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생명과학Ⅱ 소송전'에 또 대형로펌 선임한 평가원

"국민 혈세 낭비" 학생들 시끌
2014년에도 로펌 선임해 대응
평가원 "교육분야 전문성 갖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 논란과 관련한 법적 공방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이 알려져 관련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평가원은 이번 소송에서 법무법인 지평을 선임했다. 박성철, 민지홍 변호사 등이 이번 소송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로 피해를 본 수험생 100명이 부산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평가원 측 변호를 맡았다.정부 기관들은 통상 소송에 대응할 때 민간 로펌보다 가격이 저렴한 ‘국가 공인 로펌’ 정부법무공단을 이용한다. 하지만 평가원은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등급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대형 로펌인 광장을 선임해 구설에 올랐다. 소송 비용 8000여만원을 수험생이 수능을 치르기 위한 예산인 ‘대수능사업비’에서 지출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해당 법무법인이 교육행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선임했다”며 “오랫동안 평가원과 함께 일해 사안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이날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놓고 심문했다. 수험생들은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며 지난 2일 평가원의 정답 결정을 취소하라는 본안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이 문제는 동물 종 P를 두 집단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 집단을 가려내는 문제다. 교육계에서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 오류’라는 의견이 나왔다.수능 성적 발표가 10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법원 판결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지는 분위기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생명과학Ⅱ 응시자들의 성적 통지는 기존 성적 발표일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약대나 상위권 대학에서 생명과학Ⅱ를 가산점 부여 과목으로 지정하고 있어 판정 결과에 따라 이들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