습니다. 덕분인지 국내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야마하골프의 국내 공식 에이전시 오리엔트골프는 2019년 매출 300억원을 넘어서더니 지난해 363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예상 매출은 약 720억원입니다. 작년 대비 100% 이상 상승할 것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이는 용품 관련 매출이고요. 골프장 카트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야마하 골프 카트 관련 매출을 제외한 금액입니다.창업자 야마하 도라쿠스(山葉寅楠)의 성에서 회사이름을 따온 야마하는 처음 오르간 수리 및 제작 업체로 출발했습니다. 야마하는 원래 시계와 의료 기기 수리공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망가진 오르간 수리를 의뢰 받았는데요. 오르간을 고치면서 직접 설계하고 제작해보기로 결심하면서 1897년 '일본 악기 제조 주식회사'를 차렸고요.
야마하가 골프 산업에 뛰어든 건 1953년입니다. 미국과 유럽으로 해외 출장을 다니던 당시 사장 가와카미 겐이치는 서양인들이 골프를 하며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일본으로 돌아와 골프 용품 개발을 지시했다고 하죠. 사업을 시작한 동기가 다소 뜬금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기 생산을 통해 축적된 금속 가공 기술 등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마하의 도전이 이해가 됩니다. 고무 회사들이 골프공 사업에 쉽게 뛰어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이처럼 야마하가 손댄 사업들을 보면 대부분 그들이 기존에 하던 사업들과 연관이 있습니다. 피아노를 만들던 기술을 접목해 프로펠러를 제작했고, 프로펠러를 만들면서 습득한 엔진 기술로 오토바이를 만드는 식이죠. 야마하는 소형 엔진 기술이 특히 유명합니다. 수상스키에서 사람을 끌어주는 보트에 달린 소형 모터들이 십중팔구 야마하 제품인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악기 회사로 출발한만큼 야마하는 악기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엔진 등 자신들이 만드는 모든 제품들이 내는 소리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씁니다.골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가장 '우아한 소리'를 내는 클럽 브랜드가 아닐까 싶은데요. 골프 클럽에서 공을 칠 때 나는 '타구음'을 개발하는 데 돈을 쓰는 거의 유일한 용품 회사가 아닐까 합니다. 야마하골프의 브랜드 미션에 '타구음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죠.
물론 골프 용품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자체 개발한 섬유 강화 플라스틱 재료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1982년 출시된 카본 콤퍼짓 헤드 드라이버 '이그잼플러'(Exampler)입니다. 세계 최초로 카본을 골프 헤드에 장착한 제품이었습니다. 당시 골프 제품들은 나무로 만든 헤드에서 메탈 헤드로 갓 넘어왔을 때였기 때문에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마저 받았었지요. 카본 헤드는 이제 현대 골프 산업에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됐습니다.1991년에 단조 티타늄 헤드를 처음 만든 것도 야마하였습니다. 근래에 들어선 골프 대중화에 발맞춰 초중급 골퍼들을 위한 브랜드 '인프레스' 시리즈를 출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고요. 비거리에 초점을 맞춘 'UD+2 아이언' 제품의 경우 단일 모델로 일본 전체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야마하는 이제 골프에서도 메이저 브랜드로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브랜드 대중화를 위해 2010년에는 처음으로 골프클럽을 2주간 대여해주는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고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올해 2월에는 '품질 보증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클럽을 산 뒤 고객이 3주 이내에 교환이나 환불을 원하면 이를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단순 변심으로 하는 교환·환불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판매자로선 폭탄 재고로 돌아올 수 있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서비스인데, 야마하골프는 자신이 있어 보입니다.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비자는 늘 불안하다. 일단 써보고 맞지 않으면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제품에 자신이 있었다.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야마하는 골프 산업에서도 마니아층을 확보해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특히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광고로 유명하죠. 최근에는 아이언맨을 연상하게 하는 광고가 나름 업계에서 '히트'했습니다. 덕분인지 국내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야마하골프의 국내 공식 에이전시 오리엔트골프는 2019년 매출 300억원을 넘어서더니 지난해 363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예상 매출은 약 720억원입니다. 작년 대비 100% 이상 상승할 것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이는 용품 관련 매출이고요. 골프장 카트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야마하 골프 카트 관련 매출을 제외한 금액입니다.창업자 야마하 도라쿠스(山葉寅楠)의 성에서 회사이름을 따온 야마하는 처음 오르간 수리 및 제작 업체로 출발했습니다. 야마하는 원래 시계와 의료 기기 수리공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망가진 오르간 수리를 의뢰 받았는데요. 오르간을 고치면서 직접 설계하고 제작해보기로 결심하면서 1897년 '일본 악기 제조 주식회사'를 차렸고요.
야마하가 골프 산업에 뛰어든 건 1953년입니다. 미국과 유럽으로 해외 출장을 다니던 당시 사장 가와카미 겐이치는 서양인들이 골프를 하며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일본으로 돌아와 골프 용품 개발을 지시했다고 하죠. 사업을 시작한 동기가 다소 뜬금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기 생산을 통해 축적된 금속 가공 기술 등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마하의 도전이 이해가 됩니다. 고무 회사들이 골프공 사업에 쉽게 뛰어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이처럼 야마하가 손댄 사업들을 보면 대부분 그들이 기존에 하던 사업들과 연관이 있습니다. 피아노를 만들던 기술을 접목해 프로펠러를 제작했고, 프로펠러를 만들면서 습득한 엔진 기술로 오토바이를 만드는 식이죠. 야마하는 소형 엔진 기술이 특히 유명합니다. 수상스키에서 사람을 끌어주는 보트에 달린 소형 모터들이 십중팔구 야마하 제품인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악기 회사로 출발한만큼 야마하는 악기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엔진 등 자신들이 만드는 모든 제품들이 내는 소리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씁니다.골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가장 '우아한 소리'를 내는 클럽 브랜드가 아닐까 싶은데요. 골프 클럽에서 공을 칠 때 나는 '타구음'을 개발하는 데 돈을 쓰는 거의 유일한 용품 회사가 아닐까 합니다. 야마하골프의 브랜드 미션에 '타구음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죠.
물론 골프 용품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자체 개발한 섬유 강화 플라스틱 재료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1982년 출시된 카본 콤퍼짓 헤드 드라이버 '이그잼플러'(Exampler)입니다. 세계 최초로 카본을 골프 헤드에 장착한 제품이었습니다. 당시 골프 제품들은 나무로 만든 헤드에서 메탈 헤드로 갓 넘어왔을 때였기 때문에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마저 받았었지요. 카본 헤드는 이제 현대 골프 산업에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됐습니다.1991년에 단조 티타늄 헤드를 처음 만든 것도 야마하였습니다. 근래에 들어선 골프 대중화에 발맞춰 초중급 골퍼들을 위한 브랜드 '인프레스' 시리즈를 출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고요. 비거리에 초점을 맞춘 'UD+2 아이언' 제품의 경우 단일 모델로 일본 전체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야마하는 이제 골프에서도 메이저 브랜드로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브랜드 대중화를 위해 2010년에는 처음으로 골프클럽을 2주간 대여해주는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고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올해 2월에는 '품질 보증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클럽을 산 뒤 고객이 3주 이내에 교환이나 환불을 원하면 이를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단순 변심으로 하는 교환·환불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판매자로선 폭탄 재고로 돌아올 수 있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서비스인데, 야마하골프는 자신이 있어 보입니다.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비자는 늘 불안하다. 일단 써보고 맞지 않으면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제품에 자신이 있었다.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