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제주 뱃길 새 여객선 공개"...세월호 참사 7년만

오는 10일 인천~제주 뱃길을 첫 운항하기 위해 인천항에 정박해 있는 비욘드 트러스트호. 강준완 기자
인천~제주 뱃길을 잇는 새로운 여객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끊겼던 인천~제주 여객선 운항이 7년 만에 재개된다. 선박의 화물적재 콘트롤 기능과 복원력 등이 개선됐다.

8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선박운영사 하이덱스스토리지에 따르면 인천~제주 여객선(카페리)이 이달 10일 오후 인천항에서 첫 출항에 나선다. 인천항에서는 매주 월·수·금요일 오후 7시에 출항한다. 제주항에서는 화·목요일은 오후 8시30분, 토요일은 오후 7시30분에 인천으로 출항한다.인천~제주 여객선은 중구 옛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제주행)을 이용하면 된다. 이 건물은 제1국제여객터미널이었지만 지난해 6월 새 국제여객터미널이 연수구 송도동에 개장하면서 기능이 이전됐다.

인천~제주를 운항하는 여객선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하이덱스스토리지가 운항하는 2만6546t 규모의 ‘비욘드 트러스트호(사진)’다. 이 배는 길이 170m, 너비 26m, 높이 28m 규모로 승객 854명과 차량 487대(승용차 기준), 컨테이너(10피트 기준) 65개를 싣고 최고 속도 약 24노트(시속 43㎞)로 운항할 수 있다. 인천~제주 운항에 13시간30분이 소요된다.

세월호는 6825t 규모의 여객선으로 승객 921명을 태우고 차량 130대(경차 기준)를 선적했다. 1994년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처음 건조될 당시 승객정원 804명에 비해 객실 증설 공사 등 개보수로 100명 이상 정원이 늘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가 세월호보다 규모가 4배 더 크지만 여객 정원은 오히려 67명 적다. 인천해양수산청에 따르면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연간 여객 10만 명, 100만t 이상의 화물을 운송한다는 계획이다.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강화된 안전 규제에 따라 선박 복원성 등 승객 안전에 중점을 두고 제작됐다. 선박 복원성 확보를 위해 국내 최초로 여객선에 실시간 화물적재관리시스템을 갖췄다. 화물 적재와 동시에 복원성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화물 선적 위치 지정을 조타실에서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항해사는 모니터를 보고 실시간으로 선박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휴게실이나 식당에 있는 의자들은 모두 바닥에 쇠사슬로 고정시켰다. 배의 이동 중 갑작스러운 쏠림에 여객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비욘드 트러스트호의 휴게실 의자에 바닥고정 장치가 설치됐다. 강준완 기자
선박 내부는 새로운 건조한 여객선답게 차분하면서 깨끗했다. 음식은 대부분 선박에서 직접 조리해 여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인천~제주 항로 특성을 활용해 인천 신포동 닭강정과 제주수제맥주를 제공한다. 이밖에 편의점, 오락실, 선셋조망 공간 등 휴식공간도 마련됐다.
비욘드 트러스트호의 휴게실. 강준완 기자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인천~제주뱃길에서 지름길로 알려진 맹골수도를 우회하기로 했다. 맹골수도는 물살이 빠르고 거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선사 측은 왕복 기준으로 10마일(16㎞)가량 운항 거리가 늘어나 운항 시간도 40분이 더 걸리고, 유류 비용도 2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안전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방현우 하이덱스스토리지 대표는 "카페리에 화물적재관리시스템을 적용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연안 여객선들이 모두 이 시스템을 갖추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의 조타실. 강준완 기자
인천=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