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송 전 상대 증거 보는 '디스커버리' 도입 본격 검토

사법행정자문회의 "도입 여부와 방안 심층 조사·연구 필요"
영미권 국가들처럼 본격적인 민사소송 시작 전에 재판 증거자료 조사를 당사자가 먼저 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도입을 놓고 대법원이 연구에 착수했다. 대법원은 8일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사법행정자문회의 제17차 회의를 열고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제도) 도입'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민사소송 개시 전 당사자가 요청할 경우 법원이 반대 측에 문서제출 명령 등을 내리는 절차다.

제출을 거부하면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사실상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에서도 2015년 대법원 사실심(1·2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가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검토하는 등 논의는 꾸준히 있었다.

병원이나 대기업 등 자료 입수 장벽이 높은 곳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개인에게는 증거 수집과 사실 입증이 수월해질 것이라거나 특허권 보호에 유리하다는 등 찬성론이 있지만, 국내 기업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들에만 유리한 제도라는 등의 반론도 있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들은 대법원까지 가기 전 1·2심을 충실히 치러 분쟁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도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여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어 "법원행정처가 제도 도입 여부와 방안 등에 대해 심층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보고하게 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판사와 변호사, 교수가 포함된 10명 규모의 '디스커버리 연구반'을 조직해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이날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법관 평가기구 구성 방안과 상고제도 개선 방안 등 안건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연합뉴스