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전성기 맞은 효성·코오롱·태광산업

나일론 섬유 원조 코오롱인더
'슈퍼섬유' 아라미드 시장 선점

스판덱스 시초 태광산업
친환경 섬유 상용화 초읽기

공통점은 '섬유 세대교체'
효성 코오롱 태광산업 등 1970년대 국내 섬유산업 전성기를 이끌었던 기업들이 고품질·고기능 섬유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옷과 신발에 사용되던 전통적인 원사 생산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에 사용되는 소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나일론 섬유의 원조로 꼽힌다. 1957년부터 나일론을 생산했지만 2년 전 원사 사업을 접었다. 새로운 먹거리는 아라미드다.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는 5세대(5G) 이동통신 광케이블을 내부에서 지지하는 보완재 역할을 한다. 강철보다 다섯 배 이상 강도가 높고, 500도 고온에서도 연소되지 않아 방탄·방검복 등에 활용된다.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약 2300억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공장의 아라미드 생산능력을 2023년까지 연 7500만t에서 1만5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파는’ 타이어코드도 효자 상품이다. 타이어코드는 전기차 타이어 고무에 들어가는 보강재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타이어의 내구성을 높이는 게 필수다. 타이어코드는 나일론 중에서도 고강도 나일론을 꼬아 만든다. 세계적으로 타이어코드 증설량은 한정돼 있는데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타이어코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1979년 국내에서 스판덱스를 처음으로 상용화한 태광산업은 최근 친환경 섬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분기엔 생산 공정 중 발생하는 폐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 스판덱스를 개발했다. 여성용 가방과 이너웨어에 사용하기 위한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상용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리사이클 스판덱스가 쓰이는 시장이 신발용 원단과 일반 티셔츠 등으로 다각화되는 추세”라며 “친환경 섬유 품목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오염도가 높은 저품질 폐플라스틱에서도 섬유를 뽑아낼 수 있도록 국내외 업체와 연구개발(R&D) 협업을 하고 있다.

화학 섬유소재 전문기업 휴비스는 스마트 섬유시장 개척에 나섰다. 휴비스는 SK케미칼과 삼양사의 폴리에스테르 사업 부문이 통합돼 설립된 화학소재 전문기업이다. 스마트 섬유란 전기 전도, 발열 및 생체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섬유를 뜻한다. 스마트 섬유로 만든 이불을 덮고 잘 경우 수면 패턴과 호흡수 등을 기록할 수 있다. 휴비스는 지난 10월 스마트 섬유 스타트업 엠셀의 지분 20%를 확보해 전기차 도어트림 등 흡차음 소재에 사용할 섬유 개발에 나섰다.휴비스의 저융점 섬유(LMF)는 접착제로도 쓰인다. 주로 자동차 내장재와 가구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사용된다. 일반 폴리에스테르 섬유가 265도에서 녹는 것에 비해 LMF는 110~200도 안팎에서 녹아 에너지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정민/황정환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