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LNG선 수주 신기록…세계 물량 '싹쓸이'

그리스 선사 공격적인 발주
2018년 최대기록 갈아치워
엔진교체 수요에 내년도 '쾌속'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소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 기록을 새로 썼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종인 대형 LNG선 분야를 ‘싹쓸이’했다. 노후 LNG선 교체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내년 수주 전망도 긍정적이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빅3 조선업체의 대형(14만㎥ 이상급) LNG선 누적 수주량은 64척을 기록했다. 올해를 20여 일 남겨두고 기존 최대 수주 기록인 58척(2018년)을 넘어섰다. 클락슨이 집계한 11월 말 기준 전체 대형 LNG선 발주량 63척의 92%를 가져오면서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연말 LNG선 시장에선 그리스 선주들의 공격적인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11월 이후 약 한 달간 빅3가 수주한 LNG선만 14척에 달한다. 한 해 수주량의 20% 이상이 한 달 새 몰렸다.

업계는 운임 강세와 꾸준한 신조선가 상승을 선주들의 발주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16만㎥급 LNG선의 스폿 운임(비정기 단기 운송계약)은 하루 21만달러(약 2억5000만원)로 올 들어 50%가량 올랐다. 17만4000㎥급 LNG선 가격도 9월 6년 만에 척당 2억달러 선을 돌파했다. 운임과 신조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이미 주요 조선소가 2년치 건조 물량을 확보하며 도크에 빈자리가 없어지자 선주들이 투기성 발주에 나선 것이다.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LNG선 엔진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장기 호황을 구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에서 운항 중인 600척가량의 대형 LNG선 중 250척이 1세대 스팀터빈엔진, 150척이 2세대 이중연료디젤전기(DFDE)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LNG화물창 내에서 기화되는 증발가스(BOG)를 재액화한 뒤 LNG·디젤유와 함께 사용해 엔진을 돌리는 최신 가스엔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20~40%가량 낮은 선박들이다.

업계는 이르면 내년부터 전체 LNG선의 66%에 달하는 1~2세대 선박의 교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운행 중인 선박의 에너지 효율성과 탄소 배출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에너지효율지수(EEXI), 탄소집약도(CII) 등의 규제가 국제해사기구(IMO) 주도로 2023년 도입되기 때문이다.

규제가 본격화되면 1세대 스팀터빈 선박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저속 운항하거나 추가적인 에너지 저감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규제 여파는 2세대 선박에도 미칠 전망이다. 선주들이 향후 수년간 적극적인 발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 신조선 발주량이 줄어도 LNG선 시장에선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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