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 시간' 다시 오나…새내기 4총사 들썩

올해 바이오·의료장비주 약세
"사실상 코로나 최대 피해업종"

진단키트·백신으로 돈 번 기업
내년 역대급 M&A 나설 가능성
"하락폭 컸던 중소형 기업 관심"
올해 신약개발 바이오주와 의료장비주는 기대와 달리 약세를 보였다. 바이오산업의 모든 역량이 코로나19에 투입되면서 연중 내내 조정을 받았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거나 풍토병으로 고착되면 임상이 재개되고 투자 사이클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하락세가 컸던 새내기 중소형주를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는 코로나 피해주”

7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바이오지수는 3.88% 급등했다. 중소형주 대부분이 두 자릿수 오르면서 지수를 밀어올렸다. 퍼시픽바이오사이언스(12.63%),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10.38%), 에디타스(10.33%) 등이 강세를 보였다.

8일 국내 증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시가총액 1000억원대 종목인 셀레믹스는 14.73%, 라이프시맨틱스는 14.43% 상승했다. 퓨쳐켐(9.71%), 안트로젠(8.85%), 바이오니아(12.83%) 등도 나란히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바이오 업체들은 환자 모집에 차질을 빚었다. 계획했던 임상은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했다. 의료기기 등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주는 코로나19 최대 피해 업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회복세도 가장 가파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역대급 M&A 전망

중소형주로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은 영업 정상화 때문만은 아니다. 진단키트, 코로나19 백신으로 자금을 축적한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면서 내년 역대급 인수합병(M&A) 시장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본사를 둔 한 부티크 바이오 운용사는 최근 1년 새 상장한 새내기 바이오주를 주목하고 있다. 뷰노, 바이오다인, 마이크로디지탈, 라이프시맨틱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은 기업 가치는 바뀐 것이 없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바이오 불황과 벤처캐피털(VC) 차익실현 물량으로 고점 대비 50% 이상 조정을 받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바이오 업체가 상장하려면 한국거래소의 ‘현미경 심사’를 받는다”며 “이들 기업은 공모가 밴드 최상단에 상장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고, 상장 이후에도 기업이 바뀌지 않았는데 대외적 요인 때문에 주가가 빠졌다”고 설명했다.이들 종목은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뷰노는 공모가 2만1000원으로 상장해 한때 3만935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1만8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다른 종목도 고점 대비 반토막이다. 주식 유통 물량의 20~30%의 보호예수가 풀린 점도 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회복 시 상승세 가파를 것”

이들 기업은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 뷰노는 인공지능(AI) 기반 딥러닝을 통해 X레이, CT, MRI, 생체신호 등을 진단·분석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딥러닝 진단을 통해 뷰노는 영상 판독 시간을 최대 40% 단축하고 정확도를 95% 이상 향상시켰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해빙기가 도래하면 북미, 일본, 대만 등으로 수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비대면 원격 진료와 의료데이터 플랫폼을 서비스한다. 디지털헬스 플랫폼인 ‘라이프레코드’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KB손해보험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비대면 진료 중개솔루션 ‘닥터콜’은 올해 4분기부터 매출이 제대로 발생하기 시작한다. 임상 중인 호흡 재활 치료제 ‘Redpill 숨튼’은 내년 하반기 출시가 전망된다.숨튼은 폐암, 천식 환자 등에게 처방하는 디지털 자가재활 프로그램(앱)이다. 모바일 앱에 사용자의 산소포화도와 폐활량을 표시하고,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운동량 등을 안내한다.

마이크로디지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회용 세포배양시스템을 생산한다.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에 사용되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작년 바이오의약품 생산규모는 3조9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국산화율이 16.5% 수준이어서 바이오 소부장 육성에 다른 수혜가 예상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