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파산위험 점검: 증시 변동성 확대 예상
입력
수정
[애널리스트 칼럼]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헝다 사태가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9월 헝다가 처음으로 문제를 야기한 이후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12월 3일 헝다 그룹은 홍콩거래소 심야 공시를 통해서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공표했다. 이제 더는 못 버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의 대응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는 헝다 그룹의 자체적인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에 의한 자력갱생 에 무게중심을 두었으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헝다의 파산을 방어하기보다는 위험 전염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으로 자세가 바뀌어가고 있다.
금융시장은 헝다 파산은 시간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연내 채권이자 납입에 성공하더라도 내년 3~4 월부터는 본격적인 채권만기가 도래하여 34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상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헝다 사태는 신속한 파산선고와 질서 있는 파산, 이 두 가지 경로만 남아있는데 헝다의 자구안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조기 파산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헝다 파산을 조기에 선언하는 패스트 트랙이 이루어진다면 주식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 있으나 정부의 발 빠른 부채조정과 강한 실물경기 부양정책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에 정부가 헝다 디폴트 처리에 시간을 지연시키고 느슨한 부양정책 기조로 대응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헝다 그룹의 파산이 현실화된다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글로벌 증시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또 하나의 중국 발 위험이 부과되는 것이다. 우리는 헝다 디폴트 위험이 개별기업을 넘어 시스템 위기로까지 전염될 가능성은 아직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첫째 정부의 디폴트 대응경험 및 정책대응 여력, 둘째 상대적으로 단순한 부채구조, 셋째 정치적 부담 동계올림픽과 하반기 20차 당대표회의를 감안한 판단이다.
정부의 딜레마는 중국 부동산이 양날의 검 이라는 데 있다. 부동산 과열과 버블이 가계와 금융시장의 부담임은 틀림없으나 부동산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국내총생산(GDP) 14%, 고정자산투자 22%, 가계금융자산의 70% 에 달하는 압도적인 상황으로 부동산의 경착륙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의미한다.
부동산 경기 하강으로 인해 중국의 투자 소비 위축은 물론 회색 코뿔소 위험으로 지목되는 연쇄적인 크레딧 위험의 확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중국 부동산 경기의 조정이 매우 중요하며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한편, 헝다그룹 주식과 채권가격은 이미 파산기업의 가격으로 매김되고 있으며 부실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하이일드 채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투자적격 등급 채권과 국가 신용부도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스템 위험에 대한 가격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부동산 발 위험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헝다 위험이 전염되는 신호가 포착된다면 디폴트 리스크에 민감한 채권시장에서 비부동산 하이일드 채권과 일부 투자적격등급의 외화채권의 스프레드부터 움직일 것이고 중국 채권에 대한 패닉셀링 사태가 도래할 수도 있다. 헝다 파산위험이 확대될 경우 본토증시와 홍콩H 증시의 1차적인 지지선은 3200p 와 8000p으로 제시한다. 상해지수 3200p는 내년 지수 하단밴드이고 홍콩 H 지수 8000p는 2008 년 금융위기 이후 유지 되었던 지수 하단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