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 주거 빼앗고 애꿎은 세입자 부담 늘리는 '종부세 폭탄'

종합부동산세가 ‘폭탄’이 아니란 정부 해명은 성난 민심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전체 가구의 6.4%가 작년보다 두세 배 넘게 세금이 올랐는데, ‘국민 2%’만 부담하고 세액 대부분이 중형차 세금 수준이라고 강변하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집 없는 주거약자들에게 종부세 폭탄의 파편이 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들이 상가주택과 원룸을 속속 상업·근린생활시설(일반상가·사무실)로 용도변경해 서민용 주택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한경 보도(12월 8일자 A1, 5면 참조)가 그 실상을 보여준다. 다주택자 종부세율이 작년의 두 배(0.6~3.2%→1.2~6.0%)로 뛴 여파 때문에 서울 성수동 연남동 연신내 등지에서 이런 시장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장려했던 등록임대사업제도를 폐지한 ‘오락가락 정책’이 임대사업자를 한순간에 다주택자로 만든 게 기름을 부었다.급증한 보유세를 내려고 ‘100% 전세’를 일부 월세로 돌려 준전세로 바꾸는 집주인이 늘면서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도 커졌다.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서울지역 준전세 아파트 거래는 총 5만6000건으로 역대 최대였고, 평균 월세도 지난달 123만원으로 1년 전보다 10% 넘게 올랐다. 임대차 3법에 따라 묶였던 전세금이 만 2년을 맞는 내년 8월이면 훨씬 큰 폭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 때리기’에 집중한 규제와 약자 보호를 내건 정책이 거꾸로 주거약자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시장원리와 조세원칙에 반하는 규제가 예측하기 힘든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숙고하지 않은 정책 무능의 참사다.

여당 대선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을 반성한다고 했지만, 선거 시기가 아니었어도 그렇게 고개를 숙였을지 의문이다.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국민 갈라치기’ 발언을 이어간 점에서 진정성이 의심된다. 종부세는 사실상 가구별 과세가 됐고 부유세라는 도입취지를 이미 잃었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한다. 서민 주택까지 빼앗는 부작용을 줄이려면 폐기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